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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더플럭스 gallery the FLUX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안국동 63-1번지) 2층 Tel. +82.(0)2.3663.7537 www.thefluxtheflow.com
'진동하는 선'으로부터 감각하게 되는 증폭된 에너지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 세상에는 살아서 늘 움직이는 생명체가 있는가 하면 어떠한 움직임도 없어 보이는 비생명체인 물질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물질이라는 것도 원자 단위로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 세상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물질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항상 움직임과 변화를 하게 됨을 정의하고 있다. 철학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철학자 화이트 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의 연속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존재는 사건의 조합이며 사건들의 상호작용과 연결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김경화 작가 역시 세계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게 되면서 이러한 자신의 시각을 회화로 옮기고자 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작가는 평소에 "모든 사물은 고유한 진동수를 갖고 있으며 같은 진동수를 만나게 될 때에는 큰 에너지 흐름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점을 언급해왔다. 그리고 작가는 그 에너지의 힘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듯이 선의 형식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또한 모든 사물이나 생명체가 서로 만나거나 상호작용을 하게 될 때 함께 진동하며 에너지가 발산되는 공명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이를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아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작가의 이와 같은 시각은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외부 세계에 대한 작업에서부터 내면 세계에 대한 작업까지 그 모든 예술적 행위의 본질은 대상과의 상호작용하는 것과 유사한 어떤 것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작업 과정에는 자신이 경험한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있었음을 말한다. 그것은 단지 작은 화초를 키우는 작은 일이었지만 이 작은 일이 어느 순간 그 작은 화초의 꽃 안에서 일렁이고 있는 어떤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이것이 작가 내면의 에너지와 합쳐지면서 거대한 파도와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결국 작가에게 이 작은 경험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었고 작업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작은 꽃에 물을 주고 그것을 들여다 보는 행위는 단지 일상적인 일에 불과한 것일 수 있었겠지만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그 대상과 공명하게 될 때에는 일상의 평범해 보이는 사건이 에너지가 증폭되는 특별한 사건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작가는 작업을 포함하여 우주와 세계의 어떤 흐름이 있음을 통찰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발견하게 된 그 미묘한 흐름을 이번 전시 주제로 제시한 것처럼 '진동하는 선'이라는 말로 대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진동하는 선의 흐름과 같은 것은 모든 물질에 존재하고 그것을 감각하는 감각 주체인 사람의 몸에도 존재하며 이 흐름은 각각의 개체가 마주하여 상호작용하게 될 때 증폭하여 에너지가 배가되는 것을 작가는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 전시에서 상호작용 속에 공명하며 증폭하게 되는 에너지의 흐름, 파도처럼 출렁이는 에너지의 흐름이 바로 예술적 창작 과정과 예술적 향유 과정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감흥과도 같은 것임을 자신의 작업 가운데 절묘하게 연결시켜 보여주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작가는 이미 이 모든 변화와 움직임은 연결된 것이라고 보는 작가의 시각을 그의 작가노트에서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작가는 산책을 즐기는 자신에게 있어 '걷는다'라는 행위가 작업에서 '긋는다'라는 행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몸에서 일어나는 이 두 행위가 정신적 에너지가 재생산 되는 정신적 환기의 역할을 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였는데 작가가 말하는 정신적 환기는 바꾸어 말하면 예술적 창작과 향유 과정에서 일어나게 되는 어떤 내적 변화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몸이라는 물리적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 즉 주체의 내부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라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던 것이기에 산책할 때 '걷는다'라는 행위가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인 것처럼 작가에게 있어 화폭(畵幅) 위에서 '긋는다'라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차원의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이 두 가지 행위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감각과 인식의 장소이자 외부로 창발적 행위, 창조적 행위를 하는 에너지 표출의 장소가 되는 몸은 그 자체가 이 모든 사건의 현장이기에 작가의 작업에서 몸의 흔적이자 결과물인 '진동하는 선'이라는 것은 물질적 세계와 비물질적 세계를 사이에서 에너지를 매개로 한 연결고리이자 바로미터(barometer)로서 몸과 그대로 연결된 흔적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들뢰즈(Gilles Deleuze)는 회화의 과업을 '감각을 그리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때 감각이라는 것에는 감각하는 것과 감각되는 것, 즉 감각의 주체와 대상이 식별 불가능한 장(場) 가운데 공존한다고 보는 관점, 다시 말해 감각과 관련된 몸을 통찰하는 들뢰즈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김경화 작가가 그려내는 '진동하는 선'은 이와 같은 시각과 그대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가가 말하는 '진동하는 선'이란 진동하는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며 이는 몸이라는 장소에서 상호작용하며 감각이라는 이름으로 공명하고 증폭되어 거대한 에너지, 거대한 사건이 되어 드러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걷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나 긋는 행위가 일어나는 화폭이라는 것은 몸과 같은 수준에서 다시금 고찰해 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파동과 공명이 장소 에너지가 증폭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연결되고 겹쳐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몸으로 감각하게 되는 것과 관련된 현상들은 모두 일종의 공명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방향을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표현하는 모든 행위들 역시 공명 현상을 외부로 표출하고 일으키는 행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공명 현상에 대해 예술적 프로세스 내에서만 그 현상을 경험하는 행위이거나 이를 표출해내는 행위로 한정하거나, 창작, 향유하는 것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 현상은 세계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게 되었던 것 같으며 이는 더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해 알아가는 방법이자 인간의 존재론적 근거를 확인하는 방법도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그려나가는 '진동하는 선'이 '사유하는 선'이며 '지금의 순간을 느끼는 선'이며 '자신을 성찰하는 선'이라고 말해 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진동하는 선을 제시함으로써 관객들과 작가가 감각한 것들에 대해 공명하며 작업에 담긴 에너지를 증폭하고 확장시키는 예시적 장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곳에서 작가는 자신이 발견하게 되었던 그 작은 떨림과 진동을 전해주면서 그곳에 담겨 있는 것들의 거대한 힘에 대해 관객들 역시 몸으로 직접 경험해 볼 것을 이번 전시에서 제시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승훈
모든 사물은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그 사물의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가 만나면 더 큰 에너지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화초를 만나거나, 나무를 만날 때,산책 할 때 생성되는 에너지의 힘이다. 나는 그 에너지의 힘을 선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 선의 표현 형식은 무수한 선들의 증첩으로 표현하거나, 선의 크기와 강약의 변화를 주어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하거나, 선을 기호화해서 사유하듯 추상적 언어로 표현한다. 그 일련의 선의 표현 형식들은 계속 반복하면서 서로 다른 방법들을 번갈아 가며 나의 선의 표현 형식을 구축한다. ● 「진동하는 선」시리즈 작품들의 소재 중 하나는 내가 키우는 안시리움 화초의 꽃이다. 사소한 작은 꽃 하나에 물을 주고 들여다 보는 행위 속에서 나는 그 안에서의 일렁이는 에너지를 감지하고 나의 에너지와 합쳐 마치 휘몰아치는 에너지의 파도가 된다.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들이 모여 나 자신을 보다 견고하게 구축하여 나의 세계를 확장한다. ■ 김경화
Vol.20241126b | 김경화展 / KIMKYOUNGHWA / 金京花 / pa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