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윤색

정승호展 / JUNGSEUNGHO / 鄭丞鎬 / painting   2024_1119 ▶ 2024_1124

정승호_가을의 제전_리넨에 유채_80.3×130.3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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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페이스북_www.facebook.com/1984seunghojung1984 인스타그램_@seunghojung_ar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갤러리 더플로우 후원 / 재단법인 액트 www.act-korea.org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더플로우 gallery the FLOW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안국동 63-1번지) 2층 Tel. +82.(0)2.3141.8842 www.thefluxtheflow.com

깊이 너머에 있는 깊이: 정승호의 회화와 시간성, 한 몸이 되기 ●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꽃을 보고 또 즐긴다. 그러면서 계절을 느끼고, 자신의 경험과 결부시킨다. 정승호가 그린 회화를 보니, 그의 작품도 화면 안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꽃이 피었을까? 산에 자주 다니면서 본 풍경이나, 어렸을 때 보고 자란 경험이 (그야말로) '싹튼'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도 공감한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 꽃은 친숙한 소재이다. 이제 다시, 앞서 꺼낸 질문이 보는 사람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왜 꽃을 보는 걸까? 꽃이 주변에 흔해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끌리는 것일까? 오히려 그 이유는 시간 감각을 재-활성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꽃을 보는 경험에 있어서 시간 감각은 꽃이 피는 일에 있다. 이는 사람과의 조응을 통해서 획득되는데, 우리는 꽃이 핀 모습을 보고 계절을 알게 된다. 개나리를 보고 "아, 봄이 왔구나"—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계절을 받아들인다. 계절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내가 여기 있음에 시간성이 감지되는 경험으로 찾아온다.

정승호_맨드라미_리넨에 유채_80.3×130.3cm_2024
정승호_밤단풍_리넨에 유채_45.5×53cm 2023
정승호_추분_리넨에 유채_60.6×72.7cm_2024
정승호_In the park_리넨에 유채_53×33.4cm 2024
정승호_익숙한 풍경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가을 만상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겨울소국 리넨에 유채_45.5×53cm_2023

사람들이 꽃을 보고 느끼는 시간 감각은, 사실 자연물이 지닌 시간 감각과 공명할 때 더욱 커진다. 자연물의 시간이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꽃을 볼 때, 계절과 꽃이 함께 지나온 시간, 성장해 온 끝에 자란 결실로 받아들인다. 나뭇가지 끝에 활짝 핀 꽃은 피기 전까지 몇 달에 걸친 시간을 지나왔다. 정승호가 꽃뿐만 아니라 자연—특히 나무, 수풀, 잎사귀를 회화로 담을 때, 이러한 자연물이 자라온/앞으로 자라는 시간, 뒤집어 말해 시든/시들어갈 시간을 간직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그의 회화에는 자연의 생태적 질서 속에서 함께 머무는 인간의 시선과 경험이 담겨 있다. 전면균질회화 평면은 재현된 공간적 깊이감도, 특정 역사나 사회도 배경 삼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평면성에 시간을 읽어낸다. 꽃, 잎사귀, 나뭇가지, 나무, 숲, 자연—이 모든 것에 시간이 함축되어 있다. 정승호가 이들을 그릴 때, 그의 회화는 표면적일 정도로 얇고 깊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깊이는 사실 꽃이나 나무, 잎사귀라는 자연물 하나하나가 간직하는 것이다. 그의 회화를 통해 우리 역시, 자연물에 다가가면서 그것이 지나오고 앞으로 흐르는 시간을 함께 보려고 한다.

정승호_그 계절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무궁화_그 여름의 끝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변주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비온연못_리넨에 유채_72.6×60.6cm_2024
정승호_사루비아_리넨에 유채_60.6×72.6cm_2024
정승호_아스타 국화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영춘화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정승호_철쭉이 떨어질때_리넨에 유채_45.5×53cm_2024

그뿐만 아니라, 그의 회화에서 평면성은 꽃과 계절, 더 나아가 사람이 하나가 된 모습이다. 꽃을 보고 우리가 계절을 알아차리듯이, 화면은 자연물이라는 대상과 계절이라는 배경을 함께 끌어안는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 작가는 자연물을 보고 그리기도 하고 떠올려서 그리기도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자연물-계절이 한 몸이 되는 경험이다. 이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정승호가 명상하는 과정과도 맞물린다—안/밖의 구분 없이 한 몸이 되기, 그것은 시간을 감각하는 동시에 시간 속에 내 몸을 내맡겨 하나가 되는 경험으로 승화된다. 자연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 사람은 재현적 공간감 없이도 나-자연물 모두의 존재함을 깊이 있게 알게 된다. 꽃이 핀 회화를 보고 그때 그곳을 떠올릴 때, 우리는 계절의 따스함이나 푸름을 떠올리고, 더 나아가 그때의 경험을 떠올린다. 가까이 다가가듯 클로즈업으로 그려진 회화는 배경과 대상이 하나가 되듯이, 나와 계절이, 그리고 나와 회화가 한 몸이 되듯이, 깊이를 향하고 또 만든다. 그렇게 안/밖은 작품과 감상 경험 사이에 스며들어 온다.

계절감 속에, 꽃 속에, 정승호의 회화 속에는 만발하고 지는 순간이 함께 있다. 꽃을 그린다는 것은, 꽃이 피기 전까지, 그 기다림의 시간을 그리는 것과도 같다. 마찬가지로 나무를, 잎사귀를, 이들이 뭉친 자연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이들의 성장과 시듦 사이에서 생기를 감지하는 것과도 같다. 나-자연물-계절이 한 몸이 되는 경험은 시간적인 동시에 비-시간적이다. 내가 계절을 알아차릴 때, 그리고 꽃이나 잎사귀가 움트며 살아가는 모습에는 시간성이 있다. 동시에 내가 자연의 시간 속에 빠져들어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비-시간적이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시간은 자연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와해한다. 원근법적(으로 재현된) 공간을 벗어나, 자연을 담은 회화 평면은 머나먼, 태고의 시간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우리는 식물이 자라온 끝에 맺은 결실을 만나고, 그 결실 너머에 있는 계절, 생애주기라는 더 심오한 시간 속으로 내던져진다. 정승호의 덮는 회화—그것은 낱장이 아니라 하나의 지층처럼, 크고 넓은 시간성 속에 있음을, 그곳에 함께 있음을 일깨워 준다. ■ 콘노 유키

Vol.20241119a | 정승호展 / JUNGSEUNGHO / 鄭丞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