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

If The Blurry Flash is Dust

김지수展 / KIMJISOO / 金智修 / painting.collage   2024_1115 ▶ 2024_1126 / 일,월,공휴일 휴관

김지수_빛먼지_눈먼지_잉크젯 프린트, 콜라주_41.5×42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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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 2024년 11기 입주작가 결과보고展

주최,주관 /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_플랜디파트 후원 / 울산광역시 북구

관람시간 / 09:00am~06:00pm 토요일_09:00am~03: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북구 중리11길 2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 Tel. +82.(0)52.289.8169 www.bukguart.com @bukguart

이것은 산이 아니다 ● 김지수는 눈 쌓인 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져왔다. 사람마다 이상형이 있듯이 어떤 대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지만 그게 왜 좋은지에 대한 이유가 확실치는 않다. 작업은 명확함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영역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라면, 왠지 끌리는 것에 매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김지수의 작업은 치밀한 자료탐색과 구성 등, 탐구적, 탐색적 성격을 띄기에 더욱 그렇다. 설산은 꼭대기 쪽에 만년설이 남아있을 만큼 거대한 산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그마저도 사라져서 진짜 상상으로만 존재할지 모르는 시대가 왔지만, 세계의 유명한 설산은 대개 그 지역에서 영험한 곳으로 생각되며, 세계의 중심(옴팔로스)으로 숭배되기도 했다. '중심이 상실'(제들 마이어)된 시대에 변질은 불가피하다. 고대의 신화는 현대의 하위문화에도 그 유산을 남기곤 했는데, 보편적 소통에 기반한 성스러움은 소수의 기괴함으로 변형되곤 한다. 가령 산과 관련된 영화 [홀리 마운틴](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예가 대표적이다. ● 김지수의 작품 속 설산은 작가가 출생하고 자란 곳에는 없을 뿐 아니라, 전문등반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곳이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라 해도 그것이 허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우며 심신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작품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잠재적인 것은 현실화 되고, 현실은 잠재적인 것으로 추동된다. 현실과의 사이에 '잠재적 공간'(도널드 위니코트)이 작동하는 인간에게 현실 그자체, 허구 그자체는 없다. 양자는 호환되며 연동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상상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에 대한 차이는 있다. 설산 소재의 작품들은 '매일 같이 디지털이미지로 접하던 만년설이 있는 설산에 대한 반복적 자극이 잠에서 깬 몽롱한 상태에서 이불의 구겨짐을 설산의 산등성이로 잘못 인지하며 생긴 경험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인간 지각 경험의 불완전함'을 공략하는 가상현실의 힘이 컸다. ● 작가는 '설산을 보다가도 가상에만 존재하는 번쩍이는 차가운 또는 폭풍우 치는 게임 영향을 게임 이펙트를 떠올리기도' 한다. 산은 지구의 운동에 의해 형성되던 시기가 있었겠지만, 일단 지상에서 그 형태로 주름이 잡히면 다음의 운동까지는 고정된다. 이 지질학적 시간대는 인간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기에, 주름지는 과정은 형태의 고정이 된다. 산은 움직일 수 없는 것, 실재 그자체로 여겨진다. 한국의 전통 속담과 일상어에 등장하는 태산(泰山)이 그렇다. 작품 속 설산은 작가가 직접 가본 곳도 아니고 어딘지 정확히 특정할 수 있는 구체성을 가지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이미지로 계속 소비하다 보면, 현실처럼 자리잡을 수 있다. 현실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부정확해지기에 가상과 현실은 그때그때의 맥락에 따라 재편집되면서 심리적 현실이 된다. 작업은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큼 더 멀어지는 신기루나 욕망처럼 이어진다. 김지수는 꼴라주와 회화를 번갈아 실행하면서 맥락은 더욱 복잡해진다. ● 자신의 그림이나 찾은 이미지를 복사해서 병치시킨 후 다시 그리는 과정에서, 꼴라주보다는 간극이 좁혀지지만 완전히 숨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기억이 편집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영화가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노만 로도윅은 영화에 대한 연구서인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에서 '환영(illusion)의 재생산은 환영의 수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종 작품에는 미세한 틈들을 남겨 두어 기억의 가변성과 유동성을 염두에 둔다. 지금의 결과도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변주의 연속이 시리즈같은 작품을 낳는다. 불연속적인 틈으로부터 새로운 지각 변동이 생겨나며 작품은 기억의 재현이 아닌 미지 생성이 된다. 설산을 시작으로 유사한 형상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데자뷰의 연속이다. 김지수에게 설산은 하얀 이불과 유사하다. 이불을 필두로 해서 아이스크림, 마시멜로, 달마시안 등등 유사관계로 이어지는 형태들이 이어진다. 이불은 원단 시장에 가서 유사한 질감을 찾아내기도 하는 등의 현실적 탐색도 동반했다.

