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10925a | 이한수展으로 갑니다.
Kunstverein Oerlinghausen Synagoge, Toensbergstr.4, 33813 Oerlinghausen, Germany Tel. 05202_6335
이한수는 1995년 처음 독일 땅에 발을 내딛었다. 먼저 하노버의 울리히 베어 교수에게서 회화를, 그리고 부라운 슈바익에서 존 아름레더 교수로부터 사사를 받고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이한수가 유학초기에 몰입했던 작업들은 일상적인 소재들을 아주 다른 시각에서 보여주게 하는 규격화된 테디베어라든지 전열판을 이용한 감자구이 기계 등의 작업, 자전거 안장을 구부려 만든 실험적인 의자 작업들이 눈에 띄인다. 그는 일상적 소재들을 취사선택해 아주 다른 용도로 혹은 예술적 실험의 소재들로 가져왔다. ● 이러한 그의 작업들이 일상성을 벗어나 미래의 어느 한 세계를 지향하거나 새로운 문화의 소통 형태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몰아지경에 빠져 흔들어 대는 테크노 걸과 마법의 힘을 끄집어내려고 시도하는 주문을 외는 사람들의 작업을 지나면서부터이다. 공상과학 만화나 SF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그의 설치 작업들은 인류가 지금껏 접해왔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런면에서 일상과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이한수의 작업들은 일상을 벗어나 "낯설게 하기 기법"을 따라 초현실적인 시각적 결과물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 오늘날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은 숱한 혼성적인 사물들과 심지어는 생물학적 돌연변이를 생산하는 돌연변이들을 만들어낸다. 이한수의 혼성적 돌연변이들은 다름 아닌 문화적 히브리드 들이며 동양과 서양의 융합이고 서로 다른 객체들의 끝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정원 난장이의 머리를 달고 있는 보살상들은 이한수의 표현을 따라 「21세기보살」이 되었다. 이 보살들의 이마에 박혀진 레이저에서 발산되는 현란한 빛들의 방사선은 공간을 가로질러 허공에 획을 긋고, 이 광선들은 서로 얽히고 설키어 어느 광선이 어디로부터 오고 가는지를 인지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그물망으로 다가온다. "이 보살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이한수는 이 작업을 통해 오늘날 지구촌화된 문화현실의 작은 개인들이 발산하는 인터넷과 정보망의 한 단편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 백기영
백기영_이한수님은 지난해 한국에서 한서갤러리에서 『괴수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천왕성에서 온 일기예보』라는 제목의 전시를 인사미술공간에 설치함으로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요. 전시가 주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아주 미래지향적이면서 과학과 예술을 서로 조화시키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이한수님은 인류가 도전하고 있는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지요? 『천왕성에서 온 일기예보』라는 전시 제목에서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상황에 대한 공상과학적인 작가의 상상력을 느끼게 합니다. ● 이한수_ "Alien이 정말로 인간세상에 내려왔다. 초당 30만킬로 이상의 광속이동이 가능한 종(種)만이 지구에 올 수 있기 때문에 Alien들은 우리보단 문명이 발달됐거나 최소 우리와는 다르다. 지금까지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모든 문화나 시스템은 종언을 고하고 Alien을 모방한 우주적 감수성이 유행을 한다. 성질이 조급한 부류의 인간들은 외계어 배울려고 혓바닥 늘리는 수술을 한다. 뉴욕미술계도 난리났다. 비상이다. 작가들은 새로운 우주고객 취향을 맞춰서 작업하느라 밤새워 고민하고 이론가들도 기존의 인간들의 작업을 포스트 모더니즘이 아닌 포스트휴머니즘적 작업이라 노선을 바꾼다. Alien에겐 포스트 모던과 모던을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수집용으로서 가장 인간적인 것 만을 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Alien과 인간사이에 태어난 새로운 혼혈종들이 새로운 작가군으로 부상하고, M34우주 비엔날레가 생겼다. new universalism 이 탄생한 거지. 후훗! ●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美)로 무한공간의 아름다움에 의해 우주가 빛나게 될것을 선언한다. 마치 있는듯 없는듯 UFO가 다차원 이동하는 순 물질들과 높은 에너지로 가득한 우주공간을 보라! 