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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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展 / SEOMINKYUNG / 徐民京 / photography   2025_0207 ▶ 2025_0308 / 일,월요일 휴관

서민경_Porträts (Thomas Ruff)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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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 인스타그램_@minkyungseo, @by.soleil

초대일시 / 2025_020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호기심 갤러리 HOQICM Gallery 서울 중구 동호로17나길 5-5 1층 @hoqicm

처음과 끝 그 사이를 수놓는 매일의 삶,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삶의 형식, 우리의 삶은 아침마다 똑같은 맨얼굴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루를 받아 안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구의 낮과 밤을 끊임없이 오고 가는 순환의 고리에 걸려 속절없이 끌려가는 날의 반복 속에서 우린 쉽게 권태와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삶이 흘러가는 속도를 거슬러 작지만 의미 있는 차이를 관망하기도 한다. 서민경 작가는 스르륵 넘어가는 삶의 책장에 정성스레 갈피를 꽂는다. 결국 일상의 특별함은 사물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통해 발견된다는 것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서민경_The Other Journey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서민경 작가가 인물을 관찰하는 방식은 조용하고도 은밀한 취재와 같다. 「The Other Journey」에서 인물들의 뒷모습을 주로 담은 것은, 작가가 그들의 삶에 조용히 다가가면서도 방해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어딘가로 향하거나, 시선을 어딘가에 고정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행동 양식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들의 시선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관객은 이 익명의 인물들에게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작가가 강조하는 '삶의 순환성'과 '여정 속의 개별적 서사'를 더욱 부각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서민경_The Other Journey 3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또한 작가는 자연을 넉넉하게 포착함으로써 인물의 행동에 특정한 방향성을 부여하기보다는, 그들을 광활한 공간 속에 조용히 자리하게 만든다. 인물들이 특정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흐름 속에서 존재 자체로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작품의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삶의 노선이 교차하다 못해 그 구분선이 지워져 생긴 넓은 여백처럼 말이다. 이는 시선을 사로잡는 것을 배제하고 시선의 방향을 암시하는 뒷모습을 찍는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비우는 방식을 통해 채워간다.

서민경_The Other Journey 5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Portrait of Artists」시리즈에서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 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The Other Journey」에서는 인물로부터 거리감을 유지하며 다양한 개별 서사의 가능성을 타진해 봤다면, 「Portrait of Artists」시리즈에서는 인물을 정면으로 등장시켜 한 가지 분명한 삶의 가능성 앞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타인의 삶에 얽혀 들어가며 스스로 삶에서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꾀하는 것이다. 또한 한 인물을 조명하는 것은 인간의 유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을 바라보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통찰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초상화의 기록을 넘어, 개인의 서사가 어떻게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서민경_The Other Journey 9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작가는 인물의 표정과 시선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며, 이를 바라보는 관객은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며 작품과 교감하게 된다.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들은 일방적인 대상이 아니라, 보는 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형성된 시선의 교환은 결국 예술이 가지는 소통의 본질을 강조하며, 한 사람의 삶이 다수의 삶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민경_The Other Journey 1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예술은 결국 사람을 향하고, 사람을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과정이다. 서민경 작가는 삶 속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연과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 예술이 얽히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시도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삶의 여정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 박상은

서민경_The Other Journey 1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서민경_The Other Journey 2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17

The Other Journey ● 영국과 독일에서 지내며 작업한 「또 다른 여정」은 삶의 연장선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삶은 짧지만 길고, 고독하고 외롭지만 우리에게 기쁘고 감사한 선물을 준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삶이 장거리 여행이라 생각되었다. 인간의 생과 사는 스스로의 힘에 결정되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태어남과 죽음의 중간인 삶의 여정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운명의 여정 속에서 일상을 순환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들이 삶을 가장 빛나게 한다. 더불어 과거와 미래는 곧 현재이다. 흘러가는 삶의 여정을 내면의 시선을 통해 작품 속에 담아낸다. 삶과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바탕이 되어 피사체에 대한 섬세한 감정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여 일상의 특별함을 읽을 수 있다.

Portrait of Artists ● 작가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의 초상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토마스 루프(Thomas Ruff)와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사진작가 윤정미(Jeongmee Yoon) 교수, 영화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의 오랜 조감독 프랑수와 네메타(François NEMETA) 감독 등 미술, 음악, 영화, 무용, 문예 등지의 다양한 예술가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는다. 작가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거장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작업 세계가 더 깊고 넓어졌다고 말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보고 느끼면서 관계에서 오는 에너지에 힘을 얻는다. 즉 다시 말해 세상에 대한 관심이 인간을 향하게 하고 인간에 관한 관심이 사물과 현상을 통찰하는 작가의 세계에 든든한 중심이 되어준다. ■ 서민경

Vol.20250207g | 서민경展 / SEOMINKYUNG / 徐民京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