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aroundⅡ

고창선 개인展   2003_1002 ▶ 2003_1012

고창선_베니스나가다_단채널 비디오_00:15:45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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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002_목요일_05:00pm

시공간 프로젝트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Something around II ● 태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작가나 관람자와의 소통을 희망한다. 작년 이맘 때 보다갤러리에서 있었던 고창선의 전시를 보고 나는 관람자에게 다가가는 그의 작업방식에 무척 흥미를 느꼈었다. 모든 이들에게 성공적인 방식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내게 아주 잠시의 가벼운 판타지를 안겨주었다. 키치스러운 금박액자와 인조털, 그것 자체가 주는 약간의 코믹한 요소들은 무겁고 심각한 예술언어에 대한 부담감을 무화시켰고, 무언가 애써 읽어내야할 것 같은 직업적인 모럴로부터 잠시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고창선_Point of Contact A_혼합재료_91×91cm_2003
고창선_Point of Contact A'_혼합재료_91×91cm_2003

관람자의 손이 닿으면 색이 변하는 그림, 관람자가 입장하면 마치 무대처럼 빛이 저절로 밝혀지면서 울려 퍼지는 오르골 소리. 고창선은 이처럼 전시장에 오는 그 누군가와의 만남을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다리던 사람처럼, 그 한 사람을 잠시나마 공간의 주인공으로 느껴지게 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보는, 그러나 그다지 거창하지 않은 환상. 마치 순간 뮤지컬 가수가 된 듯 착각하게 만드는 노래방 스포트라이트나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처럼, 유치하면서도 따뜻한 환상. 어쩌면 덧없고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지만,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실은 무척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 약간의 판타지라고나 할까? 내가 작업에 대해 갖는 이러한 느낌에 대해서 묻자 작가는 인상적인 답변을 던진다. 그것은 마치 맘에 드는 새 옷을 입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면서 느낄 수 있는 흥분된 감정 정도의 판타지라고.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같은 환상이 주는 힘은 결코 작지 않다. 몇 분 후면 곧 사라질 무엇이라고 해서, 혹은 착각에 의한 것이라고 해서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핑크색 인조털이 가짜라고 해도 사실 무척 따뜻하지 않는가.

고창선_베니스나가다_영상설치_00:15:45_2003
고창선_Make a round Europe_단채널 비디오_00:40:15_2003

고창선의 작업에는 언 듯 하드코어적인 심각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살아가는 의미를 너무 거대한 것에서 찾지 않으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볼보 카스테레오 모터를 이용하여 바람개비를 돌리는 이란 지난 작업에서, 나는 그의 가벼움이 실상은 무거움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Something around'라는 시리즈의 전시 제목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그는 언제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남들에서 모티프를 끌어온다. 사물 혹은 사람과의 만남, 그 접촉으로 일어나는 순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그의 관심사이다. 그는 매일의 만남들을 통해 다가오는 이미지들을 콜라주 하듯이 조립해나간다. 그것들은 금박액자나 키치적인 핑크색 깃털의 느낌처럼 매우 가볍고 일회적인 스침으로 지나가면서 아무런 언어적 의미도 없는 듯 보이지만, 그 자체로 일상적 사건들과 부딪히는 순간 형성된 정서적인 교감의 흔적을 담고 있다. 작가가 특히 주시하고 있는 것은 강하게 각인되는 커다란 이슈들이 아니라, 접촉하면 체온에 의해 일시적으로 색이 변하는 작품처럼 지금 현재의 만남을 통해 끊임없이 발생되고 사라져가는 순간의 의미들이다. 관람자의 손이 닿으면 'I have been shaking since I first saw you'라는 문장이 나타나는 지난 전시의 액자 작품은 작가와 관람자가 만나서 일어나는 두 존재 간의 'something'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창선_나에게 진실을 말해봐? 아니면 내 마음을 보여줄까?_퍼포먼스_2003 고창선_Shall I show you my behind_혼합재료_42×30×30cm_2003

브레인팩토리의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들은 마치 무대와도 같이 꾸며진 공간 앞에서 자신의 체온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질 의자 위에 앉은 채, 그를 위해 이 공간을 연출한 고창선이라는 작가의 존재를 영상으로 만나게 된다. 그것은 「베 니 스 나 가 다」라는 제목의, 거대 담론의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다소 코믹한 자의식을 반영하는 비디오 작업으로서, 그 안에서 작가는 베니스의 광장을 배경으로 꼼짝 않고 서서 정면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 관람자들은 이전에는 만난 적도 없는 한 사람의 작가가 지나가는 군중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공간적 상황 속에서, 그와 정말 만나고 있는 듯한 잠시의 환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상 분명 작가와 관람자라는 전시의 두 주체가 접하는 순간 일어나는 매우 현실감 있는 현재적 관계로서 경험될 것이다. ■ 이은주

Vol.20031002b | 고창선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