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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염 홈페이지_www.murphiyum.com 인스타그램_@murphi313381
초대일시 / 2024_1019_토요일_12:00pm
후원 /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물결서사 Moolgyulseosa 전북 전주시 완산구 물왕멀2길 9-6 www.facebook.com/mullwangmull @mull296
전시 『정오의 낯선 물체』는 동명의 책의 발표를 위해 마련되었다. 책 『정오의 낯선 물체』는 돌잡이라는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의례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과 사회 간 관계를 예술담론 차원에서 분석해보고, 사물에 부여되는 관념, 인식, 욕망 등의 다양한 층위들을 매체에 경계를 두지않고 미학적으로 재고해본다.
실험적 글쓰기의 시작 - 돌잡이의 언어적 해체와 브리콜라주 ● 책의 초반부에서 나는 '돌잡이'의 어원을 자체적으로 해석해보았다. 돌잡이를 '돌'과 '잡이'라는 말로 나누고 '돌'이라는 단어를 먼저 짚어보며 '태어난지 일주년을 맞은 아기의 첫 생일'이라는 의미의 돌, '바위의 조각으로서 모래보다 크고 바위보다는 작은 광물질의 단단한 덩어리'라는 의미의 돌, 그리고 '아이가 돌아 나올 돌(ㄊ)'이라는 한자어로서 돌, 이렇게 크게 세가지 정의로 나누어 '돌'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다양한 정의를 다소 독단적인 방법으로 언어와 그 개념 사이를 엮어보며 확장될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러한 엮음은 나의 작업 방법론 중 하나인 브리콜라주(bricolage)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이 가능했는데, 일상적 사물들을 비예정조화(non-preetalbished harmony) 차원에서 수집하여 여차 할 때 요긴하게 써먹는 감각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브리콜라주(Bricolage)'라 명명했다. 일명 '손재주'에 상응하는 이 개념은 일단 가지고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즉 원시부족사회의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아 수집과 응용'이라는 행위에 보다 야생적인 맥락을 더해준 주요 개념이다. 사물과 사물을 임시적으로 엮고, 통틀어서 의미를 반추하는 조형실험을 기반삼아 실험적 글쓰기에서도 그 브리콜라주적 방식을 접목하여 야생적인 언어로, 그것들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다가가보고자 하였다.
사물 접촉에 대한 노스탤지아 ● 사물을 통해 일상성의 변용을 포착하는 방법론은 지속하다보니, 그러한 일상성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일상적인 물건들을 언제부터 선택하고 잡았었는지, 그 태초의 순간이 언제였던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반성적 고찰로부터 '돌잡이'라는 사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 것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은유와 상징성으로 점철된 돌잡이라는 주술 아래 혼합될 예술적 실천 속 수집된 사물들의 관념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돌 상 위 레디메이드의 재현 ● 사물에 투영된 사회적 위계, 차별 등에 대한 재고는 몇 차례 조형작업을 통해 이루어져왔다. 그간 사물의 보편적 기능을 무시하고 기능을 허투루 사용하며 그것의 잠재성을 탐구하는 시도를 주로 해왔으나, 동시에 사물이 가진 기존 기능에 오히려 집착하고 확대하는 작업도 병행하곤했다.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전동 요람 및 돌봄을 위해 만들어진 기성품들을 개조하여 '돌봄'의 정의를 다시금 돌아본다거나, 사물에 탑재된 돌봄의 기능과 형태, 그리고 사회에서 돌봄에 가하는 압력들에 대해 연구함으로서 돌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의 '막연함'에 주의를 주어, 돌봄에 결부되는 여성성, 부드러움, 인내, 헌신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돌봄 이면의 파괴적이고 폭력적이고 지친 감각을 조형물 개조 방식을 통해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물의 기능과 의미는 돌잡이 의례에서 더욱 극대화되고, 일반화되는데, 예컨대 연필, 쌀, 활, 화폐의 경우 본래 기능이 확장되어 돌 상위에서 작동하지만 대추와 실타래의 경우 이 사물들의 외양과 기능면에서 상징성을 부여하게 된다.
대담 진행 ● 이번 프로젝트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내게 안팎으로 영향을 많이 준 3명의 예술가와의 대담을 실었다. 2024년 여름동안 그들과 1:1 미팅을 진행하였는데, 일상적 사물의 잠재력을 탐색하는 무용수 에바 메이어-켈러(Eva Meyer-Keller)와는 메일을 통한 서면인터뷰를, 사물의 시간성을 조명하는 조형예술가 부꺄 블룸라인(Burkard Blumlein)과는 뮌헨에서 대면인터뷰를 그리고 내 작업세계에서 도메스틱 디아스포라적 움직임을 발견한 무용비평가 김남수 등과는 줌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일상적 사물들을 취하는 규칙(routine)을 묻고, 그들의 작품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의 관념들이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기능에 대한 관념을 비교하는 등의 대화로 이뤄졌다.
