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노인들, 장애인들, 작은 동물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나)과 같은 모습들. 작고, 눈에 띄지 않고, 아주 조용한 것들. 집과 고향을 찾아 움직이는 것들이다. 시선의 주변에만 존재하고, 함께하지 못한다는 마음이 자꾸만 궁지로, 궁지로 몰아간다. ● 그들은 어디서 사는지 모르고, 또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출처가 불분명한 존재들이다. 마을사람A는 연극이나 애니메이션 속의 주변 인물을 부르는 말이다. 이름이 없고, 스쳐 지나가면서, 또 어디로 갈지 모른다. 때론 그들은 얼굴이 없거나 크게 왜곡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연극을 보면서 그들의 정체를 알려 하지 않는다. 혹은 그들이 존재하거나 주인공과 함께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악역에 있어 증오나 미움의 감정과 같은 인상이 남지만 마을사람A는 어떠한 감상도 남지 않는다. 잠깐동안 장면 속에 나타나서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마치 실체 없는 존재와 같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인지되지 못하는 그들과 닮아있다.
그들은 서로 기대어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다. 함께하지만 점점 멀어지는 거리, 같이 있지만 또 다른 공간에 있는 모습들에 집중하며 그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돌아갈 곳을 마련해주고 싶은 욕망에서부터 이름을 고안했다. ● 사람의 모습을 닮은 현상들을 주로 그린다. 그들을 바라보고, 작업으로 옮기는 이유는 나와 같은 존재를 보고 위안을 얻고, 또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화면 속 존재들은 서로 기대어 외로움을 공유하기도 하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태연하게 존재하기도 한다. 수집된 이미지들은 배경을 조금씩 지워나가면서 표현되었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사물의 현 상태에 집중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전달하고 싶은 존재만을 집중하면서 질문들(어떻게 변해왔는가/ 과거엔 어떻게 사용되었나 등)을 되뇌이는 과정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런 질문들은 일종의 "내 손을 떠났음"과 같은 존재의 책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양한 감상을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했다.
초기엔 버려진 사물을 그렸다. 사물들은 어떠한 쓰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간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애장품이 되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며, 혹은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잊혀져 구석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상의 일부이다. 이 점은 사람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주변 인물이 된 사람들) 그들은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고, 항상 곁에 있는 듯 하지만 어느새 잊혀져 잔상만 남은 기억의 잔해가 되기도 한다. ● 이후 "주인이 없는 것"에 집중하면서 비둘기와 같은 모습들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존재들.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려진 사람처럼,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으면 모두 같은 동물인 것 같다가도 완전히 초면인 것만 같다. 그들을 바라보며 "집이 없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돌아갈 곳이 없으면 어디를 바라보고 살며, 어디에 기대야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나였다면 불안했을 것이다. 나에겐 꼭 돌아갈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은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면 살아남고 있었다.)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의 표본. 떠돌이이자 정착민이기도 하다.
그들도 같지 않을까. 그들도 외롭지 않을까.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곳을 찾아주고 싶다. 흐릿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다. 돌아갈 곳 없는 존재들, 갇혀만 사는 존재들, 버려진 존재들, 주인 없는 존재들. 약간은 불만스러운 삶을 사는 듯한 모습들을 포착하고, 이름을 지어주거나 돌아갈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의무인 것만 같다. ● 우리도 누군가에게 마을사람A가 되기도 한다. 혹, 자기 자신의 삶 안에서 마을사람A가 된다. 자신을 잃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모습들. 중심에서 살짝 밀려나 주변에 존재하는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들. 그들을 바라보며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자문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 엄승주
Vol.20250103b | 엄승주展 / EOMSEUNGJU / 嚴升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