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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미술전시관(폐관) Tel. 02_3770_3870/3873
최호철이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와우산 일대를 골목골목마다 지도처럼 세세히 묘사한 이 작품은 이곳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들을 함께 담고 있다. 중앙에 홍익대학교와 멀리 63빌딩, 당인리발전소, 난지도 등이 보인다. 이 그림은 현재 디자이너 고강철에 의해 아트 포스터로 제작중입니다. 제작된 포스터는 2000년 3월 10일부터 3월 28일까지 서남미술전시관에서 판매될 예정입니다.
최호철, 언덕 위의 파랑새잡이 ● 그 역시 한때 시간의 기차를 타고 있었으리라. 무진장한 속도로 달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그의 청춘은 1호차 제일 앞자리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황혼녘의 언덕 위에 서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오직 달려간다는 쾌감에 취해 있을 때, 그는 기차를 내려왔다. 기차를 탈출한 「파랑새」를 찾기 위해서다. ● 최호철은 그때 예술을 위한 붓에 앞서, 희망을 위한 붓을 들고자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다. 그들은 영광의 전시장을 떠나, 거리와 공장을 다니며 희망의 증거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회화든, 만화든, 판화든, 포스터든, 그들은 어디든지 달려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많은 이들은 그 기억 바깥으로 멀리 달아나 버렸다. 진보의 화가들은 속도를 즐기는 법이다. ● 그런데, 왜 최호철은 아직 그 변두리에 머물러 있을까? 여전히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지하철과 시장과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구질구질한 상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새 「자전거」를 사지 못해 안달하는 여자 아이와, 얄팍한 미모를 견디지 못해 평범한 얼굴로 성형수술한 「식모촌 여배우」, 왜 그렇게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을지로 순환선」의 구차한 인생들만 그의 눈 안에 들어오는 것일까? 그런데 더욱 신비한게도, 왜 그 그림 속의 인생들이 그렇게도 행복해 보이는 걸까? ●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은 99퍼센트 낙서다. 100권이 넘게 기록해온 크로키 북뿐만이 아니다. 커다란 화폭에 정밀하게 그려낸 인간 군상이든, 조각조각 칸을 나눠 사건을 그려낸 만화든, 잡지 구석에 오밀조밀 꾸며낸 배우의 일러스트레이션이든, 그는 낙서 이상의것을 그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와, 뉴욕 할렘가의 그래피티가 함께 공유하는 아름다움의 세계가 있다면, 최호철은 바로 그 속에 푹 잠겨 있다. 시간을 소멸시키는 낙서. 그는 그것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파랑새를 잡으려고 한다. ■ 이명석
Vol.20000302a | 최호철展 / CHOIHOCHUL / 崔皓喆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