스펙타클 비방(Spectacle Vivant)으로서 돌잡이 ● 에바 메이어 켈러의 퍼포먼스 *「Death is Certain (2002)」*를 통해 돌잡이의 모습을 비추어 돌잡이를 살아있는 무대, 스펙타클 비방(Spectacle Vivant)으로 여길 수 있었다. 이 퍼포먼스에서 그녀는 두 테이블을 오가며 도구를 이용하여 체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퍼포먼스가 지속될수록 그녀의 제스처는 마치 체리를 살해하는 은유로 느껴지는데, 전기선을 이용해 체리를 태워 감전사시키거나, 물에 담가 익사시키는 듯한 행위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 이 퍼포먼스는 공구를 기존 기능에 반하는 방식으로 사용해 체리를 살해하는 도구로 변모시킨다. 작가의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두 개의 테이블은 특정 행위를 통해 어느새 알레고리의 장이 되며, 돌잡이의 돌상 또한 은유와 상징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이렇게 돌잡이를 무대적, 안무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연결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돌잡이하는 아기의 몸짓: '잡기'라는 행위 ● 안드레 르루아 그루앙에 따르면, 사물을 잡는 능력은 인간의 본능적인 기술적 몸짓과 관련이 있다. 특히, 영장류처럼 손이 수렵 및 채집을 위한 기초적인 행위에 개입되는 것은 입술-이빨이 먼저 나가는 설치류와 비교할 때 그 성질에서 차이를 보인다. (행위와 말1, 앙드레 르루아-그루앙 저자, 공수진 번역) ● 인간의 진화에 따라 '손'은 역할 방식을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초기에는 '직접적 원동력'으로서 손이 등장하여 도구와 원동력의 몸짓을 분리할 수 있었지만, 기계 발전으로 손은 힘을 '작동'만 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손의 변화와 개입은 여전히 몸짓의 기반으로 존재하며, 손 조작은 여전히 가장 흔한 몸짓의 기반이다. ● 무언가를 잡을 때 우리는 '인식' 단계를 거치며 사물의 형태와 색을 인식한다. 돌잡이의 아이는 사물 앞에 놓여질 때 다양한 사물들을 지각하고 살펴본다. 이후 부모와 관객의 외침에 반응하며 손을 사용해 하나의 사물을 선택하고 만진다. 이 사물은 아이의 미래가 되며, 아이는 기어가서 그것을 잡으러 간다. ● 그루앙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손-얼굴의 역전된 관계로 설치류와 영장류를 구분하는 데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손을 뻗더라도 사물을 입에 가져가 물어뜯는 행위는 설치류의 몸짓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물의 보이지 않는 활기(liveness), 유령성의 확장 가능성 ● 지금까지 물리적이고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물건들, 예컨대 기계나 모터 등을 통해 사물의 활기에 대한 직접적인 풀이를 시도하며 관념 간 충돌을 실험해왔다. 이 책에서는 사물의 간접적이고 잠재된 생동력, 즉 그들이 미래를 점치는 무당-여신으로서 침묵의 활기를 품고 있음을 탐구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물들을 응시하고 인지하며, 의도적으로 다가가 잡아채는 일련의 행위들을 본인의 작업 과정 속 몸짓들과 비교하며 분석했다. 이를 통해 사물과의 첫 교감의 순간을 경험적이고 보편적인 참조로 삼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기성품, 즉 '레디메이드'에 담긴 미래에 대한 알레고리를 돌잡이라는 전통과 역사적 주술을 통해 추적하며, 현대사회의 무뎌진 사물과 주술의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 ● 익숙한 의례 안에서 각자의 위치를 재고함으로써, 늘 수동적 위치에 놓인 일상의 물건들이 미래를 점치는 존재로 변모하며, 사물과 비사물, 인간과 비인간의 체계를 흔들고 전복할 수 있다. ● 이 책은 사물들을 인식하는 자세가 사회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돌잡이라는 의례가 알레고리의 장으로서 존재해온 맥락을 해체하는 실험이다. 성차별적인 관념, 성공적인 삶, 자식에 대한 열망 등 사회적 이해관계를 돌잡이라는 의례를 통해 분석하며, 사물을 더욱 낯설게 바라보고 상상하도록 독자들의 사고를 확장시켜 본다. ■ 머피염
Vol.20241019g | 머피염展 / Murphy Yum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