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강 따라 마주하다

강애란_고산금_신형섭_정정주展   2024_1018 ▶ 2024_1208

강애란 인스타그램_@airankang 고산금 인스타그램_@kohsankeum 신형섭 인스타그램_@hyungsubshin69 정정주 인스타그램_@jeongjeongju_studio

아티스트 토크 / 2024_1120_수요일_02:00pm

2024 경기동북부 공사립뮤지엄 연합展 및 문화행사 실학박물관 개관 15주년 기념 연합展

주최 / 서호미술관 후원,협찬 / 경기도_경기문화재단_실학박물관

관람료 / 성인 5,000원 남양주 시민,청소년 4,000원 / 아동 3,000원 더 서호 레스토랑(2층) 이용 시, 전시 관람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호미술관 SEOHO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344 본 전시장, 서호서숙 한옥별관 Tel. +82.(0)31.592.1865 www.seohoart.com www.facebook.com/seohoart www.youtube.com/@seohomuseumofart @seoho_museum_of_art

한강의 윤슬처럼 빛나는 다산, 그리고 네 개의 시선 ● 아침 7시, 서울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이미 붐비기 시작한 차창 너머로 한강이 흐르듯 스쳐 지나간다. 출근길의 분주함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반짝이는 한강의 윤슬을 바라보며, 강가에 서 있던 다산 정약용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 강가에 서 있던 정약용은 한참 동안을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은 강물 위에 비치는 햇빛의 반짝임을 따라 가다가, 이내 강 저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친 세상과 멀리 떨어진 듯한 한강의 잔잔한 물결 속에서 그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지워 가며 답을 찾으려 애썼다. 조선 후기의 혼란과 고단한 현실 속에서, 강물은 그에게 위안이자 깨달음의 원천이었다. 이 강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미래로 이어지는 영원의 흐름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변하는 듯 하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강물은 마치 그의 사상과도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다산, 강 따라 마주하다展_서호미술관_2024

조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서 조선 사회의 근대적 사유를 이끌었던 다산 정약용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근처의 쇠내, 오늘날의 마재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학문적 열정과 진보적 사상은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졌고, 이 강은 조선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다산의 연구와 사유의 무대가 되었다. 단순한 자연의 경관을 넘어 한강은 그가 현실을 관찰하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려는 탐구의 장이었다.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 왔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오랜 유배 생활을 견뎌야 했던 다산에게 한강은 유배시절을 견디게 해준 원천이기도 했다. ● 『다산, 강따라 마주하다』는 강애란, 고산금, 신형섭, 정정주 네 명의 작가들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다산 정약용과 그가 바라본 한강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유의 깊이를 새롭게 조망하고, 이를 통해 다산이 한강에서 발견했던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 안에 깃든 진리의 조각들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내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강애란_Digital Book Project
강애란_Digital Book Project
강애란_Luminous Days of Korean Empire_ LED, 맞춤 제작 전자제품,플라스틱, 목재, 거울, 문각 등_300×600×46cm_2017

강애란은 정약용의 기록물인 『하피첩』을 재해석해 빛의 형상으로 표현한다. 『하피첩』은 정약용이 자신의 아들들에게 남긴 가훈과 가르침을 담은 책으로, 후손에 대한 애정과 삶의 철학이 담긴 유산이다. 다산은 고난 속에서도 가족과 후대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꼈고, 이를 이 기록에 남겼다. 강애란은 이러한 다산의 뜻을 빛을 통해 시각화함으로써 그의 지혜와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생생히 전해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고산금_Memory Board 4_종이에 볼펜, 4mm 인공진주, 프레임_114×83cm_2019
고산금_Memory Board 4_종이에 볼펜, 4mm 인공진주, 프레임_114×83cm_2019_부분
고산금_Representation of Sonae (Jeong Yak-yong)_ 나무패널에 천, 아크릴채색, 4mm 인공진주, 프레임_34×52cm_2024
고산금_Representation of Sonae (Jeong Yak-yong)_ 나무패널에 천, 아크릴채색, 4mm 인공진주, 프레임_34×52cm_2024_부분

고산금은 정약용의 시를 통해 한강을 새롭게 읽어내고, 그가 남긴 언어와 감정을 자수와 진주로 시각화했다. 다산이 한강가에서 바라보았던 풍경과 사유의 단편들은 그의 시 속에 담겨 있으며, 고산금은 이를 독자적인 규칙과 형태로 풀어내어 정약용의 정서를 새로운 예술적 언어로 전환한다. 특히 정약용이 자신의 고향인 쇠내를 그리워하며 쓴 시를 바탕으로, 인공 진주와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 두 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거칠게나마 그려본 쇠내」에서는 고향에 대한 다산의 애정과 더불어 자신을 '쇠내 사람'이라 칭했던 인간적 면모를 재현하며, 한층 친근하고도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자수의 촘촘한 바느질과 진주의 반짝임은 한강의 물결처럼 잔잔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다산의 사유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신형섭_Argus Panoptes 2024-3_LED 램프, 렌즈, 발견된 오브제_60×60×120cm_2024
신형섭_Argus Panoptes 2024-4_LED 램프, 렌즈, 발견된 오브제_90×65×50cm_2024

신형섭은 평범한 사물과 광학 장치를 결합해 정약용이 사물을 바라본 시선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현한다. 다산이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던 도구와 과학적 관찰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고자 했던 그의 탐구 정신을 반영해, 신형섭은 한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작품에 담아낸다. 강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려 했던 다산의 눈을 관객이 경험하도록 하는 신형섭의 작품은 일상의 사물 속에 담긴 숨은 의미를 깨닫게 한다.

정정주_A room with light 1_3D 애니메이션, 32인치 모니터, 프레임_2014
정정주_Luminous city24-03_55인치 모니터,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_2024

정정주는 한강에 드리우는 빛의 변화를 통해 정약용이 마주했던 자연의 장엄함을 재해석했다. 그의 설치와 영상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담아내며, 다산이 발견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물 위에 비치는 빛의 움직임은 정약용이 끊임없이 구했던 지혜의 원천을 떠오르게 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다산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한다.

다산, 강 따라 마주하다展_서호미술관_2024

250여 년 전, 정약용은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한강변에 서서 조선의 변화를 꿈꾸며 이 강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사회의 모순과 혼란 속에서도 쉼 없이 흘러가는 한강은 다산에게 위안이자 영감이었고, 그는 이 강을 통해 조선의 미래를 사유했다. 오늘날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변함없이 흐르는 이 강은 다산이 그토록 추구하던 지혜와 삶의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 지하철 창밖을 스치는 한강의 물결은 여전히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흐른다. 수백 년을 지나온 이 강은 분주한 출근길을 함께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쉼과 위안의 순간을 주며, 정약용이 남긴 질문과 사유가 현대미술가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 다산이 그토록 꿈꾸었던 조선의 미래는 바로 오늘의 우리이고, 이 강을 따라 전해진 그의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해석되어, 우리의 삶 속에서 깊이 이어지고 있다. ■ 신보슬

Vol.20241018i | 다산, 강 따라 마주하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