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5_0206_목요일_04:00pm
참여작가 강용석_강홍구_권기동_노영훈 레지나 호세 갈린도_밈모_박진영 방병상_방정아_안성석_오제성 이용백_진기종_최재훈_투안 앤드류 응우옌 폴 샴브룸_하태범_허보리
주최 / 서울대학교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대학교미술관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151동 Tel. +82.(0)2.880.9504 www.snumoa.org @snu.moa
무기세 시대의 예술-'무기를 들지 않을 수 있는 힘'에 대하여 - 인류세와 자본세 ● 작금의 급격한 온난화로 지구는 파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명 종말 수준의 온난화 기준은 섭씨 2도 상승이다. 이미 목전에 도래한 1.5도 상승이 실현되면, 약 3억 5천만 명이 가뭄에 노출되고, 불과 10여 년 안에 1억 2천만 명 이상이 극심한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탄소 배출량 증가에 대한 책임에서 가장 먼, 지구 남반부에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사람들이 가장 앞선 피해자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배출된 탄소의 절반 이상이 1980년 이후에 발생했고, 그 70%는 100개 대기업의 책임이다. 특히 BP와 로열더치셸 같은 영국의 석유회사들이 올린 성과와 결부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 탄소 발자국'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책임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자신들은 예술 후원 등의 이미지 전략을 통해 오히려 명예의 전당에 등극한다. 이런 폭력적인 과정을 영속화하는 데 있어 미술관이 막대한 사회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의 동반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탈식민지화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희생자의 목소리와 경험을 봉쇄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세 담론이 이와 다르지 않다. 인류를 기후 위기의 동일한 주범으로 묘사함으로써, 산업 자본주의의 특정 시스템과 그 주체의 책임을 인류 전체의 몫으로 돌리는 면피의 맥락에서다. 제이슨 무어의 '자본세' 개념은 인류세 담론의 오류를 직시한다. 곧 지구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요 원인을 인류 전체의 활동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구조적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기세 ● 무기세는 무기 생산과 기술, 방위산업, 전쟁 등 군사 및 군산복합체의 전지구적 활동이 지구 환경을 비롯한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 시대를 조명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으로, 작금의 군사주의적 문명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경고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핵폭발은 약 1억 8천 도의 열 폭풍을 발생시킨다. 핵폭탄이 기후재앙을 향해 질주하는 문명의 또 하나의 수호신으로 등극한 셈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수년간 미국이 전 세계 무기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압도적인 1위다. 그 뒤를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 영국이 잇는다. 모두 핵확산금지조약 상의 핵무기보유국들이다. 무기 생산 및 수출국, 그러니까 세상을 파괴하고도 남을 무기에 문명사회의 수문장이라도 되는 양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사회 재정의 막대한 비중을 지출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의 생산국들이기도 하다. 물론 현대미술 담론의 주된 생산공장들이기도 하다. 참으로 흥미로운 역설이다. 무력과 아름다움이 일란성 쌍생아인 시대라니! 이들이 무기 시장에 내놓은 상품들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7%를 중동 지역의 국가들이 사들인다. 이 지역의 잦은 전쟁이 글로벌경제의 막대한 비중을 견인하는 것이다. 군사주의로 획득된 부(富)는 무기 수출국 사회 전체로 퍼져 정치, 환경, 엔터테인먼트 산업, 대중 매체, 교육, 과학 등 삶의 모든 측면을 오염시킨다. 리차드 C. 쿡 전 미국 연방정부 정보분석가의 말이다. 영화 『탑건』은 군산복합체의 승리를 널리 홍보하는 할리우드 응원단의 일환이다. 한국은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무기 수출이 74% 급증한 결과 2023년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이 되었다. 한국이 예술의 비약적 성장국가가 되리라는 예측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무기를 들지 않을 수 있는 힘 ● 엔리코 마샤스의 1962년 앨범에 실린 '녹슨 총'이란 제목의 노래 한 구절이 이렇다. "한 군인이 고향 마을을 향해 뛰어가기 위해, 수풀 그늘 어딘가에 놓고 잃어버린, 녹슨 총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네. ... 더는 격발되지 않는 총..." 