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쓰여있다

임윤묵展 / LIMYUNMOOK / 林潤黙 / painting   2024_1115 ▶ 2024_1201 / 월,화요일 휴관

임윤묵_Reflection_리넨에 유채_91×91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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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묵 인스타그램_@limyunmook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이번 전시는 올해의 봄과 여름을 통과해 온 작가의 시간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작가가 본 것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그렸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두 눈 가득 풍경을 담는다. 감은 눈에 선히 맺히는, 마음 깊은 데 남겨진 결정(結晶)의 장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착실하게 화폭에 옮긴다. 한 붓 한 붓 담담하게 펴 바른다. 성실한 두 눈과 정직한 두 손 사이에는, 잡다한 다른 마음이 없다.

임윤묵_Roads_리넨에 유채_72.7×100cm_2024
임윤묵_이름없는 언덕_리넨에 유채_72.7×53cm_2024
임윤묵_Mountain_리넨에 유채_38×38cm_2024

임윤묵은 이름 모를 대상과 장소를 그린다. 혹은, 일부러 이름을 뭉개버렸는지도 모른다. 능선과 냇물, 호수의 얇은 수면과 그 위로 어린 것, 글자를 덜어낸 종이와 인적 드문 골목의 여백을 그림에 담았다. 뚜렷한 초점이 시선을 낚아채기보다는, 평평한 바닥에 납작하게 엎질러진 물처럼 화면 위를 고르게 흐르는 시선의 이동을 만들어낸다. 잔잔한 호수 위로 오리 한 마리가, 일렁이는 두 사람의 윤곽이 잠시 맺혀 머무른다. 그 위로 리넨의 질감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고, 그것을 손끝으로 더듬어보듯 찬찬히 시선을 옮긴다. 지긋이 바라볼수록 장소의 구체성이나 대상의 개성은 아득해지고, 리넨의 감촉과 번지는 빛깔만이 마음 가득 고인다.

임윤묵_Recommendation_리넨에 유채_40.9×31.8cm_2024
임윤묵_Hat_리넨에 유채_53×41cm_2024
임윤묵_늦여름_리넨에 유채_27.3×22cm_2024

한편, 산을 그린 그림 다섯 점이 있다. 짙고 깊은 산의 장엄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산을 깊게 만들어주는 능선, 계곡, 작은 부분들에 골몰하여 그렸다. 결국 마주하는 것은 하늘 높이 솟고 꺼진 산의 장대한 위용이 아니라, 담백하게 펴 발라진 초록빛 물감, 작가가 산으로부터 얇게 저며 가져온 산뜻한 산운의 한 조각이다.

임윤묵_October_리넨에 유채_22.5×16cm_2024
임윤묵_Chandelier_리넨에 유채_91×91cm_2024
임윤묵_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쓰여있다_리넨에 유채_27.3×45.5cm_2024

임윤묵의 그림은 제법 다정하다. 작가는 손쉽게 시선을 빼앗는 중심부의 풍경이 아닌, 그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작은 부분들, 가장자리의 것들에 눈길을 주고 마음에 담아올 만큼 대상과 가까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만큼 떨어져 선다. 사적인 판단을 끼워 넣거나 개입하려는 의지 없이, 작가가 이미지에 대해 갖는 이 특유의 (무)관심은 그림에 다정한 듯 무심한 분위기를, 가까운 듯 먼 듯 은근한 원근감을 자아낸다.

오리가 지나가고, 짙게 내린 어둠 속에서도 호수는 기어코 상(像)을 담아낸다. 아득한 화면 저편에서 출발한 가로등의 불빛은, 수면 위로 길게 드리웠다가 작가의 마음에 와서 닿는다. 희미한 불빛 외 주변의 것들은 어슴푸레한 밤 공기 속에 잠자코 자리를 지킨다. 중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덜어낸 화면 위로, 맑은 표상들이 떠오른다. 의미를 묻는 사람들 앞에, 집요하게 던져지는 질문 같은 응시에 마주하여 그림은 무궁히 덧씌워질 의미를 덤덤히 기다린다. ■ 이재은

Vol.20241115d | 임윤묵展 / LIMYUNMOOK / 林潤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