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km

김기라展 / KIMKIRA / 金基羅 / video   2002_0712 ▶ 2002_0809

김기라_파시스트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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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동일한 척도로 측정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계랑하고 위계화 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에서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선택되는 잣대는 결국 그것을 손에 쥘 주체가 임의로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 이 자의적인 기준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침대에 맞추어 사지를 잘라내는 어리석음이 아닌가. ● 0.000km라는 부제가 붙은 이 전시에서 작가는 '개인의 상황과 공간 그리고 상대적 시간을 수치로 환원시키는 사회'에 대하여 그 이면에 도사린 구조적 시스템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얼마나 개인에게 제도화되어 현실을 뒤바꾸어 놓았는지' 묻고 싶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매우 무거운 주제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매우 가볍게 다룬다. 이는 곧 작가의 장점이기도 하다.

김기라_0.000km_단채널 비디오 영상설치_2002
김기라_29층_입체 비디오 영상설치_2002

작가는 자신이 보고 느낀 현실을 그야말로 쇼처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그가 말하는 '이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그 틈바구니에 낀 희생자들이 등장할 뿐이다. 그들은 연출된 쇼에 부지불식간에 포섭된 관중이거나, 이루지 못할 꿈을 쫓는 덩치만 커버린 조폭이거나, 자살을 꿈꾸는 익명의 누군가이다.

김기라_신기루 궁전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2

그들이 보여주는 행위는 그 사연이 무엇이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게다가 속도를 조작하여 재생하였기 때문에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이러한 속도의 조작은 이 사회가 절대적 수치로 계량한 현실을 조롱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또한 주인공들의 무용한 행위는 희극적 효과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말처럼 영상은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김기라_Show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2

섣불리 설득하길 원하지 않는 작가의 어법에 블랙코미디는 매우 잘 들어맞는다. 또한 싱글채널 작품이 종종 관람객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일쑤인 반면, 작가는 효과적인 편집, 적극적인 공간 변형으로 이러한 난점을 꽤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작가의 능력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매우 경쾌한 작가의 어법은 한편으론 의미를 전달하기에 다소 역부족인 듯 보인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외려 모호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섣불리 단정짓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직은 가능성이 더 소중한 젊은 작가이기 때문에. ■ 황진영

Vol.20020725a | 김기라展 / KIMKIRA / 金基羅 / 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