녹슨 총이 아름다움의 지표라면, 첨단기술이 탑재된 현대식 무기들이 이끄는 문명만큼 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예술의 문제는 '무기가 자국을 지키고 경쟁자들이 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수단'이라는 논리에 대한 무력한 동의로 함축된다. "자기 행성의 온도가 평균 3.5도 상승하도록 무심코 내버려 둘 수 있거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고서 동료 시민에게 여섯 번째 멸종의 수행원 노릇을 떠맡길 수 있는 사람들"의 논리에 투항한 예술의 창백한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무기는 지배자, 강자의 힘의 근거다. 권총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면, 그 무기를 무너트리고 싶은 강자와 상대적인 약자에게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예술의 힘은 무엇인가? '무기를 들지 않을 수 있는 힘'이라고, 자크 엘륄은 말한다. 일반적인 무능력 (unpuissance)과는 다른 선택된 비능력 (non puissance),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생명을 방어하기 위해서조차 그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사람에 의해 내려진 의지적 결단이다." 나치의 처형대 위에서 디트리히 본회퍼가 신에게 요청했던 바로 그 힘이다. 이것이 무기의 힘과 상반되는 힘이다. 예술의 힘이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 심상용
강용석 ●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2년,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은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일대를 미 공군 전용 사격장으로 사용했다. '쿤리 사격장'이라고 불린 이 지역은 해상의 사격 목표물인 '농섬'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비행기 소음과 포성이 계속되었다. 어장과 농경지, 그리고 생활의 터전을 빼앗긴 지역 주민들은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될 때까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생존권을 위협당했다. 강용석의 「매향리 풍경」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넘어 자연과 생명, 그리고 생활의 터전을 위협하는 무기의 모습과 매향리 자체의 생태적 풍경을 담고 있다.
강홍구 ● 강홍구는 사진, 회화, 콜라주, 디지털 이미지 등의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하여 사회의 현실과 이념의 무게를 직시하는 이미지를 제작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인 「행복한 우리집」과 「전쟁공포」 시리즈부터 서울 산경 시리즈의 「연기」, 「언더프린트」의 제로센 이미지와 「무인도」 시리즈 모두 우리 주변의 평범한 환경에 일상을 위협하는 무기 혹은 재난이 결합된 이미지이다. 강홍구의 작업은 분단 국가라는 한국의 특수성을 드러내며 평범한 일상과 전투기가 자연스럽게 혼재하는 우리 사회의 상황과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권기동 ● 권기동은 쉴 틈 없이 발전하는 기술과 그에 따라 순식간에 돌변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포착한다. 작가의 항공 모함과 전투기 시리즈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스펙터클함과 장대함을 드러낸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전투기는 한 국가의 군사적 역량과 위엄을 나타내며, 동시에 대중문화적 아이콘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전투기는 단순한 무기를 넘어서는 상징성을 지닌다. 권기동은 기술과 자본이 주는 압도적인 감각을 포착하며, 이러한 시대 속에서 인간의 감수성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노영훈 ● 노영훈의 작업은 일상과 전쟁, 평화와 폭력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한다. 미키마우스 모양의 방독면, 풍선처럼 보이는 수뢰, 장난감처럼 보이는 지뢰는 처음엔 유쾌하고 무해해 보이지만, 사실 모두 살생을 위한 혹은 살생과 관련된 무기들이다. 노영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과 무기를 결합해 평화로운 일상이 재난과 폭력으로 급변할 수 있는 불안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오늘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감시와 정찰, 살상이 가능한 시대를 반영하며, 개개인의 일상과 의식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레지나 호세 갈린도 Regina José Galindo ● 레지나 호세 갈린도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인류가 지향해야 할 윤리적 함의에 대해 질문한다. 갈린도의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인 「그림자(La Sombra)」(2017)는 전진하는 독일의 주력 군사수출품인 레오파르트 탱크로부터 전력 질주로 도망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냉전의 영향으로 오랜 내전에 고통받았던 과테말라 출신의 작가는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위험에 처한 국가들을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 무기 산업의 통제 불가능성을 시각화한다.
