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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예술협동조합 이루_갤러리 광명 후원 / 경기도_경기문화재단 기획 / 박재영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광명 Gallery Gwangmyeong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8,439호 Tel. +82.(0)2.899.7747 @gallery_gwangmyeong
박재영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흠과 결함에 주목한다. 작가는 전셋집으로 이사한 후,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작은 흠집과 결함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수십 장의 하자 사진을 얻었다. 구태여 발견된 흠집들은 집이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었고,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지만 '하자'라 명명되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사소한 하자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완벽과 결함을 구분하는 방식에 대해 성찰한다.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가 그의 저작에서 설명하듯, 현대 사회는 규율적 권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특정한 기준을 내재화하고 그 기준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방식을 체화시킨다. 박재영은 그러한 규율적 권력의 힘과 표준화된 시선 속에서 결함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탐구한다.
사람들은 결함이 드러나는 순간 불안을 느끼고 이를 곧바로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흠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마치 규율적 권력이 세운 기준에 저항이라도 하는 양 화면의 중앙에 당당히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하찮은 것으로 거대한 사회적 규범의 본질을 질문할 수 있다는 역설을 드러내 보이듯 말이다. 박재영은 이러한 흠을 회화의 중심부에 배치함으로써 사회가 결함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승격시킨다. 세심하고 정교하게 묘사된 흠은 캔버스 안에서 고요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의 시선을 또렷하게 붙잡는다. 더욱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야 했던 존재는 회화 안에서 추상적인 조형성을 획득해 미적 응시의 대상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벽지, 마룻바닥, 몰드와 같은 보통의 인테리어 자재들은 기계를 통해 무한히 대량 복제·생산되는 공산품이다. 이것이 생산되는 과정엔 수공의 노고나 시간은 그리 많이 들여지지 않는다. 반면 박재영은 집착적으로 나뭇결과 벽지의 패턴, 심지어 표면의 요철까지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 이유를 작가는, 흠과 흠이 아닌 것(주체主體가 될수 있는 것)이 화면 안에서 동등한 존재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작은 흠집 하나 때문에 나머지 멀쩡한 부분이 폐기되는 현실을 보며 "과연 온전함을 주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는 그는, 작품 안에서 하자와 성한 부분을 차별없이 묘사하며, 어느 쪽이 더 주된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점이 박재영이 매우 자세한 관찰을 통해 하자를 그려내고 있는 이유이며, 집요한 묘사에서 볼 수 있듯 그 행위는 수행자적 태도를 닮아 있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흠집을 일부가 떨어져 나가 결핍된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가능성의 '틈' 또는 일종의 사회적 틈새로 간주한다. 여기서 틈새는 결함의 개념이 확장된, 규범성 속에 갇힌 표준의 영역을 환기하는 구멍인 동시에 정상과 비정상, 완벽과 결함이라는 견고한 이분법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틈이기도 하다.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의 틀을 비틀며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는 박재영은, 작은 흠집을 그려낸 회화를 통해 사회와 우리 각자가 가진 결함과 불완전함을 결정짓는 기준에 대해 재고하고, 다자의 형태를 수용하는 감수성을 건드리는 순간을 발견하게 한다. ■
Vol.20241123a | 박재영展 / PARKJAEYOUNG / 朴宰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