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

현태준_손현수_김원규_유화수展   2025_0116 ▶ 2025_0208 / 일,월,공휴일 휴관

강의 / 2025_0201_토요일_05:00pm

항노화(anti-aging) 어떻게 실천할까 이효석(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 아팅 디렉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아팅의 신년 초대 작가 넷의 공통된 인상을 궁리하다가 재기발랄을 골랐다. 긴 해설을 달지 않고 간단한 형용사 하나만 던져두고자 했다. 되돌아보니 아팅의 지난 해 신년 전시도 만화의 질감을 취한, 공예 조각 동양화 등으로 구성한 「만화처럼」이었다. 이번 초대 작가들도 만화의 질감을 취한 점에선 같다. 그렇다고 작년과 동일한 반복을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 해가 바뀌니 심기일전(心機一轉) 제구포신(除舊布新) 종이부시(終而復始)처럼 자력갱생(自力更生)과 관련된 사자성어를 의식하게 된다. 크로스 컬처의 중심에 있는 만화의 색채를 띤 미술도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주는 점에선 사자성어의 효과를 지녀 다시 택한 것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는 노스탤지어(향수鄕愁)와 긴밀히 연결된 재기발랄 코드다. ● 지난 해 송년 전시처럼 아팅은 신년 전시에도 강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신년인 만큼 강연 주제로 근래 주목받는 '항노화(anti-aging)'를 정했다. 초대 강사 이효석은 카이스트KAIST 물리학 박사(학,석,박사) 출신이지만, 다종다양학 박사이기도 하다. 항노화의 강연자로 초대된 이유다. 인문학에 관심을 둔 이공계는 드물게 만나지만 순수 예술에까지 애정을 확장한 예는 극소수인 점에서 그 극소수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항노화의 주제 강연과 재미와 감각을 겸비한 미술 전시를 만나 재기발랄한 2025를 시작하자.

현태준_무제_종이에 채색_210×300cm_2017
현태준_첫딸_종이에 채색_300×210cm_2017

현태준 ●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분명해지는 진실은 많다.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한 KT&G 상상마당 갤러리가 2007년 문을 열 때 개관전 초대작가로 전업미술가가 아닌 현태준의 개인전을 내놨다. 미술 장르 파괴의 현주소를 기획한 로댕 갤러리의 2006년 전시 「사춘기 징후」에도 그가 초대됐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장난감 전문가, 수필가, 수집가등의 직함을 갖는 현태준은 25년 전인 새천년 전후 거침없던 한국사회 문화 르네상스의 징후적 예술가였다는 생각을 시간이 지나서야 하게 됐다. 지금처럼 각박한 세상에선 허용될 수 없는 농염한 표현을 멋대로 구사했던 최전선의 인물인 점에서 옛 시절이 그리워지는 작품을 출품한다.

손현수_원더 캔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2
손현수_치파오를 입은 캔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7cm_2014

손현수 ● 원작의 재가공에서 문화의 위력을 실감한다. 손현수의 대표작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신드롬이던 문화 현상을 통째로 소환한다. 원작 순정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가 『캔디캔디 キャンディキャンディ』라는 원제의 일본산이라는 게 관건이다. 일본 대중문화의 지배력이 컸던 1970-1980년대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의 추억을 송두리째 불러온다. 손현수의 캔디는 청순가련형 소녀라는 원본의 테두리를 벗어나 간호사 복장, 원더우먼, 초미니 치파오 차림의 성인물에 어울릴 법한 캐릭터로 등급을 바꿔 출현한다. 원작을 수평적으로 옮기지 않고 자기 색을 입혀서 정체되지 않은 새 문화를 만든다.

김원규_Intuitive Feeling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5×60.5cm_2024
김원규_Intuitive Feeling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45.5cm×2_2024

김원규 ● 재기발랄한 색면과 선명한 검정 구획선을 띤 팝아트 화풍 작가군이 화단에 있다. 김원규도 그 안에 속할 테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 팝아트 작가는 그와 연결된 인물형 캐릭터를 고정적으로 갖는 편이다. 김원규는 대표 캐릭터를 만들지 않았다. 팝아트 작가는 위험수위를 넘나들지 않고 균일한 경쾌함에 머무는 쪽을 따른다. 김원규의 팝은 취향에 따라 꽂히는 이와 내치는 이로 갈린다. 동심과 성인물의 경계를 오가는 화면을 내놓기 때문인데, 김원규에게 느껴지는 향수란, 작가가 유년기 감성을 지닌 예외적인 성인이라는 점에 있다.

유화수_Sweet world_아크릴 캔버스에 천, 유채_22.7×15.8cm_2021
유화수_Sweet world_아크릴 캔버스에 천, 유채_22.7×15.8cm_2021

유화수 ● 비좁은 화면에 소년 소녀 말 포도 등이 고밀도로 옹기종기 모인 채색화에서 높은 장식성을 체감한다. 유화수의 회화 연작은 동시대적이지만, 19세기에 발간된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본 삽화의 질감도 실어 나른다. 그림 속 소년 소녀는 19세기 빅토리아풍 의상을 차려입었다. 채색화 연작은 손으로 묘사한 그림과 작게 도려낸 꽃무늬 패턴 천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꽃무늬 천이나 소품 채색화의 첫인상에서 19세기 아르누보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미소녀와 꽃과 덩굴의 곡선미에서 차별점을 행사한 아르누보Art Nouveau의 뜻은 '새로운 미술'이다. ■ ​반이정

Vol.20250116c | 재기발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