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인의 길 A Woman's Footstep

김신태展 / KIMSHINTAE / painting   2024_1114 ▶ 2024_1124 / 월요일 휴관

김신태_그 여인의 길/청춘-6_한지에 채색, 석채_165×130cm_2024

초대일시 / 2024_1114_목요일_04:00pm

2024 공주 올해의 작가展

주최,주관 / (재)공주문화관광재단_아트센터 고마 후원 / 공주시_공주시의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센터 고마 ARTCENTER GOMA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길 90 2층 Tel. +82.(0)41.852.9806 www.gongjucf.or.kr www.facebook.com/gjcf2020 @gjcf_2020 www.youtube.com/@공주문화관광재단

선의 중첩으로 표현된 여성 삶의 시공간 ● 2024 공주문화관광재단의 올해의 작가전에 선정된 김신태 작가는 "그 여인의 길"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1971년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0년간 교직생활을 해오신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들을 다양한 꽃들을 소재로 한국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청춘-3_한지에 채색, 석채_61×61cm_2024

생명의 색 RED, 성스러운 빛 WHITE ● 작품에서 붉은 색은 열정, 사랑, 꿈 등 긍정에너지로서 여인의 생애에서는 처녀시절, 젊음으로 비유된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 그 정점을 찍고 결혼과 육아를 통해 어머니는 새 생명을 낳아 헌신적인 사랑으로 길러낸다. 작가는 한결같이 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점과 점, 선과 선 사이의 공간을 빛이라고 한다. 작가는 빛을 가득 담은 달 항아리를 닮고 싶어하며, 비우는 삶을 살고자 하였다. 꽉 차 있으면 채울 수 없지만 언제나 비우면 다시 채울 수 있는 것처럼 빛을 통해 공간을 비우고 비움의 공간을 빛으로 이야기한다. 빛은 또한 희망으로 상징된다. 여성으로서의 질곡이 많은 인생 여정에서 희망을 기대하듯 캄캄한 긴 터널에서 멀리 보이는 출구의 빛을 선과 선 사이의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사랑-3_한지에 채색, 석채_122×122cm_2024

목화송이-우리네 어머니 ● 작가는 다양한 꽃들을 소재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장미, 백합, 나리꽃, 목단, 연꽃 등을 그려왔으며 이번전시에서도 명자, 목화, 진달래, 동백 등 어린시절부터 접해왔던 꽃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예로부터 꽃은 색과 모양이 아름답고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많은 작품에 그려져 왔다. 중국 북송(960-1124)의 선승 및 문인화가들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가 갖고 있는 계절적 특징을 군자에 비유하여 사군자로 많이 그렸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내세를 기원하는 불교적 색체를 연꽃에 비유하였다. 조선시대 신사임당(1504~1551)은 하찮은 이름모를 들풀들을 곤충과 함께 그려 넣어 여성적 우아함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였다. 동양에서 꽃을 주제로한 그림을 화훼화(花卉畵)라고 한다. 처음부터 화훼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꽃은 주된 그림이라기 보다는 부가적 역할을 하는 장식적 요소로 등장하였다. 고려시대에는 화조화가 독립된 화목으로 시작되어 조선시대 민화와 감상화로서 정착되었다. 꽃은 곤충과 함께 그리거나 절지화(折枝畵)로 그릇에 꽂아 정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는 꽃 한송이를 화면에 가득 차게 그리기도 하고 꽃잎의 겹친 부분을 흐릿하게 하거나 생략하여 마치 한송이에 여러 개의 꽃술이 있는 것 처럼 꽃술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화병과 함께 목화송이를 정물화로 표현하였고 동백꽃의 붉은 꽃잎과 흰색 꽃술은 색의 대비를 이루며 화면을 압도한다. 작가는 꽃을 "생명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꽃은 씨앗에서 자라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 씨앗을 남기는 순환적 질서들에서 여인의 삶과 닮아 보인다. 작가는 꽃의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고 작품에 담아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헌신-11_한지에 채색, 석채_61×61cm_2024

