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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1부 / 2024_1023_수요일_06:00pm 2부 / 2024_1023_수요일_07:30pm
주최,주관 / 지민석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글 / 임휘재 무용 / 김홍주_류정문_주혜영 음악,편곡 / 서의철 가단(서의철_남성훈_김동인) 믹싱,편곡 / 윤재민 디자인 / 이아모(스튜디오 실버라이닝) 촬영 / 정동화_지하은 설치 / 마동원 번역,멕시코 코디 / 엘리자벳 메디나 타보아다 Elizabeth Medina Taboada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년도 청년예술가도약지원 사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챔버 Chamber(CHMBR)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26-6 1층(구 챔버1965) Tel. +82.(0)10.4005.1814 @chamber26_6
코신제례의 합리성과 주체적 미래 상상 ● "픽션을 일상적 경험과 구별하는 것은 결여된 현실성이 아니라 과도한 합리성이다." 1) ● 한국 전통 샤머니즘 및 종교의 맥락에서 코카콜라 여신의 탄생이라니, 허구도 이런 기막힌 허구가 없다. 지민석은 현대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108개의 브랜드를 한국의 전통 신으로 형상화해왔다. 각 신을 의미하는 새로운 문자를 창제하고, 각 신들은 자신의 메타포를 품은 채 사물의 상태에 대한 묘사를 그것의 가시성의 형태들을 결정하는 상징적 지형에 새기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이렇게 지어진 신들 중 코카콜라 여신은 신화를 넘어 종교를 만들고, 구체화된 코신제례를 형식 안에서 '중재'라는 공동체의 철학을 나열하게 된다. 이렇게 지민석은 코카콜라와 한국 샤머니즘이라는 이질적 행위자들을 솎아 내고, 그들이 속한 가정적 정황(사건)을 단정하고, 이질성의 공존과 연속을 가늠하며, 유효성과 대안성의 양상을 식별하게 하는 굿판을 펼친다. 그리고 시각 예술 안에서 지각 가능하고 사유 가능한 형태로 우리를 초대한다.
지민석의 이질적 행위자들이란, 성스러움의 필연에 따라 상업적이고 세속적인 것임과 동시에 상업적이고 세속적인 것의 저편에서 여전히 성스러운 것, 그리고 그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차이를 지우는 지난한 과정이며, 이는 작가에게 주요한 중재의 가치에서 비롯된다. 지민석의 허구적 세계, 『코신제례』는 신화의 맥락 안에서 쉬이 읽히는 결여된 현실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에 대한 과도한 합리성을 엿볼 수 있는 장이다. 나는 허구의 코카콜라 여신 신화를 통해 실재를 기록하기 위한 역사의 가장자리 내외부를 짚어가며, 코카콜라 신화의 대안적 미래주의 상상력이 취하는 의미와 형태들을 따져본다.
코카콜라 여신은 한없이 커져버린 태양, 세상이 불타고 모두가 눈을 뜨지 못하는 때 숯에서 탄생한다. 코카콜라 여신은 눈을 뜨지 못하는 이들에게 검은 그림자를 내어주고, 인간은 만물을 바라보아 길을 알게 된다. 태양과 대적하는 코라콜라 여신이 태양의 속성과 같은 숯에서 탄생한다는 점은 여타 신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일체화 현상' 2) 과 연관된다. 일체화 현상은 신화 속 인물이 대적하는 대상과 같은 속성이나 형상을 가지는 현상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는 괴물 메두사의 잘린 머리를 방패에 달고 다녔다는 이야기, 인도 신화 『마하바라타』 속 영웅 '아르주나'의 숙적 '카르나'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으며, 둘 모두 활 솜씨가 뛰어났다는 점, 심지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는 숙적 관계인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와 영혼이 연결되고, 둘 모두 뱀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이는 대적하는 존재, 미움의 존재를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모순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아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화의 합리성이다.
코카콜라 여신 신화에서는 신화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숫자 3의 해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프랑스 문헌학자 조르주 뒤메질(Georges Dumézil)이 세운 '3기능 체계설'에 따르면 3기능 체계란 "계층화된 세 개의 기능이 세계를 성립하고 유지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3) 계층화된 세 개의 기능은 마술적 힘, 세계 지배 권력을 의미하는 '신성'과 물리적 힘, 전쟁의 승리를 의미하는 '전투력', 물질적 부, 미와 사랑을 의미하는 '풍요'로 구성된다. 코카콜라 여신 신화에서 발견되는 3가지 주요 소재, '숯', '호리병', '다리 달린 청어' 3개의 요소는 3기능 체계를 따르고 있다. 코카콜라 여신이 탄생한 숯의 이중성은 신성을 의미한다. 또한 태양에 저항하는 어두운 기운이 담긴 호리병은 전투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늘 코카콜라 여신 곁을 지키는 다리 달린 청어는 물과 땅을 오가는 존재로 숯과 같이 신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마어마한 개체 수로 인간의 주요 먹거리로 사용되어왔듯 풍요를 의미한다.
