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순간을 더듬어

김기찬_김륜아_신재민展   2024_1025 ▶ 2024_1115 / 월,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예술경영지원센터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3층 Tel. +82.(0)31.949.8154 www.gallerysoso.com @gallerysoso_

지난날을 돌아보면 끝없이 이어지던 동굴이 있다. 짙게 드리워진 어둠에 손을 뻗어보지만 그저 허공일 뿐 몸을 지탱할 그 어떤 것도 잡히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을 애써 깜빡이며 한 걸음 내디디면 끈적한 어둠이 발목에 엉겨 붙어 밑으로 밑으로 잡아당긴다. 더 가라앉기 전에 다시 한발 내딛고, 어디라도 닿기 위해 팔을 크게 휘두른다. 숨을 몰아쉬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눈을 크게 뜬다. 무엇이라도 눈에 비치길 간절히 바라며.

빛나는 순간을 더듬어展_갤러리 소소_2024

여기, 어둠을 지나고 있는 세 작가가 있다. 이제 막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김기찬, 김륜아, 신재민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하며 갈고닦은 자신들의 작업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관심사와 표현방식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업은 뒤편에 묻어두고 애써 찾지 않았던 동굴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 어둠을 지날 때 허우적대던 손은 무엇인가를 움켜쥐었었고, 휘청대는 발은 단단한 땅을 밟았으며, 크게 벌린 눈에는 잠시 상이 맺혔었다. 그것은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절실하게 희망적이었던 빛나는 순간에 대한 기억이다.

빛나는 순간을 더듬어展_갤러리 소소_2024
김륜아_Music Drawing No.12(Treasure)_ 종이에 연필_21×29.7cm_2024
김륜아_Music Painting (Treasure)_ 캔버스에 유채_80.3×80.3cm_2024

터질 것 같은 내면의 소리를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김륜아의 화면은 색과 선으로 가득 차 있다. 몸에 대한 고통스러운 고찰과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처럼 다채로운 풍경의 기억은 화면을 찢을 듯 터져 나오고, 음악과 몸이 동기화되어 흘러나온 드로잉은 화면 위를 춤춘다. 그녀는 맞닥뜨린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여 치열하게 싸운 후 내뱉어버린다. 어둠 속에서 꽉 움켜쥔 순간을 놓칠세라 폭풍처럼 쏟아낸 그녀는 그제야 말간 얼굴을 든다.

빛나는 순간을 더듬어展_갤러리 소소_2024
김기찬_담쟁이 Ivy_종이에 연필_14.8×21cm(6.8×5.5cm)_2024
김기찬_선경아파트 Seongyeong apartment_ 종이에 연필_109×143cm(77×136.6cm)_2022

오로지 종이와 연필, 지우개로 일상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김기찬은 동시에 그리는 일 없이 한 번에 한점씩 그린다. 주로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단조롭고 규칙적인 그의 일과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하나의 풍경에 바쳐진다.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그려진 아주 작은 화면에는 집요함이, 희미하게 보여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그대로 그린 큰 화면에는 겸허함이 있다. 그는 그렇게 모든 순간에 고요하게 몰입하여 풍경 깊숙이, 한 발 한 발 들어간다.

빛나는 순간을 더듬어展_갤러리 소소_2024
신재민_무한의 바다 Infinite Sea_ 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23
신재민_호암산 장군봉 Janggunbong_ 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24

신재민의 회화에는 낯설고도 친밀한 세계가 있다. 그는 좋아하는 곳을 걸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이 세계와 저 세계 간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세계를 꿈꾼다. 자연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을 골라 익숙한 거리를 그리고, 그 위에 머리를 스쳤던 잔상들을 올려놓는다. 그의 작품에서 나뭇잎, 비, 하늘, 얼굴과 같은 자연물은 모듈화되어 새로운 세상의 규칙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신재민은 오늘도 산책하며 자신만의 겹쳐진 세계를 눈에 담는다.

빛나는 순간을 더듬어展_갤러리 소소_2024

지금도 눈앞은 여전히 어둠이다. 사실 어둠은 지난날에 통과했던 짧은 터널이 아닌 삶을 채우는 불확실성이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하면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존재들이다. 때로 이 모든 것을 견디기 위해 지나간 일이라 여기며 어둠에서 눈을 돌린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어둠 속을 이 어린 세 작가는 빛나는 순간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내 눈앞의 어둠과 마주 선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본다. ● 빛나는 순간을 본 그 눈이, 빛을 더듬었던 손의 감촉이, 빛을 좇아 한 걸음 내디딘 그 발걸음이, 그 모든 기억들이 다시 빛이 되어 이 어둠을 밝혀주기를. ■ 전희정

Vol.20241025d | 빛나는 순간을 더듬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