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세계 The Silent World

이채영展 / LEECHAEYOUNG / 李彩瑛 / painting   2024_1022 ▶ 2024_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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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부천문화재단_부천시 기획 / 하자유 본 전시는 부천문화재단 차세대전문예술활동지원 『청년예술가S』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입장마감_04:30pm

부천아트벙커B39 Bucheon Art Bunker B39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 53 1층 유인송풍실 Tel. +82.(0)32.321.3901 artbunkerb39.org blog.naver.com/b39-space @artbunkerb39

사라지고 살아지는 풍경 ● 이채영의 회화로부터 두 개의 풍경을 본다. 용도를 잃은 폐공장과 공터 위 잡풀이 이루는 장소적 풍경 하나. 공허와 평온, 건조함과 먹먹함이 이루는 심상의 풍경 하나. 그 두 개의 풍경이 이채영이 먹의 필선으로 묘사한 사실적 증언이며, 종이 위에 안착한 습윤 안료가 형언한 무의식적 세계의 하나로 맴돈다. 어린 이채영이, 소년기의 이채영이, 성인이 된 이채영이 머물고 배회했던 숱한 지역에 엉겨 붙은 오랜 르포(repo)이자 심상으로서. ● 이 풍경을 두고 이채영은 '말 없는 세계, 불완전한 세계가 만들어진 알 수 없는 풍경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작가노트를 계속 인용하자면, '과거 번성했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쇠퇴한 결과물들인 폐허의 흔적들', '공장의 가동이 멈춰지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곧 사라질 것들이나 이미 사라진 것들'이다. 다시 오지 않을 과거의 시간을 함유하면서도 현재의 건축적 매스로서 눈앞에 실재하는 것,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보이지 않으나 보아지는 경계 사이에서 이채영의 회화가 있다. 경계는 온전히 해체되거나 구분되지 않고 기이하며 고요한 감각으로 양가적 입장의 고단함을 고수하고 있다. 이어, 죽은 듯 살아있는 잡목과 잡초와 같은 자연물은 무언의 상징처럼 그 그림 속에 함께 한다. 낡은 건물 위 드리워진 거미줄같이, 마른 혈관 내 배양된 세포의 의지같이. 그것은 버려진 풍경이되 아직(혹은 결코) 죽지 않은 풍경의 일부다. ● 이채영은 인천과 경기도의 소도시를 유랑하며 살아왔다. 이 유랑은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하나의 고정된 터전으로서 고향이랄 것이 없는 도시 유목민의 이동이다. 중심을 의식하지만 주변부로 멀어지기 거듭하는 불안이자 모순이다. 작가와 동세대 자본주의 키즈의 내면일 수 있을 그것은 자기소외의 현실을 대변하는 풍경으로 지금이라는 시대에 계속 '사라지고 살아지고' 있다. * '사라지고 살아지고'라는 표현은 이채영의 《사라지다 살아지다》(2024, 아트벙커B39 유인송풍실)의 전시 제목에서 착안했다. ■ 오정은

이채영_말없는 세계_The Silent World展_부천아트벙커B39_2024

길을 걷다보면 발걸음이 멈춰지는 곳들이 있다. 말없는 세계, 불완전한 세계가 만들어진 알 수 없는 풍경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흐르고, 관심을 갖게 되는 장소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의 소외된 풍경들이었다. 과거 번성했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쇠퇴한 결과물들인 폐허의 흔적들, 공장의 가동이 멈춰지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곧 사라질 것들이나 이미 사라진 것들이었다. 폐허 속에는 도시의 번영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라지고, 파괴되어있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 도시의 화려한 이면인 불안함과 쓸쓸함, 그 속에 깃든 허무함이 공존하는 이러한 풍경들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번영과 쇠퇴,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이 공간들은 단순히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도시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인간 존재의 흔적을 드러낸다. 모든 기능이 상실한 말없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불안한 상념에 뒤엉키게 된다. 그렇게 사라지고 지워진 흔적들 속에는 목소리 없는 것들이 발자국을 드러낸다. 인간의 발걸음이 끊기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자유분방하고 무분별하게 자라나는 잡풀들과 오래된 건물의 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서로 자생하며 자리 잡고 있다. ● 한쪽에서는 소멸되어가고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사라지는 것에 부정하듯이 살아내고 있다. 이렇듯 사라지는 것 속에는 모순된 상념이 드러난다. 실제와 실재, 존재와 부재,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이 혼돈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불완전한 공간과 시간의 재사유로 이어지게 된다. 본인은 이러한 불완전한 풍경 속 경계를 허물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마주하고자 한다. ■ 이채영

Vol.20241022c | 이채영展 / LEECHAEYOUNG / 李彩瑛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