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bject 오'오브젝트

김지원_정정엽_홍경택_김영성展   2025_0101 ▶ 2025_0330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성인 10,000원 / 학생 8,000원 단체 9,000원(20인 이상 사전예약시) 기타 자세한 사항은 ▶ 홈페이지 참고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MIMESIS ART MUSEUM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Tel. +82.(0)31.955.4100 mimesisartmuseum.co.kr @mimesis_art_museum www.youtube.com/@mimesisartmuseum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2025년 첫 기획 전시로 『o'Object 오'오브젝트』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각 작가가 현재 집중하는 시각적 대상에 자기만의 주제를 투사하여 회화적 실험을 깊이 있게 실천하며 얻어 낸 예술적 성취, 그리고 이들이 몰입하고 있는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오브젝트」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 『o'Object 오'오브젝트』의 「o'(아포스트로피)」는 of the를 포함하여 다양한 축약을 나타내는 부호이자 방향이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담긴 상징을 의미한다. 오브젝트에 이러한 열린 방향성의 의미를 지닌 부호를 붙인 것은, 이번 전시의 작가들인 김지원, 정정엽, 홍경택, 김영성이 각자 소재로 한 대상을 매개체로 삼아 자기만의 이야기, 혹은 내면을 이끌어 나가면서 오브젝트의 역할을 고정하지 않고 계속 변모시키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주목한 오브젝트인 김지원의 맨드라미, 정정엽의 곡식 알갱이, 홍경택의 필기구와 책, 김영성의 작은 생물이 담긴 유리잔 등은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작가의 의도적 시선과 몰입에 의한 고밀도의 인내가 필요한 「그리는 행위」를 거쳐 캔버스에 흥미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o'Object 오'오브젝트』의 작가들이 선택한 소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들이다. 그렇기에 막상 그림 앞에 다가서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낯선 감정은, 그림으로써 세계를 통찰하고자 하는 작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되어 준다.

김지원_맨드라미_리넨에 유채_228×182cm_2015
김지원_맨드라미_리넨에 유채_228×182cm_2011
김지원_맨드라미_리넨에 유채_228×182cm_2008

김지원의 맨드라미는 지속적인 변화를 겪는 작가의 내면을 반영한다. 김지원이 동시에 진행하는 여러 연작 중에서 맨드라미는 가장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맨드라미의 전성기인 한여름의 싱싱한 붉은빛보다는 겨울을 맞아 어둡고 탈색된 색감의 맨드라미를 주로 그린다. 겨울이 다가와 모두 스러져 버린 맨드라미 꽃대의 군락은 마치 숙달된 연기를 펼치는 배우와도 같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캔버스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긴장감과 숭고함마저 자아낸다. 김지원이 그린 맨드라미는 날카롭고 섬세한 터치로 인해 사실적으로 묘사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물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초점이 흐려진 것처럼 그저 뭉개진 붉은 덩어리로 그려진 부분 또한 발견하게 된다. 캔버스 위의 그림을 계속 응시하다 보면 점차 맨드라미라는 대상에게서 벗어나게 되고, 우리는 어느새 겹겹이 쌓인 물감 층을 보고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대상이 변화하는 경험은 작가 자신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공간인 캔버스 위에서 날마다 그림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일 것이다.

정정엽_씨앗-틈2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24
정정엽_바다2_캔버스에 유채_130×130cm_2018
정정엽_축제6_캔버스에 유채_112×112cm_2013~8

정정엽의 곡식은 알알이 모이고 흘러 다른 어떤 것이 된다. 풍경이 되고 글씨가 되며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곡식이라는 생명의 근원이기도 한 작은 입자로 캔버스 위에서 삶의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한 알씩 들여다보면 작은 팥, 콩 알갱이 한 톨임이 분명한데, 어느새 이들은 마치 혈관 속 미세한 혈액 방울처럼 보이다가 어느덧 근육질 팔의 형태, 거대한 섬의 형상 등 거대한 흐름을 잔잔히 만들어 간다. 콩, 팥, 녹두는 살림을 하는 작가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대상이다. 자신이 늘 마주하는 작은 존재들이 생명의 노래를 묵직하고 강렬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정정엽의 독특한 시선에서 비롯한다. 어느 한구석을 보아도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해 내는 작가의 따뜻한 관심과 상상력은 그림에 호흡을 불어넣는다. 흩뿌려진 곡식들은 부엌의 식재료였다가 색 점이 되고 어느새 한 명, 한 명의 사람이 되어 화면을 점유하는데, 작가는 여기에 은유적 구도와 제목을 부여하여 그 점들이 될 다양한 가능성의 불씨를 계속 지핀다. 캔버스 위에서 본인이 펼쳐 둔 그림들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지켜본다는 정정엽처럼 우리도 그의 그림을 계속 지켜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홍경택_Pens2_캔버스에 유채_390×381cm_1994~9
홍경택_서재-비둘기가날때_리넨에 유채_259×194cm_2016
홍경택_서재3_캔버스에 유채_181×227cm_1995~2001
홍경택_Pens-Anonymous_리넨에 유채_181×227cm_2021_부분

홍경택은 연필, 펜, 책 등을 마치 기호와 같이 그려 낸다. 홍경택의 그림 속 서재와 필기구 더미는 사실적인 묘사로 일상의 풍경인 듯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처음 마주한 듯한 낯선 인상을 준다. 이 오브젝트들은 흔한 사물이지만 자력에 의해 이끌리는 쇳가루처럼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하는 매개물이다. 이들은 어떤 물리적 힘의 흐름에 따라 배치되는 원소들처럼 일견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서로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입체적인 구도 가운데 책과 펜, 연필의 형태는 평면으로 다듬어진 색 면으로 표현되고, 그 위에 얹어지듯 세부 묘사가 그려진 이 유닛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완벽함의 결정체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함께 모이고 흩어지며,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전체를 구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하여 음표가 모여 악보를 완성하듯 구축된 홍경택의 그림은, 그 앞에 선 관객을 작가가 마법사와 같이, 자유자재의 붓질로 창조해 낸 사물들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정교한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로 인도한다.

김영성_Nothing·Life·Object_캔버스에 유채_90×145cm_2022
김영성_Nothing·Life·Object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5
김영성_Nothing·Life·Object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20

김영성은 소위 미물이라 불리는 극도로 작은 생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장면을 그린다. 공기마저 멈춘 듯 보이는 극사실적 정물화에는 살아 있는 작은 생물인 물고기와 개구리뿐 아니라 유리컵, 스테인리스 스푼 등의 사물이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상태로 등장한다. 유리와 금속 등의 차갑고 매끈하게 가공된 사물은 섬세한 돌기, 섬모, 털과 같은 생물의 조직 묘사와 정교한 조화를, 혹은 생경함을 이루며 치밀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관객은 이러한 극단적 시각과 촉각에 유도되어 어느새 미시적 공간으로 몰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유리컵, 스테인리스 스푼 등에 담긴 작은 생물을 마치 무생물같이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불편한 감각을 유발하는 그림들은 작은 생명체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극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된 장치로부터 비롯하였으며, 동시에 티 하나 없이 숨 막히게 깨끗한 유리잔 속에서도 기어이 삶을 영위하려는 작은 생명체의 치열한 모습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목적 또한 담아내고 있다. ■ 형다미

Vol.20250102c | o'Object 오'오브젝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