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도넛 런 Run Donut Run

김재용展 / KIMJAEYONG / 金載容 / sculpture.painting   2025_0226 ▶ 2025_0405 / 일,월요일 휴관

김재용_런 도넛 런 Run Donut Run_자작나무 합판에 아크릴채색, G10 브라운 레진_120×128×2.4cm_202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30728g | 김재용展으로 갑니다.

김재용 인스타그램_@jaeyongkim_official

초대일시 / 2025_0226_수요일_05:00pm

주최,기획 / 학고재 협찬 / 화요 HWAYYO_던킨 DUNKIN 아트앤에디션 ARTN Edition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학고재 본관 Hakgojae Gallery, Space 1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Tel. +82.(0)2.720.1524~6 www.hakgojae.com @hakgojaegallery www.facebook.com/hakgojaegallery

학고재 오룸 Hakgojae OROOM online.hakgojae.com

도넛, 욕망을 비추는 거울 – 김재용의 『Run Donut Run』 ● 전시 공간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도넛 조각의 풍경은 현대 소비사회의 축소판이자 귀환을 기다리는 자화상이다. 김재용의 도넛은 순수한 감각적 유희의 대상이자 욕망을 반영하는 기호일 뿐 아니라 응원이라는 메시지이다. 김재용은 디지털 기술과 수공예적 접근 방식을 혼합해 독자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손수 제작하고 개별적으로 채색하며, 각각에 독창성을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대량 생산의 익명성과 소비의 일회성을 거부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량 생산과 희소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역설적 구조를 드러내며, 도넛이 단순한 소비의 기호가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든다. 김재용은 개별성이 강조된 오브제를 통해 그것이 어떻게 개인화의 욕망과 연결되는지를 탐구한다. ● 앤디 워홀 (Andy Warhol, 1928-1987)이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소비사회의 냉소적인 단면을 드러냈다면, 김재용은 '개별성이 강조된 오브제'를 통해 소비사회 속에서 어떻게 개인의 욕망이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도넛들은 대량 생산된 공산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하나 수작업을 거쳐 개별성이 부여되기에 희소가치의 역설을 반영한다. 소비자가 개별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혹하는 오브제 (object of desire)'인 것이다. ● 그의 도넛은 "한없이 낙천적인 광택" 1) 을 지닌 채 관람객을 유혹하며, 시각적 유혹과 촉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펼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소비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트로피이자 자기 응원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김재용의 도넛은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 경쟁 속에서 상실된 자기 성찰과 내면의 응원을 희구하는 오브제이다. 본고에서는 김재용이 『Run Donut Run』을 통해 던지는 철학적 질문과 예술적 실험을 탐구하며, 그의 신작이 가지는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김재용_도넛 페인팅 시리즈 Donut Painting Series_도자, 섬유강화플라스틱, 우레탄 페인트, 아크릴채색, 레진, 크리스털_190×232×13cm_2022-2025

도넛과 트로피 ● 도넛의 달콤함은 맛이 아니라 빛나는 표면을 통해 전달된다. 이러한 표면은 거울처럼 반사되며 감각을 자극한다. 주변 환경과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러한 표면은 현대미술에서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표면처리 기법이다. 브랑쿠지 (Constantin Brâncuși, 1876~1957)는 「공간 속의 새 Bird in Space」(1923)에서 유기적인 형태와 광택을 통해 형이상학적 본질을 탐구했다. 반면 제프 쿤스 (Jeffrey Lynn Koons, 1955~)의 「토끼 Rabbit」(1986)는 장난감 풍선 토끼를 연상시키는 키치적 형상과 반짝이는 표면으로 소비사회의 피상성을 강조했다. 아니쉬 카푸어 (Anish Mikhail Kapoor, 1954~)는 「클라우드 게이트 Cloud Gate」(2006)와 「스카이 미러 Sky Mirror」(2015)와 같은 작품에서 광택을 통해 공간과 관객의 관계를 확장하는 실험을 했다. ● 전시 공간 입구에 설치된 은색 크롬 도넛 연작 「You Did Well Donut」(2021-2023)의 광택은 감각적 즐거움과 유희적 경험을 제안한다. 빛나는 트로피를 닮은 표면은 도넛의 실재감을 비현실적으로 변형시키며, 관객에게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이 작업은 서로서로 비추는 상황을 통해 경쟁과 욕망의 과잉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했다. 서른 여 점의 기둥 위에 위치한 다양한 도넛을 제시하는 이 작업은 성공의 상징과 물질적 욕망의 관계도 반영한다. 이는 각 도넛이 연속적인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관객이 그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전시 공간에서 더욱 강화된다. 공간 속의 도넛은 주변 공간과 관객을 반사하며, 관객과 공간의 상호작용과 감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 이러한 상황에서 「You Did Well Donut」은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일그러진 자화상이 된다. 거울은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도구이자,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매개체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Jacques Lacan, 1901-1981)의 거울 단계 (mirror stage) 이론은 인간이 거울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지만, 그 자아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재용의 도넛 작품들은 이러한 거울 단계의 함의를 반영하며, 반사되는 표면을 통해 관객이 자신에게 직면하도록 한다. 빛나는 조각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지 되묻는 욕망의 거울이 된다. 이 작업은 동시대 현상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거울이다. ● 그러기에 그의 도넛이 지닌 '한없이 낙천적인 광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비추고,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반영한다. 김재용의 작품은 자아 형성 과정에서 거울이 가지는 역할을 다시금 질문한다. 그 반짝이는 도넛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자신을 목격하게 된다.

