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홈페이지_www.kimgeuntae.com 박유석 홈페이지_yuseokbak.com 박유석 인스타그램_@yuseok_bak
초대일시 / 2025_0228_금요일_04:00pm
주최,기획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관람시간 / 09:00am~05:30pm / 월요일 휴관 입장마감_05:00pm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6 www.muan.go.kr/museum @muan_museum_of_art
현대사회의 다원적인 흐름과 함께 타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 속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인식의 오류는 인류의 '다양성과 다름'의 인식으로 수정되었다. 2006년에 유엔에서 채택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라는 선언문에는 '장애'란 정신적 · 신체적 손상 그 자체가 아니라 손상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기존의 모든 사회적 태도나 환경적 장벽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 한 감각이 무뎌지면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해진다고 한다. 그들에게 장애는 방해물이 아닌, 작업을 위한 풍부한 주제이자,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장애인 예술에서 드러나는 '다름'은 차별이나 배제의 근거가 아니라, 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사회에서 역할하게 되는 핵심적 정체성이며 또한 이는 사회의 '다양성'의 핵심적인 문화적 자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장애는 예술적 잠재태로써 새로운 예술관과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며, 또 다른 가능성의 영역이다. ●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여는 첫 전시로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은 다양화되고, 다원화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너의 세계에 다른 우주를 여는 나의 감각』이라는 주제로 국내외를 무대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애 예술가 김근태, 박유석 작가를 초대하여 새로운 감각으로 펼쳐지는 또 다른 우주의 문을 열고자 한다. ■ 박건우
김근태 Kim, Geun-tae ● 김근태 작가는 네 살 무렵 당했던 교통사고로 인해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얻었다. 이러한 신체적 장애는 이후 광주 5·18 민주화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트라우마와 겹쳐져 그는 오랜 세월을 방황하게 된다. 감각이 손상된 몸과 정신적인 상처는 미술을 전공한 작가로서 길을 찾는 것을 매우 힘들게 하였는데, 1992년 무렵 그는 황폐화되고 공허한 광야를 헤매이다 문득 장애인들을 만나게 된다. 목포시 충무동에 속해 있는 고하도라는 섬에 수용된 17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작가는 악취와 함께 뒤틀린 몸으로 서로 엉켜 있는 이들로부터 절망과 자살충동으로 얼룩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진정한 동질감을 느꼈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보여준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으로부터 치유를 받게 된다. 이후 30여 년 동안 작가는 타자이면서 자신이기도 한 지적장애인을 일관되게 그리고 있다. 표현주의적인 드로잉이나 강렬한 색을 주조로 한 추상적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부수고, 그들의 순수한 내면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타자인 장애아와 동일시된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는 「자화상」 시리즈는 장애아들의 구상적 형태를 점차 추상화시키면서 주홍, 빨강, 짙은 코발트색, 노랑 등의 물감덩어리로 두텁게 뭉갠 뒤 그 위로 찢겨진 윤곽, 쾡한 눈, 벌린 입 등 얼굴의 부분을 거친 드로잉으로 이루어졌다. 「칠득이」(2009)는 초기에 좀 더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졌던 장애아의 얼굴 표정이 아직 남아 있는 작품이다. 1993년부터 고하도 공생원에 수용된 중증 장애아들을 그리기 시작한 김근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길이가 무려 100미터에 이르는 「들꽃처럼 별들처럼」 연작 시리즈를 완성해간다. 그가 관찰자로서 지속적으로 그려왔던 장애아들의 얼굴과 그 위에 자신의 모습을 투사한 이러한 「자화상」 연작들이 이 대작으로 스며들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5000인 드로잉」 시리즈는 한지 위에 갈필의 거친 선으로 인간 군상이 보여주는 천태만상의 몸짓을 드로잉한 것으로 이응노의 「군상」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고하도에서 만났던 수많은 중증 지적·지체 장애아들의 뒤틀린 모습과 그가 직접 겪고 있는 장애와 5.18 항쟁으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겹쳐져 몸부림 치고 있는 듯한 형상들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왜곡되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불편한 몸짓들은 수많은 군상을 이루면서 점차 문자처럼 추상화되어 자유와 환희의 세계를 향한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몸동작으로 변화하고 있다.