시간의 중첩-무아지경(無我之境)에 이른 정신적 자유 ● 김신태 작가의 주요 표현기법은 선의 중첩이다. 점, 짧은 직선에서 나비의 윤곽선에 이르기까지 한필 한필 수도자의 수행처럼 긴 시간을 공들여 쌓고 또 쌓는다. 이러한 행위로 선들이 화면에 가득 채워지면서 작품의 깊이감이 더해진다. 채색화는 준비과정에서 마무리까지 쌓고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러한 과정을 참아내야 깊이 있는 채색 작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색을 쌓고 선을 중첩하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작가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한듯 "자신도 모르게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지는 정신적 자유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무아지경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한곳에 통일되어 나를 잊고 있는 경지"를 말한다. 즉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둘도 없는 극치와 쾌감을 느꼈을 때를 무아지경이라한다. 인간이 갖게 되는 만족감은 외부의 물질적 향유에 있지 않고, 내부의 평정심에 집중할 때 비로소 마음이 다시금 고요해짐을 느끼게 되고, 이로써 생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체험하며, 더 높은 차원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살아온 시간들과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선들에 이입시킨다. 그리고 그 선들을 중첩시켜 작가만의 시공간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 무아지경에 빠지고 마음의 치유를 얻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축복-3_한지에 채색, 석채_61×61cm_2024

작가는 재료에 있어서 채색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한다. 수간채색, 먹, 펜, 색연필, 파스텔 등 작품의 의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재료들을 사용하는 실험적 작업 태도를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석채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석채는 천연의 광물을 부수어 만든 안료로 색감은 선명하고 불투명하며, 깊이와 우아함이 있다. 이번전시에서 목화송이, 꽃술에 석채가 활용됨을 알 수 있다. 석채 활용 등 이러한 실험적 태도는 작가의 삶에서 엿보이는 과감성과 성실성 그리고 도전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그것을 실현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은 앞으로 김신태 작가의 작업들과 예술활동을 응원하고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다. ■ 안해경

김신태_그 여인의 길/축복-1_한지에 채색, 석채_61×61cm_2024

시간을 걷는 순례자 ● 김신태는 공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2005년부터 한국화에 관심을 가지고 전통에 충실한 사실적인 수묵화를 연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 김신태의 2018년 작품들은 성숙의 단계에 이른 전통 산수화와 대리석 가루, 분채, 수간 채색의 기법으로 꽃과 나비를 그린 채색화 등 여성 특유의 심상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전통적인 진경산수화에서 꽃으로 전환하는 심미적 회화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이 전시 이후 꽃과 도자, 나비 등 도상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세계의 진면목(眞面目)을 살펴볼 수 있는 초기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헌신-8_한지에 채색, 석채, 혼합재료_61×61cm_2024

꽃은 김신태 작품세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도상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철학, 혹은 삶의 의미와 더불어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인류애의 고유한 미의식과 영겁의 시간이 모두 내포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불교철학인 이숙(異熟)과 관련이 있다. 이숙은 원인과 다르게 성숙한다는 의미이지만, 여기에서 '다르게 익는다'라는 뜻으로 모든 존재의 반복적인 성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매번 같지만 다르게 피어나는 꽃의 탈피처럼 항상 다른 방식으로 성숙하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개념적인 풀이는 자연의 순환적인 섭리에 따라 번식하는 식물의 전치를 통해 그 속에 숨겨진 인류애의 메타포 세계관을 구현함으로써 작가의 심상과 심미적 회화가 모두 하나로 귀결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개념이다. ● 초기의 전통 수묵화 중 2015년 작품 「오대산의 추경」을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올리는 붓질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충청도의 기질과 풍토에서 파생된 독특한 회화론이기도 한데, 공주 출신의 청전 이상범처럼 단순한 조형의 원리인 흑백의 관계에서 벗어나 기존의 관념적인 방식에서 탈피하고 반복적인 미점(米點)으로 그린 결과이며, 부드러운 시각효과와 공기의 흐름이 실제 화폭에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이후 기존회화의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그리는 태도에 있어서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한 작품세계의 모태가 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헌신-10_한지에 채색, 석채_61×61cm_2024

2021년에는 이전의 전통 수묵화나 채색화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조형 원리를 선보였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침묵으로 도배하듯 정적인 화면과 어렴풋이 드러나는 달항아리만 남기고 이전의 사실적인 모든 흔적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모든 영겁의 고리 또한, 모두 사라지고 회화만 남았다. ● 여기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붓질, 즉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은 모든 존재를 유일하게 증명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공(空)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에서 점은 그 자체가 존재이고 시간을 부여하면 이것이 바로 선이 된다. 바로 이 점과 선에 의해 공은 비로소 시공간의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고 근원적인 예술과 시간인 회화의 붓질이 되었다. 그 때문에 회화로서의 모든 존재인 점은 이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고 모든 인고의 시간과 미시적 세계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행복-1_한지에 채색, 석채_61×61cm_2024

