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추 : 인구의 진자 운동 ● 약 백 년 남짓의 시간을 살아내는 인간에게 미래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없는 세상에서 뒤를 이어 살아가야 할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아이와 그들의 아이의 운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2025년 2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마주한 내 미래의 얼굴이 무척이나 외로워 보인다. 인구란 국가와 지역의 근간이 되는 사람의 수인데 지난해 인구 유지 지수인 합계출산율 2.1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75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 인구 소멸의 시계 추가 움직이고 있다. ● 그럼, 여수의 미래는 어떨까. 가까운 미래인 2040년 우리에게 익숙한, 혹은 당신이 살고 있는 율촌면, 화양면, 삼산면, 동문동, 한려동, 중앙동, 충무동 광림동, 서강동, 대교동, 삼일동 11개 읍면동이 기억과 기록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조금 더 먼 미래인 약 100년 후 2123년 우리 시의 인구는 현재의 1.7%인 4,648명, 초등학교 입학생은 35명으로 줄어든다. 거리를 걷다 우연히 여섯 살 어린이를 만나는 일은 행운이 따르는 일이 되거나 멸종 위기의 인류를 만나게 되는 참혹한 순간이 될지 모른다. ● 인구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도시와 나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인생이 함께 바라보았을 밤하늘의 달과 별의 시, 들판에 핀 꽃과 바람의 그림, 웃음과 농담처럼 소소한 삶의 노래 이 땅의 섬과 바다에 서린 역사를 담은 소설같이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함께 사라질 것이다. ● 인구 전문가인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이상림 박사는 오늘날의 인구문제 해결은 정책적 수준을 넘어 정치적으로 ‘사회적 대합의’를 이뤄 내야만 한다고 한다. 이 과정은 기존의 사회구조를 뒤트는 전쟁이 될 것이다. 개인의 힘으론 인구 소멸로 향하는 거대한 시계 추의 진자 운동을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연대의 힘’이 이끌어 낸 놀라운 변화의 역사를 수없이 목도 해왔다. ● 여수는 1592년 임진왜란에 맞서 조선의 바다를 지켜야 했던 시대를 지나, 1910년 일제강점기 나라 잃음을 견디고, 해방된 나라에서도 군부의 학살을 맨몸으로 받아야 했던 1948년 여수‧순천 10‧19 사건을 겪었다. 그런 모진 세월을 이기고 나온 강한 시민의식으로 우리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또 한 번 이루어낼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뉴미디어아트를 통해 인구문제를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철학적 사유와 미학의 시선을 공유하고, 여수와 개인의 역사가 담긴 아카이브를 살펴봄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구 소멸의 거대한 흐름 그 방향을 바꾸는 의식 전환 행위이다. 현재 우리가 맞이한 인구 소멸 문제를 단절이 아닌 생과 멸의 순환이 맞물리는 결정적 순간,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과 기술의 혁신이 결합하는 전환점으로 삼아 인간과 자연, 기술이 공진화하길 바라고 꿈꾼다. ● 여수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중 소멸까지 28년, 모든 도시의 기능을 상실하는 기능 소멸까지는 66년. 길고도 짧은 시간만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 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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