1993년 무렵부터 장애아들을 그려왔던 김근태는 2012년 그 해 7월부터 100호 캔버스 77개를 이어 붙여 길이가 100m에 이르는 「사계」 연작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비발디의 4계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3년 만에 완성이 되었고 『들꽃처럼 별들처럼』이라는 주제로 미국 뉴욕UN본부 갤러리, ACC전당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지적 장애인들에 대한 김근태의 독특한 해석을 담아낸 이 작품들은 그림 속 장애인들이 내는 각각의 삶의 소리가 캔버스 위에서 장엄한 오케스트라가 되어 온 세상에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2017년 무렵 제작된 「빛 속으로」연작 이후 2022에 그려진 「Into the sunlight」,「Into the moonlight」 시리즈는 모호하고 어렴풋한 장애아들의 형체들이 빛 속으로 부상하거나 점차 사라지는 듯한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뒤틀리고 처참한 형상들 속에 내재된 순수한 영혼들이 치유되어 횐희의 절정을 맞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붉은 계열의 햇빛과 푸른 계열의 달빛이 어우러진 듯한 신비한 색들 속에서 춤추고 있는 듯한 지적장애인들의 몸짓은 아마도 스페인의 화가 고야처럼 고통스런 실재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지닌 '추(醜)의 미학'이 결국은 인간의 구원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작가가 터득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박유석 Bak, Yu-seok ● 박유석 작가는 어린 시절 태양 빛을 오래 바라보면 생기는 잔상놀이를 하다가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독특한 작업 모티브가 되었으며, 대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좁아졌지만, 반대로 태양이 남긴 빛의 잔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는 넓어졌다. ● 빛의 잔상이 부드러움이나 따스함, 안도감 등의 감각이나 감정으로 내면화되는 세계를 다루고 있는 그의 작품은 영상, 미디어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감각적으로 표현된다. 무빙 이미지, 스테레오 사운드 그리고 이를 담아내는 창이나 파사드, 기둥, 천장 등과 같은 건축적 요소는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원형 혹은 타원의 반복적인 이미지를 통해 빛의 파장을 불러오며, 여러 개의 독립적인 사운드를 사용하여 청각적 파장을 끌어들인다. 두 감각의 파장은 건축적 요소와 만나 융화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는데, 시각, 청각, 공간감각을 통해 우리가 지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감각의 세계를 일깨운다. 작가는 또한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한 공연을 즐겨하는데, 이미지와 사운드, 미술과 음악의 조화를 통해 시각의 청각화 · 청각의 시각화를 구성할 수도 있고 여기에 공간(무대)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공감각적 심상으로 이끌어 내적 공간의 문을 열었던 작가의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안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빛의 잔상이 자연처럼 포근히 자신을 감싸 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벽에 모니터가 세로로 걸려 있고, 단순한 형태의 이미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전환된다. 관객이 화면을 일정 시간 동안 바라보다가 이미지가 전환될 때, 이전 이미지가 남긴 색의 잔상을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이 작업은 이미지 그 자체보다는 이미지가 사라진 후 남겨지는 감각에 주목한다. 잔상은 관객의 시선과 시각적 기억 속에서만 경험될 수 있는 것으로, 화면 위에 남아 있는 것은 없지만 사라짐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감각을 제안한다. 「잔상」은 단순한 전환 과정 속에서 시각적 흔적과 변화를 탐구하며, 관객이 보이지 않는 순간조차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작업은 사라짐과 남겨짐, 그리고 그 사이의 미묘한 흔적을 통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감각과 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다.
이 작품은 스크린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기울어진 시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수평선은 화면 안에 갇혀 있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세계는 한정되지 않는다. 관객은 이 스크린 앞에서 프레임 너머를 상상하며, 자신의 시선이 형성하는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모니터 화면 위에 펼쳐진 맑은 하늘과 내리쬐는 태양빛의 잔상처럼 변화하는 영상 작업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하늘과 태양은 자연의 무한한 존재감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업은 독특하게도 모니터를 바닥에 눕힌 상태로 설치되어 있다. 「Sun Sky Blue」는 익숙한 하늘과 태양의 이미지를 새로운 시각적 경험으로 전환한다. 하늘을 머리 위가 아닌 발 아래에 두는 이 작품은, 우리가 자연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태양과 하늘은 여전히 광활함과 빛의 에너지를 상징하지만, 바닥에 놓인 상태로 관객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해석과 상상을 유도한다. 이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관객이 하늘과 빛을 바라보는 시각적·공간적 위치를 새롭게 제안하는 동시에, 일상의 자연을 감각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간 한가운데 자리한 원형 구조 속, 24개의 이미지는 시간과 감각을 공간적으로 확장한다. 이미지 속 오브젝트는 바닥에 떨어지며 부서지고,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간다. 이 과정은 하나의 영상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움직이며 체험하는 프레임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관객이 구조물 주변을 따라 움직이는 순간, 그들은 마치 영상의 한 프레임 속을 거닐며, 시간의 흐름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순환하는 형태 속에서, 오브젝트의 붕괴와 회복은 단순한 물리적 변형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반복되는 감정과 상황을 암시한다. 이 오브젝트는 의도적으로 부서지고 있는가? 아니면 우연히 산산조각이 난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인가? 부서짐과 회복이 불가피한 과정이라면, 우리는 어떤 의미 속에서 그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Return」은 형태의 지속성과 깨짐, 그리고 그 사이의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다. 관객은 이 원형 구조 속을 거닐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고,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가상의 물리 공간에서 수많은 선들이 충돌과 확산을 통해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는 순간을 포착한다. 단순한 상태나 상황을 담은 이 이미지는, 관객이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도록 초대한다. 모니터에 펼쳐진 선들은 일정한 질서가 없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내재된 움직임과 흐름을 암시한다. 선의 확산은 구체적인 의미를 제공하기보다, 관객에게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 이미지 속 선들은 어떤 과거의 흔적일 수도, 현재의 상태일 수도, 미래의 잠재성을 담고 있는 하나의 은유일지도 모른다.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관객이 새로운 의미와 연결을 떠올리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noise」는 전시장 코너에 설치된 2채널 프로젝션 맵핑 작업으로, 끊임없이 생성되는 노이즈가 투사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닮아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각자는 고유한 빛과 색을 발산한다. 하지만 이 개별적인 요소들은 단절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얽히고 섞이며 하나의 복잡하면서도 조화로운 노이즈를 만들어낸다. 「noise」는 각자의 고유함이 모여 이루어지는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관객에게 노이즈라는 개념을 단순히 혼란이나 불완전함이 아닌 풍부한 연결성과 생동감으로 재해석하도록 유도한다. 이 작업은 개별적인 빛과 색이 모여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불협화음 속에서, 관객이 스스로의 고유성을 인식하며 세상과 연결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을 제안한다.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Vol.20250215c | 너의 세계에 다른 우주를 여는 나의 감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