밈모 ● 밈모는 염원의 도구로서 성물(聖物)과 무기 사이의 공통점을 탐구한다. 신성한 빛을 발하는 레일건, 총기 거치대 형태의 기도 의자, 미사일을 든 성녀, 전투기를 연상시키는 천사와 같은 이미지를 통해, 종교적 상징과 군사 기술의 형식을 결합하여 폭력과 전쟁의 부조리함을 드러낸다. 레일건의 총구나 레이저 포인터를 통해 겨누는 빛은, 보는 이에게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쟁과 같은 실존적 고통과 폭력을 은유한다.
박진영 ● 미나미산리쿠는 일본 도호쿠 지방에 위치한 지역으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시기 큰 피해를 입었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몰아칠 당시 대다수의 주민들은 방재청사로 대피했지만, 12.3m의 쓰나미가 방재청사까지 집어삼켜 대피한 주민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만든 기술이었다. 생활의 평안함과 안락함을 위해 에너지를 제공해주던 핵발전 기술은 그 어떤 무기보다 위험한 방식으로 인간의 삶에 위해를 가했다.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후 폐허가 된 도시를 담은 박진영의 사진은 자연재해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하여 사회정치적 혼란, 그리고 인간의 연약함과 유한성으로 이어진다.
방병상 ● 방병상은 볼거리로서 무기를 사진에 담는다. 움직이거나 발사되는 무기를 8000분의 1초 초고속 셔터 스피드로 연속 촬영한 섬네일, 군대 행사나 전술 훈련 현장에서 무기의 위력을 구경하는 사람들, 일상적인 공간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합성된 무기 이미지 등 방병상의 작품은 살생이라는 무기의 목적성이 아닌 시각적 스펙터클에 집중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비현실적인 현실에서 무기의 형상을 담는 방병상의 작업은 미디어 속 무기 이미지의 허상성을 드러낸다.
방정아 ● 인류의 종말을 담은 아포칼립스물에서 좀비는 흔히 등장하는 소재이다. 좀비는 인간성을 잃고 생존 본능만 남은 폭력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방정아의 작업에서 좀비는 아무런 인식 능력 없이 핵에너지에 오염된 존재들에 대한 은유로 그려진다. 7m 높이의 4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걸개그림 안에는 핵에너지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좀비들과 그사이에 숨어 있는 생존자들이 함께 그려져 있다. 방정아는 삶과 땅을 파괴하는 핵발전의 위험성과 폭력성을 생각하는 능력 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욕구만 남은 좀비를 통해 그려낸다.
안성석 ● 안성석은 가상과 실제를 넘나들며 시공간을 재조합하고, 장소에 축적된 시간성과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여 탐구한다.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는 FPS 게임과 같은 배경에서 진행되는데, 탄피가 떨어지는 총소리가 시계 알람 소리와 겹쳐져 작품에 긴장감을 더한다. 작품 속 가상의 스테인드글라스 구조물에는 죽음에 가까운 모습의 군인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군복을 입고 생을 마감한 군인들의 이미지는 은폐된 군대의 부조리와 전쟁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그들의 처참한 모습을 통해 작가는 흔한 전쟁 기념비의 영웅적 이미지를 반전시키며,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오제성 ● 오제성은 3D 스캔과 프린트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양식의 조각을 결합하고, 신기술로 이루어진 산업 재료로 과거의 작업을 구현하며 과거와 현재를 조각으로 연결한다. 오제성의 「조각에 대한 기억」은 세 명의 사람 그리고 어린아이가 머리에 무언가를 지거나 손에 무언가를 들고 일렬로 걸어가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아버지로 연결되는 조각을 통한 기억은 다사다난했던 한국의 근대사를 은유적으로 그린다. 조각을 통해 시대를 연결하는 오제성의 작업은 전쟁과 분단 그리고 군사 독재를 거쳐 오늘을 이룬 한국의 현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용백 ● 꽃은 생명력 넘치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용백의 「엔젤-솔저」 시리즈는 꽃의 상징성을 통해 한국 사회 기저에 깔린 모순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이용백의 「엔젤-솔저」 시리즈는 화려한 조화로 가득 찬 꽃밭 속 꽃무늬 군복으로 위장한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언뜻 보면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인공적 공간을 자세히 보면 무장을 한 군인들이 잠복한 전쟁터임이 드러난다. 「플라워 탱크」 또한 「엔젤-솔저」의 연장선상에 있다. 생명과 평화를 상징하는 꽃으로 둘러싸인 무기 혹은 군인으로 이루어진 이용백의 작업은 겉으로는 안온해 보이지만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전쟁의 위협이 내재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최재훈 ● 최재훈의 「나의 역사적 상처」 연작은 스테인리스 거울에 작가가 자신을 향하여 실탄을 사격한 행위의 결과물이다. 스테인리스 거울 위 총탄으로 패인 상처로 표면이 일그러지고 자연스럽게 거울이 비치는 풍경 또한 왜곡되고 불확실해진다. 작가는 거울에 총을 쏘는 행위를 통해 자신과 타자의 상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상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정전 상태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무감각한 두려움과 전쟁의 실체적 공포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최재훈의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의 상처, 그리고 공포와 망각을 오간다.
