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fresh-m

박종필展 / PARKJONGPIL / 朴鍾弼 / painting   2025_0213 ▶ 2025_0313 / 일요일 휴관

박종필_fresh-m no.37_캔버스에 유채_162.2×262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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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인스타그램_@park_jong_pil_art

초대일시 / 2025_021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박여숙화랑 PARKRYUSOOK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38길 30-34 Tel. +82.(0)2.549.7576 @parkryusook

아르카디아의 '꽃' ● 박종필의 그림은 화려하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색채, 화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압도감, 사실성과 장식미의 조화로운 공존, 평면을 뚫고 나올 듯한 입체감... 그 매혹적인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극도로 사실적인 세부 묘사가 한 번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잎을 그리는 순간순간의 신체 에너지, 노동 집약적 손기술, 광적인 집중도와 몰입감이 대형 캔버스의 전면에 가득 들어서 있다. 몽땅 붓으로 물감을 얇게 쌓아 올린 수법과 치밀하게 계획된 구성이 박종필 회화의 특징이다.

박종필_fresh-m no.42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24
박종필_fresh-m no.39_캔버스에 유채_112.1×193.9cm_2024
박종필_fresh-m no.36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4

그의 작품은 꽃이라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탐스러운 꽃망울과 힘차게 뻗어 오른 줄기, 무성한 잎이 싱싱하게 우리의 마음에 꽂힌다. 박종필의 꽃은 자연물로서의 식물을 벗어나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지닌다. 우리에게 익숙한 꽃 그림은 다소곳한 형태의 정물화나 단아한 화조화이지만, 박종필의 꽃은 다르다. 그는 마치 인물화의 얼굴을 묘사하듯 꽃을 그린다. 그 표정들이 다채롭게 살아있다. 캔버스를 연달아 이어 붙인 대작은 거대 서사를 품은 역사화처럼 웅장하기까지 하다.

박종필_fresh-m no.38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4
박종필_fresh-m no.43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24
박종필_fresh-m no.27_캔버스에 유채_162.2×262cm_2023
박종필_fresh-m no.26_캔버스에 유채_130×390cm_2023

2008년 데뷔 이래 박종필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재들을 그려왔다. 장난감 기차, 풍선, 날치, 어항 등이 공중으로 힘껏 점프하는가 하면(「Pangpang」),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도 있다(「Human Candy」). 또 시각, 후각,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과일 케이크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작업이다(「Cake」). 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이들을 재료 삼아 현실을 낯설게 재조합한다. 사물의 크기를 불균형하게 키우거나 중력을 무시하고, 과감한 클로즈업과 트리밍을 시도한다. 마크 퀸의 자화상처럼 인간 두상을 본뜬 붉은 캔디도 있고, 케이크 시트를 축축하게 적신 딸기시럽은 그로테스크한 혈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박종필은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단맛과 쓴맛, 행복과 고통 등의 이항 대립 요소를 하나의 화면에 병치해 혼성의 미학을 펼쳐왔다.

박종필_fresh-m no.33_캔버스에 유채_162.2×262cm_2023
박종필_fresh-m no.28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3
박종필_fresh-m no.30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3
박종필_fresh-m no.31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23

박종필은 최근 집중하고 있는 꽃 시리즈에 「Betwee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난 연작들이 특정한 분위기나 사물을 명확하게 가리키는 것과 달리, 이 타이틀은 중성적이며 판단 보류의 상태를 암시한다. 반면 그 외양은 한층 탄탄하고 성숙해졌다. 정교한 세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조, 꽃으로 뒤덮인 올오버 구성.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생화와 조화를 뒤섞어 작업실에 배치한 후 이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그리는데, 완성된 작품에서 진짜 꽃과 가짜 꽃을 구분하기란 어렵다. 아니, 애초에 그에게 꽃이라는 식물이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생화와 조화의 가치를 가려내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박종필은 '정신으로서의 꽃'을 그린다. 그는 말한다. "내 그림은 꽃을 그린 정물화가 아니다.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을 그린 그림이다." 즉 박종필의 꽃은 '꽃을 뛰어넘는 꽃'이다.

박종필_fresh-m no.25_캔버스에 유채_162.2×262cm_2022
박종필_fresh-m no.32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23
박종필_fresh-m no.21_캔버스에 유채_200×300cm_2022

그간 박종필의 작품은 극사실주의의 맥락에서 언급되어 왔다. 대상의 외형을 손에 잡힐듯 생생하게 모사한다는 점에서 물론 그를 극사실화파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그림을 초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싶다.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해 왔던 존재들이 경계 없이 하나의 시공에 공존하는 풍경. 박종필 예술의 근간은 그 진짜와 가짜의 '겹침 구조'에 있다. 진정한 사이(Between)의 공간이다.

박종필_fresh-m no.24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22
박종필_fresh-m no.9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0
박종필_fresh-m no.10_캔버스에 유채_162.2×262cm_2020
박종필_fresh-m no.8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9

박종필은 화가로서의 정신적 원류가 2008년 「OASIS-바다를 꿈꾸다」 연작에 있다고 고백한다. 드넓게 펼쳐진 사막에 오아시스가 파도처럼 넘실대며, 꽃과 게, 선인장과 체리, 물고기와 달팽이가 한가롭게 더불어 사는 풍경이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한 편의 신기루 같지만, 잠에서 쉽게 깨어나고 싶지 않은 달콤함... 아마 회화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현실에 있는 사물을 재현하면서 현실을 초월하는 힘! 박종필은 우리 주변에 널린 대상을 소재 삼아 그리며, 사람들이 삶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 그러나 그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힘이 들고 지치고 쓰러진다. 우리는 모두 꽃이며 아름다움이다. 내 작품에 등장하는 꽃들은 모두 인간을 나타내며, 그것이 생화이든 조화이든 아름답다. 내 작품은 그래서 더욱 화려한 빛으로 빛난다. 어둠의 요소는 최소화한다. 궁극적으로 작품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종필의 그림에는 진짜와 가짜, 좋음과 나쁨, 귀함과 천함, 아름다움과 못남의 위계가 없다. 그는 꿈꾸며 그린다. 꽃으로 노래하는 아르카디아,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소우주를.

박종필은 매 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꽃을 그린다. 꽃의 외형보다는 생명의 본질, 인간 존재로 깊이깊이 눈을 던진다. 그는 극사실이라는 형식적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에 맞는 조형 언어로 부지런히 갱신해 나간다. 성숙한 예술은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품고, 순간의 감각보다는 상위 수준의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서 시각적인 즐거움 너머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본연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 지금, 박종필의 예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우리 미술계에 어떤 새로운 방향타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박종필 예술의 앞길이 한껏 기대된다. ■ 이현

Vol.20250213b | 박종필展 / PARKJONGPIL / 朴鍾弼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