無我 Monster Technopia

이한수展 / LEEHANSU / 李漢洙 / video.installation   2004_0326 ▶ 2004_0406

이한수_천개의 눈을 가진 선녀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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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홈페이지_www.hansulee.com

초대일시_2004_0326_금요일_05:00pm

퍼포먼스_2004_0326_금요일_05:30pm_김수현 외

덕원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02_723_7771

미래적 환상, 혼성의 풍경 ●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매체의 진보는 인간 삶의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미처 상상하기 어려웠던 공상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사이보그 인간이 탄생하는가 하면 성전환수술이라든가 유전자의 복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영토의 경계가 없이 자기 증식하면서 동시에 전 지구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런가 하면 첨단 전자장비로 실현된 가상현실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실재보다 더욱 리얼한 꿈과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게 되었다. 보드리야르의 표현대로 우리는 원본은 없고 현실의 모사(模寫)나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 실재현실과 가상현실의 구분이 어려운 이른바 '시뮬라르크 시대'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선 이러한 첨단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앞으로의 미래사회가 유토피아가 될 지 디스토피아가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한수_천개의 눈을 가진 선녀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4_부분
이한수_천개의 눈을 가진 선녀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4_부분

90년대 중반 이후 독일에서 수학한 뒤 최근 귀국한 미디어 설치작가 이한수는 공상 과학적인 상상력으로 테크노피아 시대의 꿈과 환상, 불안의 양상을 혼성의 풍경으로 연출하고 있다. 어두운 전시 공간 속에 형광물질로 칠해진 다양한 도상들이나 블랙 라이트, 레이저 광선, 각종 기계장치, 자동감지 센서 등을 사용한 설치 작품들은 관람객들을 새롭고 환상적인 세계로 쉽게 안내한다. 캠코더를 장착한 모형자동차(무선 우주 탐사선)가 전시장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화면을 전송 받아 대형 LCD화면에 동시에 재현하고 있는 『천왕성에서 온 일기예보』(2001)는 관객들에게 우주행성 탐험을 가상체험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코끼리 인형에 레이저 포인터와 프로펠러를 달아 관람객이 다가서면 작동하게 되어 있는 『메신저 Z』(2003)는 벽면에 환상적이고 키치적인 레이저 문양을 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과 환상을 보여 준다. 이들 모두 공상 과학적인 상상력의 산물로서 첨단 전자장비를 이용해 관객 참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테크노피아의 세계가 과연 인간의 이상(理想)을 실현시켜 줄 것인지 혹은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되어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작품 곳곳에서 표출하고 있다. 여덟 개의 팔이 달린 로봇 모양의 은색 고무풍선이 관람객의 반응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로봇 투』(2001)는 전기모터에 센서가 작동하면서 공기의 주입에 의해 허수아비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터의 회전음과 공기가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두개의 로봇은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서다를 반복하지만 로봇의 동작은 활력 없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로봇 형태가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팔이 여덟 개 달린 관음 보살상을 차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이와 같이 종교적이거나 진지한 주제들을 가볍고 경쾌한 테크놀로지적 방식과 결합시켜,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면서 빠르게 변모하는 지구촌의 문명사회를 풍자한다. 우주복과 우주 헬멧을 착용한 우주인이 아주 느린 움직임으로 산 속에서 기공수련을 하는 비디오 영상물 『레이저 맨 설산수도(雪山修道)』(2002) 역시 이와 흡사한 접근방식이다. 이 영상물은 선수행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유행하고 있는 참선 수행의 방식과 무중력 공간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의 느린 동작의 공통점을 하나로 결합시켜 오랜 전통과 새로운 현대가 접목되는 부분에 주목을 한 작품이다.

