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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1122_금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30am~06:30pm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_SEOUL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070.7686.1125 indipress.modoo.at @indipress_gallery www.facebook.com/INDIPRESS
연규혜의 전시, "MOTHRT 2 / 부모 (Parents)" ● 회화나 문학 작품에서 인간에 대한 묘사는 쉽지 않다. 작가에게도 쉬운 작업이 아니겠지만, 묘사된 인물을 만나는 독자나 관람자 입장에서도 인물의 이해는 쉽지 않다. 삶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지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 인간이다. 어떤 만남은 축적된 시간 속에서 숙성되는가 하면, 또 짧은 만남 속에서 인연이 맺어 지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만남과 관계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갈등과 감정적 고뇌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현인들은 인간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인연을 벗어나, 나 자신을 더 충실히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현대의 젊은 세대들은 대면 보다는 비대면의 관계를 선호한다. 그 중심에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그 들만의 관계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타인, 특히 나이든 세대가 좋고 나쁨을 판단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그냥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관계의 결여 속에서도 SNS엔 수많은 자신을 드러내는 사진으로 넘쳐난다. 단체 사진을 올릴 때 초상권을 우려해 타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블러 처리해 상호 관계를 지워버린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 사이의 관계가 지워진 자화상이 넘쳐 나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 디지털 세상 안에 넘쳐나는 자화상 사진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숨겨진 욕망과 좌절, 경쟁과 피로, 웃음과 눈물의 나르시즘을 본다. ● 초상화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인물의 육체적 특징, 얼굴과 표정, 또한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성격과 기분, 더 나아가 심상까지도 예술적으로 포착해내는 정적인 작업이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동적인 내레이션을 정적으로 결정화 시키는 작업이다. 이러한 결정화 작업은 다른 어떤 예술의 주제보다 작가의 예리한 시각과 많은 축적된 연습이 필요하다. 초상화 작업은 문학에 비유하자면 시적인 작업이다. 즉, 단순히 일시적인 대상의 유사성이 아닌 대상이 가지는 내면적 본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외양이 아니라 내적인 의미를 제시하는 작업이다. 인간이라는 대상의 표층과 심층을 시각화해내는 작업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뚜렷한 작업의 방향성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 과거 초상화의 주제는 한 시대의 현실을 바탕으로 그 시대를 주름잡던 미술 사조가 지향했던 표현 양식으로 그려졌다. 신이 중심에 있었던 사회에서는 신이, 정치가 중심에 있었던 사회에서는 정치인이, 자본이 중심에 있었던 사회에는 자본가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양식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인물들의 초상화는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 시대의 동적인 내레이션과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 정적인 초상화로 그려져도, 그 속엔 풍부한 동적인 내레이션이 표출되었다. 그래서 역사화와 종교화의 주제가 된 인물은 그 해석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의 초상화는 비교적 해설이 수월했다.
회화가 신과 정치 그리고 자본에서부터 해방되고 난 후 초상화의 해석은 그 방향성이 작가의 의도와 관계되기 때문에 과거 그려진 초상화 보다는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 해석의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작가가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림을 읽을 수밖에 없다. 신과 정치가, 그리고 자본가를 대신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셀러브리티이다. 앤디 워홀은 동적인 내레이션을 내포하고 있는 알려진 셀러브리티를 그리면서, 그는 그의 그림에서 그림의 표면만 보라고 조언한다. 즉 그림의 인물과 관계된 동적이고 심층적인 내레이션을 제거하라고 한다. 그럼 우리는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가? 연규혜 작가는 인물화 장르를 선택해 작업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의 고민은 이 장르를 선택해 작업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접할 고민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만큼 쉽지 않은 주제가 사람을 다루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면의 학문에서 인간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인간은 언제나 연구되고 정의된 틀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 작가는 그림 속에 인간의 존재가 있든 없든, 그의 그림의 주제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그림 속의 사람은 우리가 한눈에 알 수 있는, 또 특별한 상징성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냥 개인적 삶 속에서 인연이 되어 조우한 사람들이고, 타인이다. 