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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1024_목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체육부 기획 / KP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 (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www.kpgallery.co.kr @kpgalleryseoul
김언지 사진의 "숨, 결" ● 김언지 작가의 신작 「숨-결」 연작에는 나무와 하늘과 바다가 등장한다. 작가와 나무, 하늘, 바다의 '아름다운 마주침'이 「숨-결」의 주요한 골자이다. 사진 속 나무와 구름과 바다는 작가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작가는 그들과의 내밀한(intimate) 접촉을 시도한다.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대상과의 교감을 전제할 때, 열린 문(shutter)으로 공기가 들어 왔다가 나가며 빈방(camera)에 어떤 기운이 스며들어 '무늬'를 형성하는 것. 즉, 둘의 마주침이 공명하며 사진을 찍고 사진 속으로 들어오는 일은 존재론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작가와 피사체가 마주쳐 공진해 사진이 되고, 서로의 '숨결'로 이어져 작가가 경험한 유일무이한 고유성으로 풍경은 존재한다. 「숨-결」 연작이 희미하게 아름답고 슬픈 까닭도 피사체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작가)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바로 아름답고도 슬픈 시간 때문이다.
사진 속에서 숨 쉬는 나무들은 김언지 작가의 작품이 된 후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거나 나무의 생을 마쳤다. 더는 "그 나무"가 서 있던 모습을 볼 수 없다. 나무는 자기에게 주어진 장소에서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태어난 곳에서 살다 죽는 것이 나무의 운명이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아주 먼 곳으로 이주하기도 하지만) 그 나무들은 작가에게 큰 위안이었다. 나무 주위로 경관이 크게, 빠르게, 바뀌더니 급기야 나무들이 쓰러지거나 파헤쳐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목도 한다. 이 사진들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과의 마지막 기념사진이자 생을 다할 무렵 나무의 혼이 공중으로 퍼져 올라가는 나무의 영정사진이다. 그러므로 김언지 작가의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고, 그 나뭇잎 하나하나 모두 사소한 것일 수 없는, 작가가 절실하게 다가가 그리워하고 보존하고 싶은 대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작가의 병든 엄마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작가가 나무의 슬픔과 아픔에 다가가 하얀 천을 감아준 것은, 나무의 슬픔이 곧 자신의 아픔이기에, 천도의 제의와 기도의 마음이 동시에 일어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무를 안고 어루만지고, 나무에게서 자기에게로 이어지는 하얀 붕대를 통해 저 풍경(곧 사라질)과 나(미래 속에 있게 될) 사이의 존재론적 간극을 드러내 필멸하는 삶을 애도하는 몸짓. 그 방법으로 중형카메라를 사용해 흑백필름으로 장노출을 줘 촬영했다. '필름'은 나무의 삶을 사진 속에 좀 더 깊게 각인하기 위해 작가에게 문(shutter)을 오래 열어두라고 했다. 죽음의 시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가 있을까! 셔터가 열렸다 닫히며 사라지고 살아나는 사진, 오직 열린 셔터 사이로 빛과 공기, 숨결이 교통할 때만 삶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그래서 바르트도 셔터 소리에 경도됐으리라. 바르트에게 셔터 소리는 존재의 생생함이었고, 포즈(pose)는 존재의 죽은(갇힌) 형식이었다. 포즈를 거부하고, 다만 자유롭고 정처 없이 흔들리는 사진 속 나무들은, 그렇게 몸부림을 쳐야 사진 속에서 계속 춤을 출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포즈를 거부하는 것은 '하늘'과 '바다'와 '구름'도 매한가지다. 바람과 온도의 높낮이가 달라질 때마다 혹은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똑같은 하늘과 바다와 구름은 없었다. 김언지 작가가 '나무'에서 '하늘과 구름'과 '바다'의 풍경으로 계속 시선을 이동한 것도 무상함의 진리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언젠가는 필멸할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엘레지가 하얗게, 뿌옇게, 눈부시게 사진 속에서 가득 번진다.
김언지 작가의 「숨-결」 연작은 곧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둑해지는 시간대에 탄생했다. 장시간 노출이 필요해 겨우 1~2컷 정도만 찍을 수 있었다. 빛이 물러가고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 그 시간은 작가가 피사체와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생생한 사랑의 시간이다. '숨'은 공기(空氣)가 안팎으로 드나드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혹은 그 자리에 감도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일컫는다. '결'은 숨이 만들어낸 무늬이다. 숨이 거칠면 결이 성기고 굵을 것이고 고우면 잔잔하고 규칙적인 무늬가 생긴다. 숨결은 숨을 쉴 때의 상태, 결은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를 뜻하는 명사로 볼 수 있다. 김언지 작가가 촬영한 바다는 유독 부드럽고 연한 결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작가가 이미 그러한 것처럼,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바다는 스스로 풍경이 되어 작가와 작품 속에서 공명하고 있었다. ■ 최연하
『숨 결』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훼손되어지는 자연을 보며 공존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2018년 서울을 뒤덮었던 회색빛의 대기오염은 내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인간은 자연과 아름다운 공존을 하여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무관심 속에 소멸 되어지는 나무와 하늘과 바다를 찾아다니며 오랜 시간 작업을 하게 되었다. ● 내가 소멸 되어지는 피사체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작업하는 것은 엄마에게서 사라진 기억에서 비롯된 것 같다. 치매로 잃어버리신 엄마의 기억처럼 내가 바라보던 나무와 바다와 하늘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라지는 그들의 흔적과 숨결을 담으려는 나의 여정으로 공존을 상기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 김언지
Vol.20241024a | 김언지展 / KIMANGI / 金彦志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