투안 앤드류 응우옌 Tuan Andrew Nguyen ●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지역에 걸쳐 광범위한 폭격을 감행했다. 1955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이 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공습이 이루어진 시기로 기록된다. 셀 수 없이 많은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그중 많은 수가 불발탄으로 아직까지 전쟁의 참상으로 남아 있다. 「대포 소리, 슬픈 후렴과 같이 익숙한(The Sounds of Cannons, Familiar Like Sad Refrains)」에서 투안 앤드류 응우옌은 미군의 아카이브 기록 영상과 베트남 꽝찌(Quảng Trị) 해안 지역의 불발탄 해체 장면을 병치한다. 작품은 불발탄으로 인해 오염된 땅을 치유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군의 프로파간다적 이미지와 사운드, 그리고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불발탄의 독백을 통해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애니미즘적인 서사의 영역을 넘나든다.
폴 샴브룸 Paul Shambroom ● 폴 샴브룸은 무기의 형태를 과장이나 가치판단 없이 포착한다. 사용의 기약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핵무기의 모습을 담아내고, 미국 전역의 공공장소에서 전시되고 있는 퇴역 무기를 찾는다. 샴브룸은 죽음을 초래하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무기의 기념비성에 대해 질문한다. 샴브룸의 사진은 무기한으로 연장된 허울뿐인 핵 관련 국제조약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하고, 죽음과 전쟁을 상징하는 무기가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공간에 박제화된 아이러니함을 드러낸다. 샴브룸의 작업은 무기의 상징적 의미를 넘어선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실체를 직면하게 한다.
하태범 ● 하태범의 사진과 영상 작업은 전쟁, 사고, 재난 등의 비극적 이미지를 수집한 후, 이를 미니어처 세트장에서 재현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보도사진과 유사한 구도와 관점이지만, 고통당하는 사람들, 혈흔, 파괴된 색깔 대신 모든 이미지가 하얗게 치환되어 나타난다. 작가는 폭력과 무기의 파괴적 힘을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의미 없는 형체로만 드러내어, 무기의 진정한 의미와 그로 인한 피해를 다시 한 번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허보리 ● 허보리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넥타이와 양복을 이용해 전쟁과 폭력의 무기를 만들어 현대 사회의 치열함과 경쟁을 은유한다. 양복과 넥타이로 만든 무기들은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의복이 전투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허보리가 만든 전차, 총, 고폭탄, 수류탄 등은 실제 전투에서 사용되는 모델들이지만, 의복으로 제작된 무기들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말랑말랑한 형태로 변형된다. 그의 작업은 폭력적인 체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평화와 부드러움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서울대학교미술관
□ 연계 프로그램: 큐레이터와의 전시관람 - 2025.02.26.(수), 03.26.(수), 04.30.(수) 14:00-15:00 / 무료
Vol.20250206c | 무기세 武器世 The Weaponocene Epoch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