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몸짓들 Transparent Gestures

김은정_라움콘_윤하균_허겸展   2025_0211 ▶ 2025_0321 / 일,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25_0211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월,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0)2.2151.7684/7678 www.beautifulshinhan.co.kr

신한갤러리는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와 협약하여 매년 기획전을 개최, 올해는 김은정, 라움콘, 윤하균, 허겸 작가의 『투명한 몸짓들』을 개최한다. 전시는 현 예술계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네 작가(팀)의 고유한 작업 언어를 내포한 드로잉, 회화, 설치 등 여러 매체의 작업을 선보인다. ●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와 연관된 다양한 층위의 감각에 대해 질문하고 그 일련의 여정에서 드러나는 주체적인 움직임이 담긴 작품들이 어떤 의미와 관계를 만드는지 주목한다. 그리고 반복과 겹침, 쌓임의 미학으로 완성된 작업들은 공간과 작업이 유기적으로 연결, 생명력을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형성하며 관람객의 몸짓을 유발한다. 또한 다양한 동적 움직임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설치된 갤러리에서 우리는 태피스트리처럼 종과 횡, 여러 방향을 오가며 작가의 몸과 그 몸짓들이 만들어낸 작업들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명의 일부인 '투명한(Transparent)'은 장애 그 자체보다 장애를 가진 '작가'와 '그의 작업'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로 선택된 단어이다. 우리는 흔히 장애를 제약이나 불편함으로 인식하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창조의 원천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비 언어적 의사소통 중 하나인 '몸짓(gesture)'을 기반으로 수행적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네 작가(팀)의 감각에 기반한 독창적 작업의 궤적에 주목하고자 한다.

투명한 몸짓들展_신한갤러리 역삼_김은정 섹션_2025
김은정_Aul_라이크라, 폴리솜, 스티로폼_약 70m²_2025
김은정_Aul_라이크라, 폴리솜, 스티로폼_약 70m²_2025_부분
김은정_Eleleu_면, 털실_100×200×7cm_2023 김은정_Daya_면, 털실_140×160×7cm_2024

김은정 작가에게 작업은 자신의 신체를 다시금 감각하게 해주는 또 다른 신체인 동시에 타인과 교감의 매개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설치 작품 「Aul」(2025)을 선보인다. 촉각에서 기인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이 작업은 작가의 손끝에서부터 시작하여 갤러리 바닥과 천장을 뿌리 삼아 세포처럼 증식해 나가며 각기 다른 크기의 덩어리로 퍼져 나간다. 오랜 시간 수행적으로 제작한 그의 작업은 마치 누군가의 몸체 안에 있는듯한 시각적 환영을 주고 관람객은 자신의 신체로 직접 온기를 느끼며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로써 우리는 작가와 감각적으로 소통하고 자신의 신체와 연결, 확장하여 또 다른 울림을 만든다.

투명한 몸짓들展_신한갤러리 역삼_라움콘 섹션_2025
라움콘_상실의 상상_종이에 연필, 펜_21×29.7cm×20_2019~25
라움콘_상실의 상상_흰 점토, 자작나무_100×30×30cm_2025 라움콘_This able, Dance film_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_00:16:16_2019 라움콘_상실의 상상_흰 점토, 자작나무_36×30×35cm_2025
라움콘_상실의 상상_실크 프린트_70×100cm×3_2023 라움콘_상실의 상상_흰 점토, 철사_50×15×15cm_2025

라움콘(Q레이터+송지은)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상실의 상상」(2019-현재)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오른쪽 신체가 마비된 Q레이터가 예전과 다른 몸으로 경험하는 낯선 몸의 감각을 관찰하여 기록한 드로잉 기반의 몸 아카이브다. 작가는 2019년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드로잉을 해왔다. 감각되지 않는 신체의 경험에서 시작된 작업의 몸짓은 신체 일부의 상실감에서 시작되었으나 작가는 신체의 한계보다 경험에 집중, 작가만의 감각과 상상으로 이를 치환한다. 그리고 부재의 경험으로 쌓은 무수한 가능성의 몸짓을 상상의 드로잉과 조형물 등의 작업으로 실체를 만든다.

투명한 몸짓들展_신한갤러리 역삼_윤하균 섹션_2025
윤하균_괴물 No.1_광목에 먹_144×105cm_2022
윤하균_괴물 No.4_광목에 먹_190×50cm_2022 윤하균_괴물 No.8_광목에 먹_190×50cm_2022 윤하균_괴물 No.9_광목에 먹_190×50cm_2022 윤하균_괴물 No.5_광목에 먹_190×50cm_2022 윤하균_괴물 No.6_광목에 먹_190×50cm_2022 윤하균_괴물 No.2_광목에 먹_190×110cm_2022
윤하균_괴물 No.12_광목에 먹_90×140cm_2024 윤하균_괴물 No.7_광목에 먹_200×110cm_2022

윤하균 작가는 괴물을 소재 삼아 광목천에 먹을 사용하여 작업을 한다. 오랜 시간 수행적으로 매일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의 몸짓이 반복돼 만들어진 작업 속 괴물은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각인된 기괴하고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어 친근하게까지 느껴진다. 윤하균에게 괴물은 편견의 시선을 걷어내고 입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존재다.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괴물 중 일부 작품은 화면을 가득 채우기보다 한쪽에 치우쳐 절제된 듯한 형상이 작품 한 점 한 점 더욱 집중하게 만들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시장 곳곳에 출몰하듯 설치된 괴물 작업은 무의식 중 우리 신체의 움직임을 만들고 작업과 교감하는 적극적 몸짓을 유도한다.

허겸_서울 No.8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24 허겸_서울 No.7 - Blu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24 허겸_서울 No.10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4 허겸_서울 No.9 - Before Sunset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4 허겸_서울 No.6 - Urban fores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24 허겸_서울 No.3 - Fo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4.2cm_2023
허겸_서울 No.9 - Before Sunset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4
허겸_선과 틈 1_종이에 콩테, 파스텔_40.9×31.8cm_2025 허겸_선과 틈 2_종이에 콩테, 파스텔_40.9×31.8cm_2025
허겸_선과 틈 1_종이에 콩테, 파스텔_40.9×31.8cm_2025

마지막으로 2023년부터 주로 자신의 눈길이 닿는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허겸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도시의 사실적 풍경이라기보다 경계가 허물어져 추상화된 원경의 이미지다. 작가는 오랜 시간 산책하며 마주한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장소나 날씨,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의 풍경을 묘사한다. 그리고 도시 풍경을 바라볼 때 느낀 정서를 자신만의 감각과 움직임을 담아 형태에 집중하여 건물들의 경계선에 붓질을 더해 희미한 도시 풍경을 완성한다. 작가의 풍경은 특정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 않고 작가를 둘러싼 경험 속에서 말로 묘사하기 힘든 감각과 정서를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 우리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작업 과정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는 다시 말해, 작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와 같다. 네 작가(팀)에게 작업은 자신의 신체적 경험에서 체득한 내-외부와의 소통의 과정을 내포한다.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긴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몸짓이 모여 작업을 구성하고, 이렇게 완성된 작업은 곧 작가를 담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이러한 태도와 작업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미완의 상태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작품에 새겨진 그들의 몸짓들을 해석해 보자. 나아가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는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몸짓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의미의 경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이현경

Vol.20250211a | 투명한 몸짓들 Transparent Gesture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