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숲 The Other TREE

김미경展 / KIMMIKYOUNG / 金美慶 / photography   2024_1021 ▶ 2024_1031

김미경_타자의 숲01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1220d | 김미경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24_1022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cafe.daum.net/gallerybresson

우리는 종종 낯선 존재인 타자에 대해 경계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이는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존재를 불안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자를 이해하고 그 존재와 마주하는 과정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며 깊이 있는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타자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 고유한 언어와 삶으로 다양성을 드러낸다.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는 타자를 단순히 '나'와 다른 존재로 보지 않고,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독립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았다. 이는 타자와의 관계가 그저 상호작용을 넘어, 타자 자체가 지닌 무한한 고유성과 마주하는 순간임을 의미한다. 마치 나무가 각자의 독립된 생명체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뿌리로 연결되어 생명을 공유하는 것처럼, 타자와의 만남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신비로움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타자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고유한 존재감이 우리의 삶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김미경_타자의 숲02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03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05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07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08_피그먼트 프린트_40.5×50.5cm_2024

들뢰즈와 가타리가 주장한 '리좀(Rhizome)'의 개념은 모든 존재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리좀적 관계는 나무들이 서로 뿌리로 얽히고,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영양분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 리좀은 고정된 중심이나 위계질서 없이, 비선형적으로 확장되며 유기적으로 변화를 수용한다. 이처럼 타자와의 관계 역시 어느 한쪽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변화하며,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리좀적 관계 속에서 우리는 타자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고,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김미경_타자의 숲09_피그먼트 프린트_40.5×50.5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10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13_피그먼트 프린트_40.5×50.5cm_2024
김미경_타자의 숲14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시인 이형기는 나무를 "제 자리에 선 채로 천 년의 강물을 흘려보내는 존재"라고 했다. 나무는 고요하고 고독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끊임없는 생명력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촬영을 하다 보면 고독하게 서 있는 나무조차도 그 생태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인간이 타자와 맺는 관계에서 느끼는 고독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연결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속에서 보이는 나무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자라며, 그 뿌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모습은 타자와의 관계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 문명은 우리를 자연과 단절시키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무력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유용성과 무용성의 경계에서 방황하며 삶의 방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시 세상과 소통하고 연결되는 길을 열어준다. 나무들이 그 뿌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듯,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금 땅과, 그리고 서로와의 깊은 연대를 회복할 수 있다. 「타자의 숲」에서 나무는 독립적 존재이지만, 서로 얽혀 있으며 상호작용한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듯, 우리도 타자와 연결된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한다. 이 작업은 전통적인 수목형 인간관계 대신 리좀처럼 얽힌 나무들을 통해, 수평적이고 다변적인 타자와의 관계를 표현한다. 숲의 나무와 식물들이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상호 연결되어 있듯,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만의 나무를 넘어 더 큰 숲을 발견해가는 여정을 이어간다. ■ 김미경

Vol.20241021a | 김미경展 / KIMMIKYOUNG / 金美慶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