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0_0310_금요일_05:00pm
음.. 이미지 파일이 무지 크지만 작가가 5년 동안 그린 것이고 볼만한 것이라 생각되어 발송합니다. 이미지 화일을 다운받아 보시면 섬세한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른쪽 화면에 무척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현재 디자이너 고강철에 의해 아트포스터로 제작중에 있습니다.
서남미술전시관(폐관) Tel. 02_3770_3870
낙서일지 ● 끄적거리다 보면 뭔가가 되어 있는 종이를 보며 스스로 신기해하던 기억은 꽤 어린 시절부터 있었다. 그 신기함을 즐기다 보니 본격적인 그림보다는 낙서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낙서할 때면 사람 얼굴부터 그리게 되는데 아마도 사람에겐 사람이 제일 관심 있는 대상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눈하고 코만 잘 그리려고 했었다. 한참을 지난 다음에 얼굴을, 머리카락을 그려댔지만 뒷통수나 목덜미는 있는지도 모른 채 몸이며, 손을 그렸다. 손 그리기가 힘드니까 낙서장의 사람들은 괜한 팔짱을 끼거나 주먹을 불끈 쥐곤 했다. ● 그림 속에서 손가락을 어느 정도 펼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뒤통수와 목덜미의 선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저 밑의 다리며 발도 잘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린지 10년,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릴 수 있는 것을 더 잘 그리는 것보다는 안 그려본 새로운 것을 찬찬히 보면서 그리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 사람의 제각각의 생김새 모두를 사랑하며 관찰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 발을 그리다 보면 그 발이 딛고 있는 땅 , 몸을 그리다 보면 몸을 애워싸고 있는 공간이 있는데도 일부러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안 가본 길을 찾아 가듯이 펜이 움직이며 이리저리 다녀야 눈에도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것을 안 다음에는 사람 밖의 것들도 낙서의 대상이 되었다. ● 어느날, 그토록 피해 다니던 언덕길을 자연스레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후로 사람과 공간을 함께 그리는 재미를 누리면서 낙서한지 다시 10년 , 사람을 그리려니 이야기가 궁금하고 공간을 그리려니 둘러싸고 있는 관계를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만화를 그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릴 수 있는 것을 머리 속에서 외어서 그렸고, 다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종이에 담는 맛에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 세상들을 얽어매고 있는 관계의 끈들도 보기 좋게 그려 낼 수 있는 낙서를 하고 싶다. ■ 최호철·시각이미지 생산자
Vol.20000217a | 최호철展 / CHOIHOCHUL / 崔皓喆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