숯은 태양과 같이 빛과 열기를 내재한 존재임과 동시에 차가운 물성을 지니고 있는 이중성을 갖는다. 숯의 이중성은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매개하고 중재하는 것으로 신계와 인간계의 연결과 중재, 양과 음, 빛과 어둠의 중재를 뜻한다. 특히 숯에서 태어난 코카콜라 여신이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아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불구가 되었다는 점 역시 신화학에서 중재를 의미하는 요소로 발 하나 없는 이미지가 사용된다는 점과 연결된다. 이러한 중재의 요소는 다양한 픽션에서 등장한다. 어린 시절 읽었던 신데렐라는 아궁이 속 잿더미를 치우는 여자였고, 해리 포터에서는 폴리가루를 사용하거나 화장실 4) 의 변기를 통해 마법부의 아궁이로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서늘한 기운을 내어주던 코카콜라 여신은 점점 더 뜨거워지는 태양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호리병 속 어두운 기운을 하늘에 뿌린다. 코카콜라 여신과 대적하던 태양과 장군신은 새로운 중재를 맞이하고, 하루 한 번씩 하늘에 떠 있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 한 번 찾아오는 어두운 하늘을 보고 "봐!"라고 외쳤고 이렇게 밤이 탄생한다. 이는 언어적 유감주술 5) 의 형식을 띄고 있다. '보다'는 '알다'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영어의 'see'가 그러하고, 프랑스어에서 '지식을 의미하는 단어 'savoir'는 'voir(보다)-'avoir(소유하다)-'savoir(알다, 지식)의 어근을 갖는다. 보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고 알게 되는 것이며 지식은 소유한 것, 권력이 된다. 신화 속 인류는 밤을 보고, 밤을 소유하고, 밤을 알게 되는 주체성을 회복한다. 지민석의 세계는 단일한 하나가 아니다. 그에게 세계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 듯한 가치, 혹은 자본과 권력이라는 거대 주체에 의해 규정된 하나의 세계가 아니다. 지민석이 바라본 세계는 극단적 호불호 가치 편향과 자본주의에 의한 가치 전도, 망각, 소외의 세상이다. 그렇기에 중재의 가치를 품고 세계를 주체적으로 이해하길 요청한다. 그의 신화에 중재를 통한 주체성 회복이 주요하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이다.
거대한 태양은 삶의 필수적 요소이자 절대적 권력을 상징한다. 코카콜라 여신 신화 속 끊임없이 커져가는 태양은 인류의 삶을 불행으로 이끄는 조건이 된다. 계속해서 거대해지는 태양은 절대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서구 형이상학, 잡념 없이 맑고 깨끗한 의식 상태에 대한 열망의 상징이 된다. 거대한 태양에 저항하는 코카콜라는 거대 주체, 서구적 사유, 자본주의를 품은 이중성을 지닌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는 지민석에 의해 한국의 샤머니즘 안으로 포섭되고 활용된다. 이로써 지민석은 신비롭고 놀라운 동양 작은 나라 한국의 문화에 대한 막연한 관심, 그리고 그 문화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서구의 주체 상정이라는 서구의 보편적 한국 문화 활용을 전복시킨다. 지민석은 "예술은 우리를 둘러싼 진지한 놀이를 허물 수 있는 새로운 놀이"라고 말한다. 6) 지민석은 모순적이고 이질적인 개념들을 하나로 엮어 대립과 반대항의 조건을 허무는 허구 짓기 놀이의 주인이 된다. 자신을 둘러싼 경제, 문화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개념들을 자신의 해석 안에서 전면적으로 활용하며 해석하는 것. 한국의 전통을 바라보는 거대 주체의 시선, 그것을 탈피하는 것. 즉, 자신의 전통문화 속으로 코카콜라를 편입시키는 태도. 이것이 거대해지는 태양 앞에서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들이켜고, 남은 호리병 모양의 콜라병에 주목하는 작가의 유쾌하지만 진지한 방식이다. 이렇게 지민석은 진짜 우리의 삶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자문한다. 자기 성찰적 자문으로 태동한 그의 대안적 상상은 동서양의 혼합된 문화권을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주체적 창작이다. ■ 임휘재
* 각주 1) 자크 랑시에르, 『픽션의 가장자리』, 최의연 옮김, 도서출판 오월의봄, 2024. 2) 오키타 미즈호,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이정미 옮김, 포레스트북스, 2024. 3) 김현자, 『조르주 뒤메질, 인도-유럽 신화의 비교 연구』, 민음사, 2018. 4) 화장실 역시 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으로 신화에서 중재의 장소 사용된다. 5) 영국의 사회인류학자이자 민속학자였던 프레이저(J. Frazer, 1854 ~ 1941)는 대표 저서인 『황금가지(Golden Bough)』에서 접촉주술과 함께 유감주술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프레이저는 주술을 유감주술과 접촉주술로 구분하였는데, 그가 주장한 바로는 유감주술은 모방주술이기도 하다. 유감주술의 핵심 원칙은 '유사類似는 유사를 낳는다.'와 '결과는 그 원인을 닮는다.'이다. 이 원칙에 따라 어떤 현상을 모방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 한국민속대박과사전 웹사이트 6) 필자의 작가와의 인터뷰
Vol.20241023h | 지민석展 / CHIMINSEOK / 池珉錫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