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

I Reach Out to You in Stretched Forms

박현성展 / PARKHYUNSUNG / 朴顯省 / installation   2024_1107 ▶ 2024_1228 / 일,월요일 휴관

박현성_I Reach Out To You In Stretched Forms_ 천, 알루미늄, 코튼 울, 스틸 와이어_가변설치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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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성 인스타그램[email protected]

초대일시 / 2024_1107_목요일_05:00pm

본 사업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청년문화육성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후원 / 부산광역시_부산문화재단 주최,주관 / 박현성_제이무브먼트갤러리 기획 / 이지원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 J. Movement Art Space & Gallery 부산 금정구 동부곡로5번길 101 Tel. +82.(0)51.622.9151 jmovegallery.com @j.movement_official

작가 박현성을 이해하려면, 이번 전시 『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 I Reach Out to You in Stretched Forms』에도 포함된 2018년작 「Swinging」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이 만든 그네를 타고 끝없이 전시장 벽에 무릎을 찧는 모습이 기록된 영상이다. 중력과 작가의 신체가 만들어낸 진자운동에 의해 그네는 끝없이 앞뒤로 움직이며 벽을 향해 돌진하고, 앉아있는 작가(행위자)의 신체를 조금씩 파괴해나간다. ● 투명한 벽을 향한 이 공격성은 마치 자기 자신을 분열해나가는 어떤 충격적인 광증(狂症)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이데거가 말했던 오롯이 고유한 '나'로서의 본래적(Eigentliche)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사회적 '나'인 비본래적(Uneigentliche) 자아가 너무 뒤섞여 있는 탓에, 그것을 서로 분리해내기 위해 작가는 이다지도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시도해야만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신체를 파괴하는 행위는 그것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죽음-를 직시하게 함으로써, 그것에 불안(Angst)을 느끼는 '나'라는 존재를 수많은 페르소나의 허상 속에서 온전히 구별하고 건져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타자와의 관계 사이에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강박적으로 발견해내는 행위가 박현성의 작업의 어떤 근간이자 추동력인 셈이다.

박현성_Breathing Bones No.06&Digesting Boundaries_천, 스테인리스 스틸, P.E폼, 호스, 알루미늄, 스틸 와이어, PVC_가변설치_2024
박현성_Sharpy Touch_천, 피어싱, 코튼 울, 알루미늄, 스틸 와이어_56×11×11cm_2024
박현성_Swinging_영상_2018
박현성_Airborne Fantasy_천, 스테인리스 스틸, PVC, 호스_가변설치_2024

찢어진 신체 ● 이러한 박현성의 자기 분열과 분리는 「I Reach Out to You in Stretched Forms」(2024)나 「Digesting Boundaries」(2024)를 비롯한 최근작에서, 보다 가시적으로 명확해진다. 천을 주재료로 사용한 이번 작업들의 표면적인 모양새는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 에바 헤세(Eva Hesse), 이불 등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유기체를 모티브로 한 부드러운 조각(Soft Sculpture)의 형식을 잇고 있다. 그것은 강철이나 석재, 브론즈처럼 시간의 풍파에 견딜 만큼 견고하고 무거운 조각과는 달리, 덧없이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연약하고 가벼운 형식으로 표현되는 작업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천이 인간의 피부를 연상시키듯, 이러한 연질의 물질은 경질의 재료에 비해 필연적으로 인간의 취약성을 상징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1) ● 작가는 천과 섬유뿐만 아니라 IV 스탠드, 스테인리스 스틸, PVC 호스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인간의 신체를 닮으면서도 추상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내부 뼈대를 구성하는 스테인리스 구조물들 위에서 마치 피부처럼 덮인 망사천은 팽팽히 당겨지고 펴지며, 날카로운 금속들에 꿰뚫리기도 하고, 길게 어딘가에 늘어지거나 바닥에 쌓이기도 한다. 늘어진 피부와 손, 내부 장기, 가슴 뚫린 몸뚱이, 부수어진 뼈 등이 생각나는 그의 설치물은 분명 부분대상으로 파편화된 인간을 닮았다. 그것은 앞서 「Swinging」에서 보았듯, 작가가 분열하고 파괴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고유한 자신이기도 하다.

박현성_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展_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박현성_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展_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박현성_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展_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박현성_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展_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박현성_나는 늘어진 형태로 너에게 다가가展_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부유해있지만 낯설게 연결된 ● 독특하게도 작가는 작업들을 전시장에 수평으로 나열하는 대신, 주렁주렁 수직으로 매다는 것을 선택한다. 2) 위에서 아래로, 때때로 아래에서 위로 중력을 거슬러 흐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작업은, 공중에 한껏 '떠 있는' 수직적 구조에 기인하여 묘한 긴장감을 낳는다. 사실 박현성의 작업 전반은, 의자를 사용했던 초기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어떤 아슬아슬한 '긴장(tension)' 상태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업 곳곳에서 서로 다른 것들이 경계를 이루며 양측에서 팽팽하게 밀고 당긴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형태가 분명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anti-form), 규칙성과 우연성이 대립하는 그의 작업은 마치 고문받는 신체처럼 고통스러워 보이다가도 누군가의 악수를 기다리는 애절한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덧붙여, 작가가 만들어낸 모든 형태들은 공중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무엇하나 바닥에 닿지 않는 것이 없다. 너무 높지 않은 곳에서 바닥까지 늘어진 천이나 여러 재료들은 자신의 몸을 아래로 뻗어 나가며 지상과 붙어있는데, 땅에 슬며시 적을 두고 있을 뿐, 자신의 무게를 온전히 지탱할만큼 견고한 방식은 아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박현성의 작업을 마주하는 작은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유해있지만 낯설게 연결된 감각, 이 접점이 아마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자, 타자를 만나는 방식일 것이다. ■ 이지원

* 각주 1) 아바카노비치는 다음과 같이 섬유와 유기체의 관계성을 짚고 있다. "나는 우리 지구의 유기적인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첫 번째 요소를 섬유로 간주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 주위환경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것과 같다. 섬유는 우리의 혈관, 근육, 생태학적인 규범, 신경조직, 우리 자신, 식물의 구성 등과 같은 모든 생명력이 있는 유기체에 존재한다. 원초적인 섬유의 존재는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주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규범과 같아서 유기적인 세계의 원시적인 결속을 이루는 것이다." TEXTILE/ART Dri a Di N°13, (juillet 1980), 2; 유선태, 『현대섬유예술의 이해』, (미진사, 1995), 26에서 재인용 2) 모리스 프레쉬레(Maurice Fréchuret)는 『부드러움과 그 형태들 Le mou et ses formes』(1993)에서 정형화되고 전통적인 구조 대신 쌓기, 매달기, 매듭 맺기의 유형으로 20세기의 조각을 구분한 바 있다. "매달아두기는 또한 가차 없는 중력의 역학을 벗어나면서도 중력의 효과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예술가는 형태의 유희에 무한한 해결의 장을 열어주는 것을 습득한다. 왜냐하면 매달아둠으로써 매달려 있는 헝겊이 불안정한 형태를 띨 수도 있고, 돛이 부풀어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 프레쉬레, 『부드러움과 그 형태들』, 박숙영 옮김, (예경, 2002), 157

Vol.20241107m | 박현성展 / PARKHYUNSUNG / 朴顯省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