김재용_도넛 페인팅 시리즈 223 Donut Painting Series 223_섬유강화플라스틱, 우레탄 페인트, 아크릴채색, 레진, 크리스털_32.5×32.9×13cm_2024

도넛, 달콤한 문 ● 「Sweet Knowledge」(2025)는 중앙 갤러리 벽면 전체를 채운 설치 작업으로 관객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 작업은 마치 도서관의 책장처럼 배열되어 있으며, 무한히 축적되는 디지털 정보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지식과 쾌락이 어떻게 혼재되는지도 시각화한다. 이 작업은 반복과 과잉의 시각적 스펙터클을 형성하며, 화려한 색채의 배열과 끝없는 리듬을 통해 관객을 압도한다. 작가는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작업을 멈춘다고 말하는데 2) 이는 감각적 과잉의 경계를 실험하는 방식이다. ● 이 작업은 문(門)이라는 전환의 은유를 통해 관객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부 캔버스가 회전하면 숨겨진 공간이 드러날 것 같은 구성을 통해 작가는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 1832~1898)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속 토끼굴이나 『나니아 연대기, 사자와 마녀의 옷장』(1950)의 옷장 같은, 차원 이동의 상징을 구현했다. 이는 영화 『매트릭스 2: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2003)에서 주인공 네오가 소스 (Source)로 통하는 문을 찾아야 하는 상황 또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2023)에서 마호토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문을 찾는 상황과 유사하다. 『Sweet Knowledge』는 내면을 탐색하는 통로,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갈 가정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제시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 그렇다면 작가가 스프링클스 또는 도넛의 색의 배열로 캔버스를 채운 이유는 무엇일까? 도넛, 케이크 같은 달콤함을 상징하는 모티프는 동시대 미술과 영화 등 창작의 영역에서 부와 권력, 삶의 유한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소멸할 운명에 놓인 유한한 쾌락을 상징한다. 작가는 도넛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감각적 유혹과 허무, 욕망과 과잉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바니타스 (Vanitas)와도 맞닿아 있는데, 김재용의 작업은 "세속적인 빛을 내뿜으며 시선을 욕망하는 응시의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정물화와 닮았다. 3) 다만 정물화의 방식이 아니라 팝아트적인 방식으로. ● 이러한 김재용의 도넛은 베이글로 교체가 가능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에 등장하는 에브리씽 베이글 (Everything Bagel)은 허무주의와 무한성을 상징하는 메타포이다. 이 베이글은 둥근 형태를 공유한다는 점과 순환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김재용의 도넛과 유사하다. 하지만 도넛은 대중문화에서 쾌락과 유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으며, 그 달콤함으로 인해 즐거움이나 욕망의 아이콘으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베이글과는 차별화된다. ● 김재용이 베이글이 아닌 도넛을 선택한 것은 인생의 허무함이나 절망보다는 삶의 모순적 즐거움과 혼란을 강조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재용의 도넛은 무한 긍정을 향한 욕망의 메타포이다. 도넛은 감각적 유혹의 순환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며, 욕망을 증폭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김재용은 이 과정을 환희의 기쁨과 황홀경과 같은 즐거움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김재용_피어나는 도넛 Blooming Donuts_도자, 아크릴채색, 크리스털 레진 글레이즈, 크리스털_250×320×9cm_2024

