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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홈페이지_www.kimseunghyun.com 인스타그램_@artist_ksh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 기획 / 김승현
관람시간 / 10:00am~07:00pm
충북갤러리 CHUNGBUK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2층 Tel. 070.4224.6240 www.cbartgallery.com @cbfccbfc
사라진 용도, 남겨진 시간 - Ⅰ. 작업의 개념과 목적 ● 이번 작업은 현대 사회의 소비 문화와 지속 가능성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버려진 가구'와 공원묘지에서 수집된 '조화'를 결합하여 형태를 만든다. 익숙한 사물들이 기존의 맥락을 탈피해 재구성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사물이 지닌 내재적 가치와 시간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사물과 인간, 그리고 환경 간의 관계를 다른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다.
Ⅱ. 소재 선택과 소비문화의 반영 ● 공원묘지에서 수집한 조화는 일회성 소비물품을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조화는 본래 '추모'라는 기능과 의미를 가졌다가 빛이 바래 변색되고 오염되어 폐기될 운명에 놓였던 물질이며, 싼 값에 구매하여 아주 가성비 좋게 추모라는 기능을 다 한 뒤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는 조화는 제작 방식과 의도 자체가 '싸고 예쁘게 만든다.'일 것이며, 형광의 원색과 플라스틱이라는 시각적, 재료적 특성을 통해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하찮은 플라스틱 물질들이 어쩌면 우리의 삶과 감정에 여러 흔적을 남긴 무언가 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가구는 보통 결혼할 때 구매하여 평생을 사용하는 다회성 물품으로 인식되었으나,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소비문화의 변화와 도시화 등의 이유로 가구의 쓰임 또한 변하고 있다. 빠른 도시화로 인해 아파트나 임대주택 같은 곳에 지내면서 이사를 자주 다니는 도시 생활자들은 휴대성과 이동이 쉬운 가구를 선호하며, 현대인의 소비 성향이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과거에는 튼튼한 가구를 한 번 사서 평생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여겼지만, 값싸고 교체 가능한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사용하다 망가지면 버리고 새로 구매하는 방식이 되었고, 그 결과 가구의 가격은 저렴해졌지만 사용하는 기간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나는 이를 작업의 요소로 삼아 사물이 가진 시간과 흔적,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Ⅲ. '코리안 컬러'와 일상의 재구성 ● 내가 이른바 '코리안 컬러'라는 용어를 직접 쓰기 시작한 것은 흔히 전통적인 오방색이나 단청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색감이기 때문이며, 그 색은 바로 '형광 계열'로 대표되는 공산품 특유의 빛이다. 특히, 공원묘지에서 발견한 조화에서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화들은 빠르게 소비되고 폐기되는 현대 소비문화의 일면을 드러낸다.
공원묘지에 폐기하려고 모아놓은 조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내 시야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순간이 있다. 평소에 너무 익숙하여 그다지 주목하지 않던 사물이 갑자기 낯설고 독특하게 보이게 된 경험이었다. 이를 계기로 조화를 집적(集積)해보니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흔하고 가치 없게 여기는 사물들을 거대한 입체물로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그 속에서 사물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흔적,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Ⅳ. 소비문화 재고와 예술적 탐색의 미래 ● 형광색 조화는 한때 의미를 지녔지만 결국 버려지고 사라지는 존재였다. 나는 이러한 조화를 통해 잊혀가는 사물의 흔적과 그 속에 담긴 시간성을 재발견하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새롭게 조명될 때 지닌 잠재적 가치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폐기된 조화들이 집적되어 이루는 장엄한 형태는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사소하고 하찮게 여겨졌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뻔히 존재하지만 크게 주목하지 않던 것'을 예술이라는 틀 안으로 가져왔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창작의 즐거움이 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이 형광 공산품들을 수집하고, 쌓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한국적 감각이 어떻게 예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색해 나갈 계획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값싼 조화가 생산되고 가구가 버려지고 있겠지만, 그 물건들이 내 손에 닿아 또 다른 '역전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을 느낀다. (2025) ■ 김승현
Vol.20250319b | 김승현展 / KIMSEUNGHYUN / 金昇賢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