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담다 Capturing Time

김현기展 / KIMHYUNKI / ??? / photography   2024_1031 ▶ 2024_1110 / 월,공휴일 휴관

김현기_꽃잎 동감 1_잉크젯 프린트_51×76cm_2024

초대일시 / 2024_1031_목요일_02:00pm

2024 공주 이 시대의 사진작가展

주최,주관 / 공주문화관광재단 후원 / 공주시_공주시의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트센터 고마 ARTCENTER GOMA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길 90 2층 Tel. +82.(0)41.852.9806 www.gongjucf.or.kr www.facebook.com/gjcf2020 @gjcf_2020 www.youtube.com

겸손한 향토사진작가의 진면모(眞面貌) ● 오래전부터 공주를 '역사문화도시', '교육도시'로 불러오다가 요즘에는 '세계유산도시', '법정 문화도시'라고 부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공주를 '문향(文鄕)'이요, 예향(藝鄕)'이라고 꼭 집어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현기_꽃잎 동감 2_잉크젯 프린트_51×76cm_2024

공주 역사 속에 무수히 많은 훌륭한 문인(文人)이 많았고, 근대 화단(畫壇) 대표 화가가 공주 출신이며, 회화(繪畵) 작품으로서 보물로 지정된 '이정 필 삼청첩(李霆 筆 三淸帖)'이 1594년에 공주에서 그려진 작품이라는 실제 예만 보더라도 공주가 예향이 아닐 수 없다. 중고제(中古制)의 판소리의 본향(本鄕)이며 극창(國唱) 박동진 선생을 배출한 곳도 공주이다. ● 이와 같은 영예로운 '공주의 지역정체성(地域正體性; local identity)'은 원천적으로 공주가 웅진백제의 왕도(王都)였다는 역사적 사실(史實)에 기인(起因)하고 있다.

김현기_生의 무늬 5_잉크젯 프린트_76×51cm_2024

공주는 금강과 계룡산이 잘 어우러진 천혜(天惠)의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어 어느 곳보다도 사계절 경치가 뛰어난 지역이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공주의 경치가 가장 빼어나다' 거나 '공주의 역사문화가 가장 훌륭하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 공주의 설화를 담고 있는 고마나루가 전해 주듯, 공주는 옛날 큰 나라라고 불리웠던 '구다라(백제; 百濟)'에서 '고마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름답고 고운 고장'인데도 '겸손'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곳이다. ● 백제의 정신인 '검이불누 화이불치(儉以不陋, 華而不侈)'의 가치를 내면 깊이 담고 살아가는 순수하면서도 겸손한 사람들이 지역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곳이다. ● 김현기 작가를 볼 때마다 '겸손한 공주', '백제의 정신'을 떠 올리곤 한다.

김현기_生의 무늬 1_잉크젯 프린트_76×51cm_2024

15년 전 사진에 입문하여 오로지 사진과 세월을 보냈으면서도, 지금도 김현기 작가를 '사진예술가'라고 부르면 손사래를 친다. '사진예술가'가 아니라 '사진작가'라고 불러도 마찬가지이다. 참으로 겸손한 '사진작가'이다. 외모로도, 내면으로도 한결같다. ● 이렇게 공주의 지역 미덕과 같은 '겸손한 작가'인 김현기 작가의 우수한 작품성과 그동안의 기여도를 인정받아 공주문화관광재단의 '2024 공주 이시대의 사진작가'로 선정되었으니 이제는 작가의 진면모를 세상에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김현기_시간을 담다 4_잉크젯 프린트_203×304cm_2024
김현기_시간을 담다 1_잉크젯 프린트_203×304cm_2024

보통의 작가들이라면 공주에서 '이시대의 작가'로 선정되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작품활동에 부단히 매진할 것이다. 그런데도 김현기 작가는 '사양할 수 있다면 이 시대 작가 선정을 반납하고 싶다'고 한다. ● 김현기 작가의 고운 마음의 발로(發露)는 특유의 '겸양지덕(謙讓之德)'에 기인하지만, 아마도 15년간 사진예술을 하면서 수없이 부딪혔던 장벽 속에 숨어들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김현기_나무 결 3_잉크젯 프린트_76×51cm_2020