이렇게 묘사된 타인들은 그림을 마주하는 관람자에게는 타인의 타인인, 절대적 타인이다. 지난번 전시엔 미국 전시에서 만난 사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처럼 그냥 스쳐지나 간 사람들과 맺어진 인연 속 사람들이 작품속에 등장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우연한 관계로 인연이 된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부모"라는 위상을 가진 사람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가 채택한 그림의 인물은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에게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와 관계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의 초상화 작업은 삶의 성공을 기념하거나, 타인의 기억 속에 남기기 위해 제작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은 그림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반문하게 된다. ● 「어느 작가의 아버님」, 「최교수님」, 「양동마을 할머니」, 「청산도 어머니」, 「박진수 작가님 아버님」, 「미국 어머니」, 「재미교포 어머니」, 「권대표어머니」, 「할머니와 아이」 등과 같은 제목을 통해 보듯이 관람자는 묘사된 인물에 대한 정보와 작가와의 관계 깊이를 알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타인에게는 의미가 없는, 의미가 비워져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작가는 작업을 했다. 작가는 그가 마주한 인물을 바라보며, 구체적인 인물이 가지는 특성을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단면을 관조한다. 때로는 경의와 연민, 때로는 공감, 때로는 위로, 또 상상으로 가득 차 인물을 관음하고 있다. 그는 부모라는 역할에 대한 경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위로, 의미를 두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삶에 대한 욕구와 용기를 보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다. 동시에 사라져가는 휴머니즘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평범한 너와 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존재의 이유와 우리가 삶에 있어 가져야할 자존감의 가치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 인물화와 함께 풍경화를 오래 그린 작가는 "예술은 자연이다"이다고 규정한다. 자연은 순환하고, 자연 속 존재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하듯이, 예술 역시 그러하다고 믿는다. 인간사 역시 자연처럼 순환하며 누군가의 아들이 되고, 또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조부모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작가는 이러한 순환 속에 존재하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모두다 소중히 다루어 져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자연의 섭리가 인간을 인도하고 위로하는 것처럼, 예술 역시 인간을 위해 존재하기를 갈망한다. 작가는 이를 위해 완전한 타인을 주제로 그림으로 그려 특정 인물이 가진 모든 이야기를 제거하면서, 자연 속 구성 요소로 존재하는 우리 인간 전체의 한 부분으로 위치시켜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
연규혜展 / 아름다운 사람 / "Secret Garden" ●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미술사조의 재해석과 미의식 반영이고, 인간에게 위로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전시는 이미지와 공간, 블루칼라의 해석과 혼성이미지로 풀어나갔다. 이를 통한 예술이란 무엇인가,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 현시대 속 인간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봤다. ● 그림도 화면 안에서 그림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리는 과정 속에서 나의 마음의 공간도 필요했다. 그 공간은 경우에 따라 다른 시점을 만들고, 이야기 공간도 만들어 줬다. 나에게는 "secret garden"이다.(좋아하는 창덕궁 후원이름에서 차용했다.) ● 또한 혼성이미지를 통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휴머니즘을 대표하는 "폴 스트랜드와 위지"등 사진작가의 대표 이미지 등도 차용했다. 타국 속 한국, 평화 속 전쟁, 어른과 전쟁 폐허 속 아이, 눈이 보이지 않는 이와 우리, 그리고 구상과 추상 등 양면성을 통해 전쟁을 치르는 현 시대 속 인간을 생각해 봤다. ● "Blue"가 내게는 일상이고, 자신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그리지만 결국은 블루톤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예술에도 칼라가 있다면 블루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순간 아름다운 것도, 감동도 나의 미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메시지까지도 모호성을 부여하고 싶다. 명료해 보이지만 진짜는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놓고 싶다. 이번 전시는 큰 흐름에서 타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그리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이미지들이 많았다. 모든 게 뜻이 있으려니 한다. ● 작가는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작업에서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작업에 진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우리 모두는 소중한, 자존감 있는, 김민기님의 노래 제목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다. 인간을 주제로 하는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나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2024년 11월) ■ 연규혜
Vol.20241121a | 연규혜展 / YEONGYUHYE / 延圭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