그리고 김신태 작가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잠재해 왔던 꽃에 대한 미시적 관점의 편린(片鱗)이 한 인간으로서 인류애를 향한 미지의 조형 세계를 열 수 있는 열쇠, 바로 점으로 치환하고 조형화됐다. 또한 점으로 일관된 회화는 그가 경험한 인생의 전부이자 일부이며 모든 존재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달항아리와 이후에 등장하는 꽃과 나비의 도상은 점, 선, 면, 공간으로 관철되었고 자신이 허락한 '김신태만의 그리기'의 중심이 되었다. ● 여기에서 달항아리는 영원한 예술의 유한성과 연결되어 있다. 인류와 함께 자연에서 출발한 도자는 시대를 막론하고 현재까지 인류의 삶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능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시대를 관조하는, 혹은 삶을 고즈넉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오랜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 해온 도자이다. 김신태는 이 도상들을 차용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삶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치환하며 예술 그 자체의 무한한 생명력과 영원불멸의 인생관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고 있으며 유한으로써 시대를 관통하는 창의(創意)를 품은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

김신태_그 여인의 길/헌신-5_한지에 먹, 채색, 석채_61×61cm

2022년에서 2023년까지 시기에는 더욱 과감해진 단색조 패턴과 반복적인 붓질로 치환된 미시적 관점의 회화를 추구하였다. 색채는 더욱 화려해졌고 도자, 꽃, 나비는 회화의 본질을 이끌 뿐, 더 이상 도상이 아니라 김신태 작가가 그동안 숨겨왔던 인류애에 대한 인간애와 사랑에 대한 연민, 그리움으로 표출하기 위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전통 수묵화에서 부드러운 화면의 효과를 표현한 미세한 붓질과 반복적인 패턴이 이숙의 단계를 지나 명료해진 화면구성과 붓질의 집적(集積)이 눈에 띈다. 그것은 모든 자연의 섭리처럼 구조화된 나비의 생물학적인 자연의 일부분이며 모든 자연을 그대로 닮았다. 김신태는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여 생명에 대한 자연생태 알고리즘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런 요소들에 의해 화면구성은 더욱 견고해졌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더 이상 시간을 붙잡아 두지 않는 시각효과를 얻고 있으며 회화의 본질까지 그대로 고찰하는 특유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그리고 제작하는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처음과 끝이 동일한 색과 질료의 미묘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터득한 표현 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략 그리는 시간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걸리는 고된 제작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 시작해서 바로 끝난 것처럼 처음과 끝이 모두 같은 감정선을 유지하는 긴 숨이 느껴진다. ● 처음에 붓질을 시작할 때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마지막 붓을 놓는 순간까지 감정과 생체리듬을 이끌고 간다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화면구성은 견고하고 그린 시간만큼 빈틈이 없다. 그만큼 그리는 시간 동안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며 마치 수행하듯 끝까지 감정선을 놓지 않는 '시간을 걷는 순례자'와 같다.

김신태는 2024년 공주문화관광재단 올해의 작가전 공모에 선정되어 또 다른 탈피, 이숙을 시도한다. 매번 전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기록한 김신태만의 근면성에서 엿 볼 수 있듯이 꽃에 대한 단상을 잘 정리하고 있다. 붉은색은 인생의 황금기인 젊은 시절의 열정과 사랑, 희망에 비유했으며 목화송이를 평생 가족만을 바라보며 일생을 보낸 어머니의 지고한 사랑을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명료한 명제 앞에 화면은 붉은색과 흰색으로 더욱 화려해졌고 더욱 선명해졌다. 그리고 나비의 패턴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성의 꿈, 사랑, 연민 등 모든 감정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연결하는 여백의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점으로서의 존재, 반복으로서의 존재, 화면을 끝까지 끌고 갔던 감정들의 존재들까지 자신이 그동안 작품 앞에서 거울처럼 보았던 삶과 인생, 그리고 붓질과 시간에 자신을 모두 투영시켰다. ● 김신태에게 있어서 꽃은 바로 자신이다. 그리고 이번 기획초대전에 더욱 부각(浮刻)된 흰 꽃술은 매번 순간마다 탄생하는 생명의 근원을 의미하고 있다. 매일 매일 작가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인고의 깊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며 앞서 언급한 특유의 조형기법을 통해 이 세상 모든 감정의 존재를 함축한 회화의 차원을 열었다. ● 또한 어머니의 지고한 사랑을 의미하는 목화솜은 대리석 가루로 표현하여 부드러운 느낌을 한층 높이고 있으며, 여기에 도자의 따뜻한 온기를 합쳐 마치 모성애를 느끼는 모든 인류에게 헌화하듯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모든 창의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회화의 길을 오랜 시간 동안 사색하고 천천히 그리고 있는 작업 태도의 결과이며 김신태가 바로 '시간을 걷는 순례자'이기 때문이다. ■ 김민기

Vol.20241114e | 김신태展 / KIMSHINTAE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