파이프로 장식된 멋진 경주용 자동차 보더 더 아름답다" 「우주주의 선언: Manifeste de universalism 2009」"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美)로 속도의 아름다움에 의해 세계가 빛나게 될 것을 선언한다. 마치 터질 듯이 헐떡이는 뱀 같은 파이프로 장식된 멋진 경주용 자동차-폭발하는 화약으로 뛰어드는 미친 듯 이 달리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보다 더 아름답다" 「미래주의 선언: Manifeste de Futurisme 1909」위와 같은 상상력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기영_이한수님의 작업은 미래 지향적인 동시에 전통적인 소재와 개념들과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전통적인 소재들을 다루는 작가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이한수_유학 나온 몇년동안은 유럽에 있는 한국작가로서 작업에 대한 정체성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알고 있던 서양미술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체계적이지 못했었어요. 아니 체화되지 못한 거죠. 동아시아에서 태어난 덕분에 유학 나오기 전 까진 서양 현대미술을 책으로만 접해왔던 거예요. 사진과 실제 작업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겁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이태리가 디자인계를 주름잡는 이유도 다른데 있는 게 아닙니다. 어렸을때부터 로마나 전통유럽문화 유산을 보고 느끼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학나온 이후 뮤지움과 갤러리 등에서 실제작품들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감성으로 이쪽 예술언어를 느끼고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 내린 건 과거의 서양의 현대미술은 형식미술의 발달사(撥達史)다 라는 거죠. 근대미학의 역사가 형식미학과 진리미학의 대립이라면 난 형식미학 쪽에 손을 더 들어준 거죠. 그런데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저 스스론 형식미학에 올라탈 수가 없는 거예요. 공허하기만 한거죠. 그러면서 작업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겁니다. 정체성이란 게 우리나라 전통소재만 형식적으로 이용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사실 우리나라 문화자체가 천민자본주의에 뒤엉킨 문화라 우리 것 이란 걸 정의하기엔 힘든 부분들이 많죠. 전 정체성을 위한 단선적인 과거회귀보다는 변증적인 융합에서 해법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제 작업의 한면에는 아시아적인 사고와 다른편에는 유럽식 서양문화가 놓여있습니다. 이 두축이 합해진 결과물로서 미래적인 환타지 형식이 만들어집니다.
백기영_님의 평면작업과 설치작업을 서로 연결짓는 미학이 있다면 그것은 현란하게 빛을 발하는 강렬한 색채들인 것 같습니다. 형광빛이라든가 레이저의 눈을 자극하는 색채들은 색채 그 자체안에 몰입하게 했던 색면주의자들의 작업이나 팝아트의 작가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는 요소들 같습니다. 님의 색채사용에 관한 남 다른 전략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 까요? ● 이한수_설치작업과 평면작업은 같은 줄기내에 있습니다. 단지 색채로서만 연결되는게 아닙니다. 입체에서 평면으로의 표현방식의 변화이며 위에서 이야기한 변증적, 혼성적 융합이 평면작업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화모티브로서 혼성적 문화를 나타내는 문신과 환타지이미지들이 주로 등장하지요. 재료 사용면에선 쌀알을 가지고 문신기법으로 그린 것들 입니다. 한점 한점 문신을 새기듯이 쌀 한톨 한톨로... 쌀은 우리의 주식이자 아시아적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색감을 설명하자면 전통아시아 원색조의 변용이라 이야기할 수 있죠. 평면작업 또한 포스트 키취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인 작업, 미래의 비젼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백기영_마지막으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이한수님의 활동에 더 많은 기대를 품으며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이한수_작업으로 입을 먹여살릴 수 있고 입보다 작업을 통해 사고전달이 잘 되는 작가가 되려고 합니다. ■ 위 글은 『독일의 현대미술여행_kunsttrip.net 』2002년 2월 64호의 백기영과 이한수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하여 재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Vol.20020831a | 이한수展 / LEEHANSU / 李漢洙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