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프로젝트룸 신포 Project Room SINPO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63 @projectroom.sinpo
장복수의 캡처(Capture)_가상공간의 사건 사고를 포획(捕獲)한 증거 ● 장복수의 "캡처(Capture)"는 가상공간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를 포착한 증거 사진이다. 그는 과거에 방문했던 여행지를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검색하던 중 스트리트뷰에서 오류 이미지를 발견했다. 이 이미지는 현실 공간에서 촬영된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데, 정교하게 계산된 디지털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형성된 가상현실이 현실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고 깨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 결과,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환상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이 오류 이미지들은 가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공중에 떠 있거나 백악관과 펜타곤이 녹아내리며, 타임스퀘어 광장의 바닥이 솟구치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경복궁, 자금성, 크렘린궁 등도 마찬가지로 조각나고 부유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디즈니랜드, 라스베이거스, 파르테논 신전 등도 투명 플라스틱에 전사된 것처럼 갈라져 흩어진다. 청와대, 용산 대통령실 등 군사 보호 시설은 위성 사진으로는 보이지만 스트리트뷰에서는 사라진다.
전통적으로 사진 이미지는 원본과의 유사성에 따라 재현의 논리를 따르지만, 가상공간의 사진 이미지는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정보일 뿐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한때 존재했음'을 나타내지 않으며, 더 이상 원본을 지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상공간의 사진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의 현시로 볼 수 있다. 장복수가 구글 어스에서 발견한 오류 이미지는 가상공간의 비실재성을 드러내며, 가상현실의 실패를 보여준다.
장복수가 작업의 표제를 "Take a picture"가 아닌 "캡처(Capture)"라고 한 이유는 의미가 깊다. "Take a picture"는 이미지를 가져온다는 재현의 의미에 가깝지만, "Capture"는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포착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장복수가 포착한 이미지는 의도치 않은 실행의 오류나 오퍼레이터의 실수로 인해 만들어졌으며, 이는 다시 보정될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캡처함으로써 가상공간의 사건 사고를 기록한 증거 사진을 만들었다.
가상 세계의 궁극적 목표는 현실과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장복수의 『캡처』는 가상공간의 한계와 실패를 증명한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유사성의 재현 원리를 통해 가상을 현실로 대체하려는 인간의 문명사적 욕망이 있었다. 플라톤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은 진짜 현실이 아니라 표상된 이미지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끝없이 가상의 세계 속에서 가상을 재현하는 굴레에 갇혀있다.
장복수가 포착한 오작동 이미지의 빈틈은 일종의 완벽한 가상 세계에 난 구멍이다. 우리는 그 구멍을 통해 결코 만나지 못한 진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그 현실은 알 수 없는 세계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세계는 사실 가상의 세계이며, 구글 어스와 같은 가상공간은 이러한 점을 숨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장복수의 『캡처』는 실패된 가상공간의 한계를 드러내며, 현실 세계의 중요지점들을 은폐하는 사실을 증명한다. 디지털 이미지에서 대상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의 사진은 이미 존재하는 것의 재현이 아닌, 아직 존재하지 않은 것의 현시라 할 수 있다. 장복수의 『캡처』는 인간 욕망의 원대한 프로젝트, 유사성 재현의 원리가 실패했음을 증명한다. ■ 이영욱
몇 해 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이용해 가끔 관심 가는 장소들을 검색해 보곤 한다. 구글어스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지구본' 이라고 홍보하듯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 구글(Google)에서 전 세계를 실제와 같은 비율로 인터넷상에 가상으로 구축중인 대형 프로젝트이다. ● 어느 날 구글어스로 그때 여행했던 장소들을 검색해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화면에 나타난 건물들이 왜곡되어 보이거나 부서져 보이기도 하고 공중에 붕 떠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이 미완성의 불안정한 이미지들은 점점 완성되어 가는지 아니면 반대로 무너져서 사라져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 현상은 어떤 오류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새로운 가능성이다.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이 세계의 실제 모습인지도 모른다. 사진은 대상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가상 세계로 들어간 대상을 찾아서 다시 현실로 불러내려는 시도는 어떨까? ● 모니터를 켜고 구글어스를 실행한다. 원하는 장소를 검색하고 오류로 보이는 낯선 이미지 등 적절한 대상을 선택한 후 모니터 화면의 이미지를 캡처(capture)해서 저장한다. 저장한 이미지는 다시 전시 가능한 크기로 확대한다. 이러한 행위는 현실에서 사진 촬영 작업과 같은 것이다. ■ 장복수
Vol.20250208a | 장복수展 / JANGBOKSOO / 張福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