이한수_무아몬스터 테크노피아 1_단채널 영상_2003
이한수_무아몬스터 테크노피아 1_단채널 영상_2003t
이한수_무아몬스터 테크노피아 1_단채널 영상_2003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이종 교배적 특징은 최근작인 『무아(無我) 몬스터 테크노피아』(2003)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시공간 안에서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에어리언이 예수, 성모상, 부처 등 종교적인 성인들과 함께 애니메이션기법으로 합성, 변형되고 있는 이 인터랙티브 영상, 설치작품은 공상과학적 산물과 서로 다른 차원의 종교적 형태가 뒤섞여 마치 미래의 종교 다원주의를 풍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매체의 진보로 인하여 모든 이미지가 쉽게 가공, 변조되며 합성되고 있는 오늘날 작가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무한대로 증식하면서 변신하고 있는 몬스터나 아바타의 캐릭터처럼 이들 종교적인 도상들은 아우라를 제거하여 유머스럽게 패러디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과학만능의 우주시대에 전통적인 신앙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테크노 시대의 이러한 문화환경에서 나타나는 다원주의, 혼성화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서로 다른 의미를 조합해서 만든 작품제목에서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 이한수 작품의 전형성을 드러내면서 이러한 비유가 적절히 잘 표현된 작품이『21세기 보살』(2001)과 『복제된 천사』(2002), 그리고 최근의 『팬시 니르바나(Fancy Nirvana)』(2003)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작품제목에서 전통과 현대적인 의미가 절묘하게 결합되고 있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전시 분위기에 있어서도 이들 대부분의 작품들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상징하는 도상들이 복제기술이나 첨단 테크놀로지와 결합되어 연출되고 있다. 『복제된 천사』에서는 바로크 스타일의 아기 천사두상(頭像)이 다양한 색채로 복제되어 설치되어 있으며, 『21세기 보살』(2001)에서는 가부좌를 하고 우주 헬멧을 쓴 서구의 정원난쟁이 인형들이 마치 광배(光背)를 지닌 보살상처럼 둔갑되어 보여진다. 그런가 하면 『팬시 니르바나』(2003)에서는 동양의 전통적인 보살상이 핑크, 주황, 노랑, 녹색의 형광색으로 복제되고, 양미간 사이에는 레이저 포인터가 설치되어 가볍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한수_무아몬_단채널 영상_2004
이한수_무아몬_단채널 영상_2004
이한수_무아몬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하지만 천사나 보살의 성스러운 이미지는 대량으로 복제되어 성스러움과 유일성을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고 소비사회의 팬시상품처럼 진열되고 있다. 안개가 자욱히 깔린 어두움 공간 속에서 발산하는 화려한 레이저 광선과 야광 빛을 발하는 복제된 도상들은 마치 현대문명의 테크놀로지적인 성과와 자본주의의 번성함을 반영하듯 화려하기만 하다. 여기서 바로크 천사상이나 정원난쟁이 인형, 보살상 등 이들 복제된 도상들은 작가의 연금술에 의해 블랙 라이트 불빛 아래서 각기 다른 형광색을 발산하면서 다양한 인간 집단처럼 존재한다. 그 군상(群像)들의 얼굴 양미간 사이에는 광명을 비추는 부처의 백호(白毫)처럼 레이저 포인트가 설치되어 환상적이고 키치적인 문양(UFO라든지, 아기 천사상, 하트 모양 등)을 벽면에 투사하고 있다. 군상들의 일부는 형태가 왜곡된 채 쓰러져 나뒹굴고 있거나 빛을 잃고 양미간에 구멍만이 뚫려 있는 것들도 있다. 몇 가지 색채나 다양한 형태로 배열된 이러한 군상들은 테크노피아 시대에 있어서 지구촌 다양한 인간 집단들의 혼성문화를 반영하면서 꿈과 환상, 불안의 정서를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 일찍이 움베르토 에코는 2000년대 세계문명은 갖가지 문화가 뒤섞인 '잡종적혼합'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오늘날 자본이나 상품, 물질, 이미지, 지식, 범죄, 문화, 종교, 신념, 패션, 공해, 마약 등 지구상의 소통 가능한 것은 거의 영토적인 경계를 넘어서 쉽게 이동한다. 국경을 초월해서 움직이는 거대자본과 무역, 금융, 생산의 전지구적인 체계는 지구 전역의 가구들, 공동체들, 민족들의 전망과 운명을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한데 묶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더 이상 각 국가만의,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발견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 전 지구적인 체계는 이전에 뚜렷이 구분되었던 지역간, 국가간의 경계를 약화시키면서 다양한 문명권의 만남과 충돌을 야기시킨다. 그런가 하면 실시간에 전지국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해주는 인터넷과 디지털 네트워크의 출현으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지역에 국한된 생활을 할지라도 인지할 수 있는 세계는 그야말로 전지구적인 것이 되었다.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실재현실과 가상현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 등 서로 다른 양상들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혼성화되어 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한수_팬시 니르바나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3
이한수_팬시 니르바나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3
이한수_팬시 니르바나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3

인간의 신체와 의식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기 마련이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문화현상을 패러디하고 있는 이한수의 작업은 지구촌의 오늘날 현재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날로그 세대작가로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는 이국적인 전통음악과 함께 비트 있는 테크노 음악을 즐기고, 사이언스 픽션이나 인터넷의 사이버스페이스를 탐색하며, 첨단 전자기술이 빚어내는 멎진 신세계를 전시연출에 즐겨 사용하는 미디어 작가이기도 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21세기 문화담론을 지배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가상현실, 가상공간으로 대변되는 앞으로의 미래사회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 건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과학기술은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이 여전히 고조되고 있다. 작가 이한수는 이러한 시대의 꿈과 희망, 욕망이나 갈등, 모든 것이 뒤섞인 혼성문화적인 양상을 공상 과학적이고 미래적인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서 패러디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

Vol.20040325a | 이한수展 / LEEHANSU / 李漢洙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