김지수_눈먼지_캔버스에 수채_15×15cm_2024
김지수_뒤척임_잉크젯 프린트, 콜라주_51×43.5cm_2024
김지수_백아_캔버스에 유채_145×145cm_2024
김지수_눈_잉크젯 프린트_42×29.7×8cm, 2024

뻣뻣함을 유지하면서 이리저리 굴곡을 가진 하얀 이불은 산등성이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김지수가 그림과 꼴라주를 번갈아 실행하며 합성하는 이미지들은 서로 동일한 것이 아니라 유사한 것이다. 동일성은 원본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재현을 목표로 하며, 원본과의 거리에 따라 그 등급이 결정되지만, 시점과 종점이 모호한 유사는 열려있다. 비평가 수지 개블릭은 [르네 마그리트]에서 만약 의미를 찾으려고 사물을 본다면 결국 사물 자체를 보지 못한다고 하면서, 마그리트의 회화는 오직 원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 전형적인 시각의 단절에 도전한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마그리트의 작품 분석을 통해 이미지가 그것이 재현하는 사물과 비슷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이미지와 더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그에 의하면 유사성과 재현은 동일하지 않다. 재현이란 오브제를 그대로 비추거나 모방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과정이며, 상대적이고 변화무쌍한 상징적 연관관계라는 것이다. ●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닮음이란 영감이 부여한 체계대로 현상의 세계에서 형상들을 자연스럽게 모으는 것과 관련이 있다'(수지 개블릭) 마그리트에 따르면 우리가 한가지 오브제에서 보는 것은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오브제라고 한다. 마그리트의 의도는 우리가 가진 어떠한 지식에도 의존하지 않고 오브제에 관한 관념과도 관계없는 무의식적이고 확고한 이미지의 존재를, 존재의 흐름 속에서 창조하는 것이었다. 상상과 꿈은 일상 속에서 유사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장(場)이다. AI가 보편화되면서 유사의 그물망은 자동화된다. 의식과 무의식이 몸 뿐 아니라 기계적 차원에도 작동하는 것은 이제 뇌를 모사하는 기계가 편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끝없는 덴드로그램을 그리며 소비되는 유사성 중심의 이미지 소비 방식으로 무수한 자극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하루 스크린 타임이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날들도 허다하다'고 하는 작가는 또래 세대처럼 가상현실과 항시적으로 접속해 있다. ● 틈틈이 게임을 즐기는 작가는 2023년에는 게임 이펙트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보다는 스마트기기를 더 많이 접하고 있으며, 그 현실조차도 살기보다는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대중들도 이미지를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며, 생산하는 입장에 놓인다. 김지수의 작품 또한 실제 삶의 위상이 줄어드는 현실과 관련된다. '작업의 시작은 기록을 수집하는 것이다. 탁상용 컴퓨터 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 핸드폰을 보며 인터넷상 타인의 기록을 수집'한다. 그들의 기록은 단편이지만, 작가는 이를 다시 '형태적, 색감적, 상황적 유사성 기준으로 선별하고 저장'하여 '조각의 중첩으로 회화에 붙잡아'둔다. 회화는 많은 작업 과정을 총괄한다. 작가에 의하면 회화는 '여러 조각난 상황의 분위기를 하나로 통일감 있게 표현하게' 한다. '회화의 물질적인 촉각성'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디지털이라는 하나의 코드가 점령해 가는 현실에 차이를 도입한다. ■ 이선영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김지수_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4

전시『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먼지라면』에서는 뒤척이는 순간 강한 한줄기 빛이 비추는 곳에 보이는 반짝이며 흩날리는 먼지처럼, 어두운 밤 가로등에 비추어 번쩍이는 눈송이처럼, 문득 마주하는 흐린 번쩍임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채 여러 장면이 교차되어 떠오르는 순간들을 회화 작업과 콜라주 작업으로 표현해 보았다. ■ 김지수

Vol.20241115b | 김지수展 / KIMJISOO / 金智修 / painting.collag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