김현기 작가는 정호승 시인의 '봄날'의 첫 구절, '길이 끝나는 곳'에 수없이 당도해 보았을 것이다. 탄광의 광부를 숨 헐떡이게 하는 막장과도 같은 '예술 세계의 막다른 곳'에 수없이 부딪히고 좌절했을 김현기 작가만의 숨 멎은 세월이 한, 두 해가 아닐진대 어떻게 호기(豪氣)있게 '이시대의 작가' 전시회에 나서겠는가? ● 김현기 작가의 작품은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에서 창작되었다. 공주의 설화를 담은 고마나루 솔밭에서, 최근에 명소로 떠오른 메타세콰이어 숲길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를 막아내는 돌에서, 바람과 물로 부서지고 휩쓸린 모래밭에서, 고요한 듯하면서도 용솟음치는 듯한 물속에서 곱디곱고 아름다운 '결'을 찾았다. 마치 김현기 작가의 고운 마음결을 소리 없이 표현하듯.

김현기_나무 결 2_잉크젯 프린트_76×51cm_2023

감상하는 누구나 피사물과 피사체가 전하는 메시지를 '결'로써 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통해 '구체성의 철학'을 느낄 수 있으며, 작가의 순수성을 잘 전해 들을 수 있다. ● '구체성'은 자연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생명의 가치이며, 인간 삶의 가장 자연스럽고 소박한 표현인데, 김현기 작가는 '돌', '모래', '물'과 같은 순수한 자연물 속에 담긴 '결'을 통해 그들이 숨 쉬고 있고, 인간 삶의 모습과 같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 한다는 철학을 전하고 싶었다고 보았다.

김현기_빛의 노래 1_잉크젯 프린트_51×76cm_2024

그런가 하면 김현기 작가의 작품 속에는 고도의 '추상성'이 내재되어 있음도 본다. '꽃의 동감'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하게 한 자연 생명체가 지닌 고유의 '결'을 전하는 노력에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내면(內面) 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소용돌이 치는 듯한 '추상성'을 볼 수 있다. 그와 함께 우리는 15년 세월을 사진예술을 통해 자신을 분출하려 했던 김현기 작가의 활력을 보고 느낀다. ● 많은 사진예술인들이 어느 때부터인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삶의 구체성'을 밀어내고, 그 공간 속에 '추상성'을 채워 넣으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의 순수한 삶의 모습'과 '분출시키지 못하는 욕망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듯이 '구체성'과 '추상성'의 조화를 잘 이루는 작품이 보기 편하다. 마치 중용(中庸)의 미덕을 갖춘 군자(君子)의 덕성을 닮은 것 같아서 더더욱 좋다.

김현기_바람의 흔적_잉크젯 프린트_51×76cm_2015

김현기 작가의 작품들은 감상하기에 편안하다. 그렇지만 바람결을 타고 흐르는 풀을 형상화한 작품이나 그 밖의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작품세계가 쉽게 드러나는 것만도 아니지만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일관되며 또한 강하다. ● 분명한 것은 작가 프로필에 드러나듯, 김현기 작가는 철저하게 향토사진작가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현기 작가는 공주 출신으로, 43년을 교단(敎壇)을 지켰던 존경받는 교육자로 은퇴하고, 오로지 사진예술의 세계 속에서 아름다운 공주, 품격있는 공주를 사진으로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공주를 바라다보는 향토작가이다.

사진이 회화(繪畵) 같고, 회화가 사진 같은, 추상성과 입체성이 고도로 표현되는, 디지털 기법으로 합성이 또 다른 합성을 탄생시키면서 작가의 심오한 작품세계를 표현해 내는 사진예술의 장르도 있는 마당에 피사체의 순수한 본질(이데아; idea)을 드러내면서도, 예술의 수요자들에게 '편하게 감상(鑑賞)하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겸양성(謙讓性)을 지닌 작가가 바로 김현기 사진작가이다. (2024. 10) ■ 이일주

Vol.20241031g | 김현기展 / KIMHYUNKI / ???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