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心다

고요한展 / KOYOHAN / mixed media   2024_1126 ▶ 2024_1206 / 월요일 휴관

고요한_바위, 리투아니아_2017

초대일시 / 2024_1126_화요일_02:00pm

2024 공주 차세대 작가展

주최,주관 / (재)공주문화관광재단_아트센터 고마 후원 / 공주시_공주시의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센터 고마 ARTCENTER GOMA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길 90 2층 Tel. +82.(0)41.852.9806 www.gongjucf.or.kr www.facebook.com/gjcf2020 @gjcf_2020 www.youtube.com/@공주문화관광재단

다채롭다 미술 - 고요한 ● 젊은 작가의 작가론을 설파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아직 작품세계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짚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아 흥미롭기도 하다. 고요한은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의 스펙트럼이 넓다. 입체와 설치, 퍼포먼스를 동반한 영상, 그리고 평면회화까지 시각예술의 범주를 두루 구사하고 있다. 작가의 길에서 한 가지의 방법으로 집중적이고 집요하게 그 깊이를 추구하는 작가도 있고 그야말로 다채로운 세계를 멀티풀하게 다루는 작가도 있다. 그것은 작가의 기질과 체질에 따른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고요한_길, 공주 금강_2023

고요한은 시작부터 멀티풀한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그의 세계를 하나하나 짚어보고 나아갈 길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가늠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배경을 살펴보겠다. 고요한의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조각'과 '자연미술'이다. 조각은 정규 교육과정의 학교 전공이고 자연미술은 개인사적인 환경에 의에 얻어진 세계관이다. 이 두 가지의 요소는 고요한을 멀티플한 작가로 이끌어주는 원동력이며 근본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작품세계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듯 새로운 요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고요한_몽골의 바람, 몽골_2022

조각 Sculpture ● 고요한은 중국 제일의 미술대학인 북경의 중앙미술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중앙미술학원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명문 미술대학으로 대학평가기관 QS의 2023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미술 디자인 부문(QS World University Rankings by Subject 2023: Art & Design) 세계 15위 미술대학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명망 있는 대학이다. ● 이 학교는 조형과(순수미술), 디자인과, 건축학과, 인문학교로 구분된다. 조형과는 조소과, 유화과, 벽화과, 판화과, 중국화과, 실험미술학과로 나뉘며 조소과에는 총 6개의 작업실이 있는데 제1작업실과 2작업실은 인체연구, 3작업실은 개념미술, 4작업실은 재료연구, 5작업실은 공공미술연구, 6작업실은 종교조각연구(불상)가 있다 여기서 고요한은 2작업실에서 학부 5년 석사 3년을 다녔다. ● 인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조각의 기본이다. 그리이스 로마 조각부터 불상에 이르기까지 인체를 연구하고 표현하는 것은 조각가들의 업이었다. 따라서 고요한은 조각가로서의 정통코스를 깊이 있게 거쳐왔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각의 다양한 기법을 연마하게 되는데 흙을 다루는 소조와 돌을 다루는 석조, 나무를 다루는 목조, 철을 다루는 철조 등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두루 섭렵했다.

고요한_선, 공주 금강_2023

고요한은 학업을 마치고 공주로 돌아와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설치성 야외조각을 많이 했다. 주로 철조가 많은데 짧은 시간에 주어진 장소에서 제작하는 여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여러 점의 작품이 있고 그 외 국내외 야외 심포지움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현장 작업한 것들이 많다. 이런 작업은 철사나 철판 또는 강철 오브제등을 용접으로 접합시켜 집적된 덩어리들을 만드는 작업이 기본이다. ● 설치미술은 조각이나 회화같이 단독적 작품이라기보다는 복합적으로 현장에 설치되는 작품이다. 연극적이고 서사적이며 공간성을 포함하고 있다. 고요한의 야외 현장 작업은 조각적 완성도 보다는 행사의 취지에 맞는 서사적 설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연미술 설치 작업은 개념적 현장작업으로 보존성이 없이 소멸되며 사진과 영상기록으로만 존재한다.

