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방식 : 우리가 말하는 것

One Way of Art : What We Say

박상혁_임성수_한충석展   2025_0204 ▶ 2025_0420 / 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청주시_청주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CHEONGJU MUSEUM OF ART Ochang Gallery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오창공원로 102 오창호수도서관 2층 Tel. +82.(0)43.201.2650 www.cmoa.or.kr

"미디어는 메시지다." 캐나다의 철학자 마샬 맥루한(1911~1980)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1964)에서 현대 사회에서 '매체(media)'가 인간의 감각과 인식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변화시키는지를 언급했다. 맥루한은 기술과 매체가 단순히 정보 전달의 수단을 넘어서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미디어는 메시지다"로 매체 자체가 가져오는 영향은 매우 크며, 인간을 확장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미디어라고 간주하였다. 이는 단연 기술이나 공학과 같이 복잡한 분야의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미술(art)에 있어 미디어(media)는 미술의 재료 또는 도구가 될 수 있고,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관람자를 위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앞서 마샬 맥루한의 개념을 이렇게 바꿔 쓸 수 있다. - "캔버스는 메시지다." ● 플라톤 이후의 예술이 모방을 목적으로 했다면, 현대미술의 개념에 이르러서는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의미와 의도를 가지게 되었다. 똑같이 모방하는 것이 미술인 시대를 지나, 팝아트, 비디오아트, 디지털아트, 대지미술, 개념미술 등 수많은 미술의 개념이 생겨났으며, 이제 미술은 기술과 도구의 발달에 힘을 얻어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마음껏 표현하는 소통창구가 되었다. ● 주목받는 예술은 시대에 따라 그 주류를 달리했다. 최근 들어 다양한 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감동을 주며, 때로는 충격을 주기도 하는 다양한 예술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과 도구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회화는 건재하다. 가장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방식인 회화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우리에게 새로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캔버스라는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고요한 울림은 여전히 개인의 사고를 넓고 깊게 돕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기획전 『예술의 방식 : 우리가 말하는 것』은 이 복잡한 시대에 묵묵하게 또 경쾌하게 자신만의 작업을 하면서 예술의 삶을 추구하는 박상혁, 임성수, 한충석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작가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캔버스 위에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character)을 통해 각자의 '하고 싶은 말'들을 전하고 있다.

박상혁_크고 가벼운 v.5(Big and Light v.5)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24
박상혁_안녕 인간(Hello Huma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3cm_2017

박상혁은 캐릭터 네모나네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간극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결핍을 표현하고 있다. '네모나네'는 인간을 닮은 캐릭터이자 작가의 비언어적 표현, 즉, 회화나 조형으로 불특정 대상과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하나의 상징(symbol)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네모나네가 위치한 환경에 정서적 이질감을 의도하여 그림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을 관람자가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회화적 방식이다. 즉, 본질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감춰서 각자의 결핍을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그의 회화적 표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에 출품한 「크고 가벼운 v.5(Big and Light v.5)」(2024)는 인형, 신발, 옷 등 교감할 수 없는 사물들이 공간을 채우는 만큼 정서적 공허함이 커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네모나네가 사물과 함께 있는 모습을 통해 오붓하고 다정한 공동체의 결핍으로 남겨진 개인의 공간에 대해 다룬다. 또, 작가는 예전에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에 걸친 숲에서 사슴과 마주했는데, 사슴 하나가 그 주변을 깊은 자연으로 만들었던 경험을 「안녕, 인간(Hello, Human)」(2017)에서 작은 공간을 할애해 초대하고자 했다.

임성수_Manual for Nomad_캔버스에 유채_80.3×80.3cm_2024
임성수_Manual for Nomad_캔버스에 유채_80.3×80.3cm_2024

임성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작가의 자화상이자, 무의식을 반영한 아바타이며, 화면 속에서 끝없는 미션을 수행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성별도 정체도 알 수 없으며,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고 친근하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투사한 캐릭터는 그 생김도, 정체성도, 이름도 모호하지만, 화면 안에서 자신의 신체를 여럿으로 분신시키거나 변신시켜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업 초기에 보여줬던 '매뉴얼' 연작을 다시 선보인다. 만화적인 이미지나 캐릭터 혹은 약화되어 드러나 있는 상징들이 배치되어있는 이 시리즈는, 비정상적 설명을 펼침으로써 표면적으로 잘 제도화되어있는 현대 사회 속의 불안한 심리와 역설을 말하고자 한다. ● 일반적인 매뉴얼(작업지시서)은 상상력이 필요치 않지만, 임성수의 매뉴얼을 따라가다 보면 함정에 빠지거나, 기능을 상실한 채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작품이 관람자의 해석을 통해 스스로의 이야기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한충석_Black Rabbit_without Fear_한국 코튼지에 아크릴채색_200×240cm_2019
한충석_A Heart Containing the Universe_한국 코튼지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24

한충석의 작품에는 친근한 동물들이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캐릭터의 눈빛이나 행동들로 현대 사회에서의 누군가와 또는 어떤 대상과의 관계와 소통, 인간의 내면과 자아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표현하며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또, 그는 재료로 광목천을 사용하는데, 광목천에 아크릴 물감이 스며들게 하는 기법으로 특유의 따스하고 깊은 느낌을 나타낸다. 이러한 표현기법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복합적인 감정과 내면을 더욱 깊게 확장한다. ● 그의 작품에서 자주 나타나는 검은 동물은 작가의 청년 시절의 반려동물이자 친구로, 그를 통해 우리가 관계 맺는 모든 대상 사이에는 '퍼스널 플레이스'가 필요함을 깨닫게 해 준 존재였다. 이를 계기로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였으며, 「그들이 사는 숲」은 그의 대표적인 소재 중 자작나무와 부엉이들이 나타나 있다. 또, 최근에 그는 소년이나 소녀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등장시켰는데, 관계의 근원은 가족이라는 답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 소녀, 주먹을 쥐고 있는 소년, 우주를 품고 있는 소녀 등의 도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누군가와 또는 나 자신, 어떤 대상과의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예술의 출발점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삶이 이들의 작품을 통해 풍요롭기를 바라며,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 전시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말, '우리가 말하는 것'은 미술을 쉽게 접하고, 즐기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이중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이 어렵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쉽게 다가올 수 있음을, 또 우리의 삶과 생각, 태도와 마음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길 바란다. ■ 청주시립미술관

Vol.20250204a | 예술의 방식 : 우리가 말하는 것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