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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TYA 갤러리 서촌 TYA Gallery Seoch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28 Tel. +82.(0)507.1319.9481 tyagallery.com @gallery_tya
선으로 그리는 존재의 확장 ● 그동안 나는 선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통해 자연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 "省察之木-존재의 확장"은 그 여정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존재의 본질과 그 확장성을 탐구하고자 했던 나의 시도가 이번 전시를 통해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 이번 작업에서는 와시(和紙)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동판화 기법을 실험했다. 얇고 투명한 와시의 물성으로 '경계의 모호성'을 구현했고, 콜라주된 이미지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서로 융화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무수한 선들이 모여 형성된 나무의 이미지는 때로는 심장이 되고, 때로는 우주의 에너지 흐름이 되어 끊임없이 변화한다. ● 들뢰즈의 '탈주선' 개념이 시사하듯, 나의 작품 속 선들은 기존의 의미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움직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존재'와 '경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넘어, 더 확장된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품에서 선은 존재를 표현하는 근원적 요소이다. 자연물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의 선은 방향성을 가지며 위치와 속도, 에너지를 내포한다. 작품에서 최소 단위로서의 선은 물질을 이루고 있는, 혹은 의미를 이루고 있는 최소 구성 요소로 작동한다. 짧고 가는 선들을 미세하게 다르게 쌓아가면 나무의 기둥이 되고 가지가 되며 결국 나무가 된다. 실제 존재하는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선이 모여 이루어진 자연의 이치를 대상화한 이미지이다. ● 이번 작업은 기존의 나무 작품을 위해 제작했던 동판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이다. 동판화는 특성상 응용에 제약이 많다. 이를 극복하고자 기존의 판을 이용해 매우 얇고 고우며 질긴 와시(和紙)를 사용하여 프린트하고 이를 콜라주하였다. 와시는 섬세하게 프린트되면서도 높은 투명도를 지니고 있어, 다른 종이에 붙였을 때 얇은 종이의 물성이 거의 사라져 마치 직접 찍은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콜라주 작업에서 이미지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높여준다.
나무 이미지를 하나의 단위로 재구성함으로써 나무가 아닌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는 마치 생물의 심장이나 혈관의 무더기 같기도 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무에서 출발한 이미지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덩어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환 과정은 존재의 형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이번 작업의 특징은 이전 작업에서의 철학적 성찰의 연장선상에 있다. 짧은 선들이 모여 나무를 이루고 있으나, 나무의 가지 끝으로 갈수록 떨어져 있는 선의 간격으로 인해 나무와 공간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는 자연이라는 존재 자체가 뚜렷한 경계를 가진 것이 아니라 모호한 지점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인간의 언어적 인식에는 명확한 경계를 통해 자연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표현을 위해서는 구분이 필수적 요소이나 실제 자연은 그렇지 않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식의 차이는 일상에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품에서 나무의 형상은 더 이상 고정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잠재적 힘을 가진 존재로 드러난다. 작품에서 보이는 선들의 움직임은 들뢰즈가 말하는 '탈주선(line of flight)'처럼 기존의 구조와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형태로 확장되어 간다. 이는 단순한 형태의 변형이 아닌, 존재 자체의 생성적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 이번 작품을 통해 언어적 경계에 의한 한계를 벗어나 실제로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그 너머의 확장된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표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 김민호
Vol.20241111a | 김민호展 / KIMMINHO / 金慜號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