고요한_존재 J24-005_수채화지에 아크릴채색, 흑연_170×122cm_2024

자연미술 Nature Arts ● 고요한은 환경적으로 어려서부터 자연미술을 밀접하게 접하면서 성장하였다. 부친이 야투의 핵심 멤버이며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이끌어 오고 있는 고승현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 배경은 북경 중앙미술학원에서의 8년 조각 전공을 뛰어넘는 체득화된 학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타고난 자연미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미술은 사실상 고요한 작품의 정신적 뿌리와 같다. 작품의 일관된 주제 의식은 자연과 그 현상 그리고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것이다. ● 자연미술은 공주 금강유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미술운동으로 개념적이고 선언적이며 비미술적 미술행위다. 자연은 인공이 배재된 상태를 말하고 미술은 인공에 의한 결과물을 말한다면 자연과 미술은 대척점에 있으며 같이 할 수 없는 조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미술이 미술의 양식 안에서 거론될 수 있는 것은 그 행위의 주체들이 미술가들이기 때문이다. 자연미술은 많은 논쟁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 사실은 그런 논쟁적 요소들 때문에 현대미술에서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고요한_존재 J24-009_수채화지에 수채_80×117cm_2024

고요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없지만 자연미술의 비미술적 태도의 작업에서도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미술적 수공의 위력이 보태지기 때문이다. 자연미술도 결과적으로 미술이며 미술의 범주에서 논의되는 대상이다. 고요한의 작업은 자연미술이라는 비미술적 미술과 조각이라는 지극히 전통적 미술이 결합된 신개념의 미술로 나아가고 있다. 이점은 고요한의 작업세계 전개에 큰 예술적 자산이 될 것이다.

고요한_존재 J24-006_수채화지에 수채_80×117cm_2024

행위 Performance ● 필자가 본 고요한 작업의 백미는 퍼포먼스다. 자연미술가들의 작업에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행위이기도 한데 여타 퍼포먼스 작가들과 매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독특한 특성이 있다. 퍼포머의 인간적 행동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의와 그에 따른 모방과 자연 되기의 행위를 보여준다. 자연미술가들의 퍼포먼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자연의 연장이 되는 행위다. ● 자연미술가들의 표현수단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설치'와 '행위'다. 아울러 이 두 가지 표현 수단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진과 영상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고요한의 작업에서도 조각적 설치와 행위와 사진, 영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각 설치 행위 사진 영상 그리고 평면회화까지 모든 미술적 방법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화학작용을 일으켜 새로움을 발생시키고 있는 중이다.

고요한_존재 J24-008_수채화지에 수채_70×78cm_2024

2021년에 제작된 「억새풀 숲」에서 공주 금강변 죽당리 억새풀 숲을 가로지르는 움직임을 드론으로 잡은 영상을 보고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역동적인 작가의 행위를 절제된 표현으로 엮어내는 절정의 화면이었다. "나는 한 마리 동물이 되어 억새풀 숲을 헤쳐 나갔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야생의 현장에서 그곳에서 생존하고 있는 멧돼지와 고라니 그리고 이름 모를 동물들의 흔적을 보고 그 동물들의 시선으로 본 억새풀 숲 안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육화의 과정으로 작가에게는 체험의 영역 그 이상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시각적 결과물로 내 놓는 것은 예술이다. 예술이 무엇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작가는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예술적 형식의 결과물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시현하는 것이다.

고요한_존재 J23-01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2×74cm_2023

예술이란 본인이 체험하며 느낀 감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술적 결과물을 통해 관객의 감각과 감정을 깨우는 것이라야 한다. 관객은 그 결과물인 작품을 통해 본인의 고유한 느낌과 울림을 경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행위가 기록되는 영상의 퀄리티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예술작품은 어쩌면 작가와 관객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도의 표현기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방법이라 보고 예술가의 덕목은 자신만의 정돈된 절정의 방법을 갖는 것이 주요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방법을 갈고닦아야 하는 것이다.

고요한_존재 J24-00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0×122cm_2024

평면회화 Painting ● 고요한의 최근 작업을 보면 평면작업이 많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그린 그림이 그것이다. 여기서 작가는 작품의 명제를 존재(存在)라고 붙였다. 고요한은 작가 노트에서 자신의 작업을 "자연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자기 자신도 신이 창조한 자연인으로서의 지극히 작지만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며 자연을 통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존재에 대한 증명 또는 확인을 지문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지문 작업을 매우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구사하고 있다. 캔버스와 아크릴판에 아크릴과 같은 물감은 물론 흙이나 씨앗과 같은 자연물 또는 자개나 브론즈 같은 경성 매재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최근의 「존재 J24-003」 작업에서는 금강 유역의 자연을 답사하면서 얻은 뻘과 플라스틱 쓰레기와 같은 오염된 유해 물질을 잘게 부수어 혼합한 재료로 작업을 하였다. 작품 속 흙과 플라스틱의 조합은 자연의 순환을 방해하는 인간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지문 이미지는 반복되면서 미술의 조형적 방법론을 시각적 표현 기법으로 소화한다. 전통적으로 미술 안에서 실험하고 추구하는 작가의 길에서 정진하는 모습이다. 이런 태도는 소재와 테마를 넘어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여러 빛깔이 오묘하게 빛나는 다채로운 미술의 세계를 열어 나가는 젊은 열정을 더욱 기대한다. ■ 임재광

Vol.20241126d | 고요한展 / KOYOHAN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