색채의 상호작용: 요제프 알버스와의 대화 ● 「Sweet Knowledge」의 각각의 작업은 검정, 주황, 노랑, 파랑, 분홍, 골드의 여섯 가지 색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김재용의 색채 사용은 색의 상대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던 요제프 알버스 (Josef Albers, 1888~1976)의 색채 이론 및 작품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4) 알버스는 『색의 상호작용』(1963)에서 동일한 색도 배경색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색이 인접한 색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심리적, 지각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김재용 역시 도넛을 개별적인 조형 요소이자 색의 실험장으로 활용하며, 색면을 겹겹이 쌓거나 대비되는 색을 배치함으로써 감각적 변화를 유도한다. 특히, 그의 강렬한 원색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알버스의 「사각형에 대한 경의 Homage to the Square」와 유사한 색의 상대성 실험을 변용한 것이다. ● 김재용은 마치 알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공장에서 제조된 물감의 원색 그대로를 캔버스에 도포했다. 이는 2개 이상의 물감을 혼합하면 각각 색의 특정 성질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색의 물리적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화면에서 최대한 균질한 표면을 만들려고 했다. 색면을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붓 자국과 같은 작가의 개인적 몸짓의 흔적도 배제하고자 했다. 이는 관객이 여섯 가지 색의 변주에 집중하는 감각적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 「Sweet Knowledge」는 인간의 감각 경험과 회화의 관계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색면추상과도 연관성을 가진다. 색면추상은 색 자체가 회화의 주제가 되는 예술로, 엘스워스 켈리 (Ellsworth Kelly, 1923~2015)와 같은 작가들이 색의 힘과 공간적 몰입을 탐구한 실험적 미술이었다. 김재용은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색면을 배치하고, 비율을 조정하며 시각적 조화를 찾은 뒤 이를 캔버스로 옮기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마치 켈리가 '익명에 의한 (anonymous)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것처럼, 작가의 개인적 제스처를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형태와 색 자체의 순수성을 탐구하는 방식과 닮았다. 켈리는 색의 면적과 조합을 탐구함으로써 색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는데, 5) 김재용 역시 각각의 색의 면적과 조합의 변주를 통해 색의 물리적 존재감을 강조했다. ● 또한 김재용은 「Sweet Knowledge」에서 색이 어떻게 감각적 경험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간 지각을 확장하는 모듈화한 건축적 매체로 변환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도 실험했다.

김재용_피어나는 도넛 FD092 Blooming Donuts FD092_도자, 우레탄 페인트, 아크릴채색, 레진, 크리스털_20×24×7cm_2024

도넛의 촉각적 경험: 색과 형태의 변주 ● 김재용의 도넛은 화려한 색감을 통해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동시에, 색의 운동감을 통해 마음 내부의 은밀한 곳도 들여다본다. 그는 약 95점의 연작 「Donut Painting Series」(2022~2025)에서 시각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감각적 경험의 스펙트럼을 확대하기를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고난과 역경, 행복과 환희를 색채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 「Donut Painting Series」은 지름 30cm 정도의 도넛 작업의 군집이다. 이 연작에서 도넛은 색을 고립시키는 그물과 같다. 작가는 도넛을 캔버스로 생각하고 색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무대로 삼았다. 층층이 쌓인 색, 활기 넘치는 색을 품고 있는 도넛은 색을 위한 지지대로 기능하며, 색을 담아내고 해체하는 그릇이 된다. 이 작업을 바라보았을 때 다층적 감각에 호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 「Donut Painting Series」에서 색채는 시각적 환영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색은 살의 색이기도 하고, 초현실적 황홀경의 전율이기도 하다. 반짝이는 유약과 겹겹이 쌓인 색의 층은 엷은 막을 형성하고, 도넛의 둥근 형태는 색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어떤 전조증상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은 도넛 안에서 벌어지는 색의 운동감에서 비롯된다. 속도감 있게 회전하는 원심력과 바닥 모를 심연으로부터의 중력 에너지가 도넛을 끌어당긴다. 도넛 중앙에 비어 있는 구멍은 이러한 에너지의 탈출구와 같다. "그 구멍은 때로는 결핍과 공허함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또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질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6) ● 「Donut Painting Series」는 작가의 개인적인 치유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색약을 가진 작가가 색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도넛을 하나의 실험적 캔버스로 삼은 것이다. 도넛 위에서 색채의 향연을 펼치며 스스로를 이해하려 한 결과, 물질적 토대와 색채, 형태는 작가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이 작업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얻을 수 없었을 특별한 회복력을 가져다주었다.

