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 百花

이난희展 / LEENANHEE / 李蘭熙 / painting   2025_0205 ▶ 2025_0217

이난희_문호리에서-연_캔버스에 유채_72.7×90.9cm

초대일시 / 2025_0205_수요일_05:00pm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 기획 / 이난희

관람시간 / 10:00am~07:00pm

충북갤러리 CHUNGBUK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2층 Tel. 070.4224.6240 www.cbartgallery.com @cbfccbfc

이난희 개인전 백화(百花)에 부쳐-그 많던 맨드라미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이난희 작가의 그림을 보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 선생의 소설이 떠오른다.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로 표현한 이 작품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자연 자체인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인물, 혹은 그 시대 사회상이 작가만의 문체로 다듬어진 날 것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선생이 왜 소설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인다. 하여 이 작품이야말로 박완서 소설의 뿌리이자 원형(原型)이다. ● 누구에게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면 먼발치서 바라보는 듯 애잔하다. 유년 시절 자연을 묘사한 이 소설에서 어렴풋하게 이난희 작가의 유년이 아련하게 오버랩 된다. 청주시의 중심 북문로에서 태어난 작가에게 어린 시절 집 앞에 깔려있던 아스팔트 포장 길은 캔버스였다. 곱돌을 크레용 삼아 낙서하듯 포장길 바깥의 자연을 보이는 대로 막연하게 그리기 시작한 한 소녀가 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 그리는 일이 본능처럼, 오래된 습관처럼 온몸에 체득되어 갔다. 소녀가 했던 보고 느끼고 그려보는 행위는 훗날 자연스럽게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근본이 되었고 수많은 그림의 원형이 된 것이다. ● 유년 시절부터 쌓아 올린 관찰과 사색의 힘은 결혼과 육아라는 휴지기를 거쳐 한 사람은 소설가로,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가슴 한쪽에 키워온 두 소녀의 애틋한 갈망이 다른 듯 닮았다.

이난희_선운사 가는 길_캔버스에 유채_60.6×72.7cm

이난희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놀이이고 생각의 표현이고 남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말과 같은 도구다. 유년에 보았던 자연과 현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과 나무가 주된 작업의 소재라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더하면서 재료나 표현기법, 그림의 형식에 차별을 두고 있을 뿐이다. ● 나팔 모양으로 낮에는 활짝 피었다 저녁이면 오그라드는 메꽃. 빨강 꽃과 초록 잎사귀의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진취적인 이미지의 맨드라미. 한 없이 고요하게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난 잎.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모란과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작약까지. ● 길을 산책하다 이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으면 작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들여다본다. 결국 사진을 찍어 오거나 이튿날 어김없이 스케치북을 들고 다시 나선다. 기어코 그 꽃을 그려내야 갈망이 해소된다. 그림을 그리며 꽃의 색감이나 주변 환경, 날씨와 빛, 그날의 기분 등을 고루 반영한다. ● 그림을 그리다 다시 그 대상의 실체가 궁금해지거나 화면을 완성하기 위해 뭔가 미진하다면 다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가고 또 가기를 반복한다. 이난희 작가가 꽃을 캔버스에 옮기는 기나긴 여정이다. ● 이 여정 속에서 작가는 꽃과 나무로 이뤄진 자연의 생명력에 늘 무한한 경외감을 느낀다. 사람의 발길에 쉽게 차이지만 그래도 그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 쓰는 들꽃이나,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의 변화는 작가를 위해 존재하듯 매 순간 다르게 빠져든다.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의 과정은 자연과 일체가 되거나 공감하지 않으면 지난한 일이다.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난희_설경_캔버스에 유채_56.6×72.7cm

작가의 이번 개인전 주제는 『백화(百花)』이다. 수많은 꽃을 그려 선보인다는 의미이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맨드라미 꽃에도 백 가지의 다른 표정이 보인다. 집 근처 중량천을 산책하다 만난 강렬한 맨드라미. 어느 한적한 시골 전원주택 마당에 핀 소박한 맨드라미. 교회 벽돌 벽에 바짝 붙어 핀 살가운 맨드라미. 사찰 마당 나른한 햇살 아래 핀 고요한 맨드라미. 일찍 서리를 맞아 축 늘어진 맨드라미. 형태가 독특해 괴기스러운 맨드라미. 홀로 가을에 자태를 뽐낸 노란 맨드라미. 이루 말할 수 없는 맨드라미 들이 각각 표정을 달리하며 작가와 조우한다. ● 한적한 길과 우중충한 지붕 아래, 혹은 회색 담벼락 곁에, 또는 두엄을 만드는 마당마다 붉은 기상으로 물들이던 꽃은 초겨울 서리에 초라하게 시들지만 이듬해 어김없이 화려하게 부활한다. 비록 그 많던 맨드라미가 한때 사라질지언정 다시 거친 땅을 비집고 나올 것을 알기에 작가는 침착하게 기다린다. ● 같은 맨드라미라도 작업의 연륜을 더하며 점점 표현이 단순해지고 있다. 열정으로 만난 청춘의 맨드라미가 닭벼슬 모양의 빨간 꽃을 섬세하게 한 올 한 올 곧추세웠다면, 이제 고희를 넘긴 작가의 맨드라미는 한지에 수채화로 많은 걸 생략한 단순한 붓질로 마무리된다.

이난희_양수리에서-맨드라미_한지에 수채_37.9×37.9cm
이난희_양수리에서-맨드라미_캔버스에 유채_46×99.5cm

작가는 꽃을 그리돼 보이는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그림을 바라볼 때 느낀 마음가짐에 주목한다. 다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색채다. 보색의 느낌을 살리고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표현하고 싶은 의지에 따라 색채를 조절한다. 이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는 한없이 고요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꽃을 관조하고 음미하며 사색하는 과정이 작가가 만들어 낸 '그 어떤 맨드라미'로 태어나는 것이다. ● 작가는 오랫동안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려왔다. 언젠가부터 맑고 투명한 수채화에 매력을 느낀다. 유화와 다르게 수채화는 감각적이고 경쾌한 느낌을 주어 그린 이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한동안은 이 수채화에 몰두할 것 같다. ● 작업 환경공간과 때에 따라 그림의 크기도 달라진다. 청주시 문의면 남계리 작업실에서는 큰 작품을 할 수 있지만 서울의 좁은 공간에서는 그에 걸맞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 '백화'에서 작가가 선택한 것은 22cm짜리 정사각형의 한지 프레임이다. 한쪽 벽면 전체를 22cm짜리 그림들을 연결해 설치한다. 이 외에도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꽃을 각기 다른 얼굴로 그려낸 작품을 건다. ●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형식을 고민하고 시도한다. 수채화와 한지의 만남은 작가에게 또 다른 경이이다. 물을 머금은 수채화가 한지에 다가가 스며드는 번짐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듯이 작가는 앞으로 또 어떤 미학에 빠져들지 알 수 없다. 백 가지로 표정을 달리한 꽃이 화답할 차례다. ■ 김정애

보통 정신적이거나 경제적이거나 방황과 갈등를 견디다가 인간의 삶은 원래 그런거야 라고 간주한다. 한편으론 합리화 하면서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다. 조금만 더 위로 받고싶다 에서 늘 작업에 임한다. 그림그리는행위는 일상이며 생활이다. 춘하추동 계절이 바뀌면 감각도 변화하고 감정도 변한다. ● 나이 듬은 또하나의 변수다 생활의 단순화가 이어지며 작품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내 스스로 기대하며. (작가노트 중) ■ 이난희

Vol.20250205a | 이난희展 / LEENANHEE / 李蘭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