김재용_수고했어 곰 도넛! You Did Well Bear Donut!_스테인리스 스틸, 미러 피니쉬_130×197×600cm_2021~3

소셜 미디어와 도넛의 증폭 메커니즘 ● 소셜 미디어의 시대, 시각적 자극이 욕망을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 현실에서 시각은 위력을 가진다. 화려한 색감과 반짝이는 표면을 가진 도넛은 '좋아요'를 수반하는 미적 기호이다. 김재용은 도넛을 통해 현대 소비문화가 어떻게 시각적 유혹을 활용해 욕망을 생산하는지 탐구하며 이러한 현상을 적극 수용한다. 그의 도넛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통해 욕망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탐험하는 것이다. ● 김재용의 도넛은 이미지의 유혹은 더욱 강렬해지고, 소비는 가속화되는 디지털 시대 소비의 일시성과 순환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도넛은 먹는 순간 사라지며, 소비되는 즉시 새로운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소비를 통해 순간적인 쾌락을 얻고, 그 쾌락이 사라지면 다시 새로운 소비 대상을 찾는 소셜 미디어 시대의 소비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스프링클스 모티프가 반복되는 방식은 소비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메타포이다. 그의 도넛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욕망의 흐름 속에서 기능하는 기호인 것이다. ● 소셜 미디어에서 콘텐츠가 바이럴 (viral)이 되는 데에는 시각적 강렬함이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도넛이 품은 선명한 색채와 반짝이는 표면은 온라인에서도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발휘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통적으로 미술은 갤러리나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한정되어 감상의 대상이 되었지만,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은 미술의 전파와 수용 방식에 혁명적 균열을 가져왔다. 김재용의 도넛은 이러한 문화적 역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예술의 의미와 그 수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넛, 욕망의 순환과 삶의 기쁨 ● 김재용의 『Run Donut Run』은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욕망의 구조를 날카롭게 비추는 거울이자, 감각적 즐거움을 강화하는 실험적 장치이다. 도넛의 화려한 색채와 광택은 감각적 유혹을 극대화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과잉과 허무를 직시하게 한다. 대중문화의 키치적 아름다움을 수용하면서도, 욕망과 과잉 소비가 얽힌 결핍이라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조형적으로 드러내는 김재용의 도넛은 우리가 어떻게 욕망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자아를 탐색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도넛이 반짝이는 표면을 통해 주변 환경과 관객을 반사하는 방식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상기시킨다. ● 『Run Donut Run』은 색면추상의 몰입감, 팝아트의 소비적 기호, 그리고 바니타스의 허무적 메시지를 융합하여 유희와 허무, 과잉과 결핍을 동시에 드러낸다. 달콤한 유혹과 반복되는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며 욕망의 구조도 재해석한다. 작가는 도넛을 통해 욕망의 끝없는 순환을 재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안한다. 김재용의 도넛은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과정이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이다. ■ 조새미

* 각주 1) 할 포스터, 조주연 옮김, 『소극 다음은 무엇? 결괴의 시대, 미술과 비평』, 워크룸, 2022, p. 74. 2) 김재용 작가 인터뷰, 하남 작업실, 2025년 1월 13일, 인터뷰: 조새미. 3) "바니타스 회화는 인간은 필멸의 존재이며 죽음 앞에서는 부귀영화와 쾌락이 부질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반면에 사치품 모티프를 통해 소유욕과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조새미, '이방인의 심리학' (김재용 개인전 평문) in: 김재용, 『도넛 피어, Donut Fear』, 학고재, 2020, pp. 7-25, p. 10. 4) 알버스는 그의 저서 『색의 상호작용 Interaction of Color』에서 순수한 색의 시각적 효과, 나아가 지각의 윤리학 (Ethics of Perception)까지도 연구했다. Eva Díaz, The Experimenters, Chance and Design at Black Mountain Colleg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and London, 2015, pp. 15-52. 5) Press release, Ellsworth Kelly: Chatham Series, Museum of Modern Art, May 23–September 8, 2013, From: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1329 [접속일: 2025년 1월 29일]. 6) 김재용 작가 노트, '달콤함과 단단함의 공존, 도넛 작업을 통해 본 인생과 교육' (2025) 중에서.

Vol.20250226d | 김재용展 / KIMJAEYONG / 金載容 / sculpture.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