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술래 Villain and The tagger

실버스타展 / SILVERSTAR / mixed media   2024_1018 ▶ 2024_1027 / 월요일 휴관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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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스타 홈페이지_www.silverstar-kingdom.com 인스타그램_@banana_silversta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광명시_광명문화재단_경기도_경기문화재단 기획 / 실버스타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나바 Gallery NABA 경기도 광명시 일직로 43 GIDC빌딩 A동 404호 Tel. +82.(0)507.1472.5655 @gallerynaba

이번 『범인과 술래』 프로젝트는 관객들이 술래의 입장이 되어, 제시된 범행단서 텍스트를 통해 그림 속에 숨어있는 범인 용의자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찾아가면서 보는 작품이다. 광명동굴에서 벌어지는 가상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성격유형의 캐릭터들을 통해 페인팅과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예술로 구현하고자 한다.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빌런들이 존재한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고통을 주는 사람,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싫은 사람 등등.. 그들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향해 몰래 소심한 복수(일종의 소심한 화풀이)를 하는 에피소드들을 광명동굴의 설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풀어보고자 하였다.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 소심한 복수를 하는 캐릭터를 범인으로 지목하여, 관객들은 술래의 입장이 되어 그림 속에 숨어있는 범인들을 '보물찾기'나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단서들을 추적하며 관람하게 된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허구적 사건을 만들어 제시하고, 관객들이 생각하는 범인과 술래는 누구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범인과 술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미지와 단서를 통해 무의식과 환영의 세계를 보여주는 내면의 풍경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하도록 할 뿐이다. ■ 실버스타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하이브리드 바나나_공간박스 안에 레진 조형물_가변설치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고은별 작가를 위한 글 : 별을 따라 가다 보면 - # 유착되는 눈과 귀와 피부 ● 설화와 전설에는 당시 알 수 없었던 자연 현상이나 닿을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동경과 숭고가 담겨 있다. 이 어제의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가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시간에서 발생했기에 믿을 수 없는 가상의 이야기, 미신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이가 나라를 건국한 이야기, 망태를 가지고 다니는 무서운 할배의 이야기, 율도국을 세운 어느 서자의 이야기 등, 등장하는 인물과 서사는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결핍의 피부를 긁어주곤 한다. 우리 도처에서 자라나고 있는 이 이야기들은 오늘의 현장에서 그야말로 수많은 장치와 매체 위에 설계되고 있다. 불가능했던 이미지의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현실을 뛰어넘는 시청각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 AI에게 이전되면서 우리는 더욱 안락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많은 세계관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간은 하나의 시스템이며, 시점이 존재하는 유사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을 능가하고 현장을 넘어서는 감각이 묘사되고 재현될수록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는 프레임에 봉인되고 만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현장을 뛰어넘는 감각이 존재하는 곳, 현실보다 깊은 몰입이 가능한 이곳은 우리의 눈과 귀와 피부를 화면 속 깊이 유착하게 한다.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_캔버스에 유채_53×41cm×2_2024
실버스타_The suspect list_종이에 프린트_가변크기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 고정된 시선 ● 그간 작가 실버스타가 설정해 온 작업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출의 세계관이었다. 자신이 특정한 시공간에서 잉태된 캐릭터, 인물은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고 답습하여 우리가 그려내고 있는 오늘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각각의 인물과 공간은 그를 교차하지만 벗어나 있으며,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동일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장소에는 일정한 시점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눈이 존재한다. 이 시선으로 인해 실버스타가 만지는 세계관은 고정되어 있었다. 이곳은 왕국이 되기도 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기도 한다. 즉, 그가 만든 세계관은 누군가의 꿈과 목표를 대행하는 대리 공간이자 상상과 실재, 어제와 미래가 교차하는 대안으로서의 오늘이다. 어쩌면 오래전에 잃어버린 나의 영웅 이야기, 혹은, 간직해왔던 누군가의 꿈이 발현되는 무대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 '범인과 술래'에서 작가는 고정된 세계관에 유연한 시선과 동선을 부여했다. 세세하고 예민하게 짜인 극본, 캐릭터 간의 맞물림, 이야기의 구체성으로 드러나는 고정된 시선은 이번 작업에서 조금은 유연한 동선과 이동하는 시선으로 변형되었다. 작가는 전시장을 관람하는 방문객에게 일정한 개입을 부여한다. 공간의 방문자들은 동선을 만드는 주체자로 이야기에 개입하여 각자의 결말을 주도하고 서사의 가능성을 확장하게 된다.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 범인과 술래 ● '범인과 술래'는 광명시에 위치한 광명동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는 실재하는 곳을 모델 삼아 벌어지는 의도적이고 우발적인 에피소드이자 각색된 이야기이다. 공공재로 관리되는 광명동굴의 장소성을 부여해 일정한 동선과 발걸음을 유도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이다. 이곳에서는 일종의 추적극이 벌어진다. 위험하고 놀라운 일은 항상 우리 도처에서 피어나듯이 작가 실버스타가 특정한 이 공간에는 현실을 모티브로 제작된 다양한 종의 빌런들이 각자의 몸을 숨긴 채 방문자의 추적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의 사물과 기물로 가득 찬 이 도시에서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 천연동굴은 이야기의 씨앗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동굴과 그리 멀지 않은 곳, 매우 근접한 거리에 실버스타가 제작한 전시 공간이 있다. 그는 이곳을 무대로 하여 자신이 설정한 움직일 수 있는 서사를 그려낸다. 광명동굴에 내재한 설화로부터 시작되는 이번 이야기에는 그간 작가의 작업에서 동행해 온 종이 사람, 바나나껍질, 파란 유령 등의 캐릭터가 각자 주어진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유사 안개(스모그)를 활용해 우리에게 내재된 불안의 씨앗, 불편한 땅, 그리고 끝을 향한 두려움의 단서들을 곳곳에 숨겼다.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위협, 그리고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의 재난, 마지막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결말의 구현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 이곳, 오늘의 사건과 사고를 가리키고 있다. 바로, 지금, 내가 바라보는 현실의 이미지와 실버스타가 만들어낸 세계의 모습은 같으면서 다른, 다르면서 같기도 한 교집합의 신세계이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열매가 씨앗이 되고 씨앗이 열매가 되는 순환의 단서들을 추적하게 된다.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실버스타_범인과 술래展_갤러리 나바_2024

# 해방되는 결말 ● 별은 우리에게 수많은 형태로 인지된다. 때로는 다섯 개의 선분과 다섯 개의 꼭짓점으로 만들어지는 도형으로, 또는 임계점에 다다른 에너지 물질이 수백만 광년을 날아와 우리의 시선에 발견되는 물리적 현상으로, 혹은 인류에게 큰 업적을 남기거나 영웅적 일대기를 남긴 누군가의 안식처로 기록된다. 알 수 없는 이미지가 호기심의 대상으로 변화될 때, 우리는 각자 원하는 바와 이상을 대입하고 투사한다. 이 망각의 땅에서 '나'는 실재하는 것일까. 수많은 이름이 부유하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나의 이름을 움직이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사건과 사고가 난무하는 이곳에서 고유의 이름이 기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실버스타는 흔쾌히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관객들에게 내어준다. 참여를 통한 체험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제작자로서 적극적인 개입을 허용한다. 맞잡은 손에서 깍지를 낀 손으로, 더욱 끈끈한 밀착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로 초대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외칠 수 있는 대나무 숲처럼,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각자가 지니고 있는 내일과 미래에 대한 결말을 펼쳐낼 수 있다. 이곳에서 주권과 개입은 감독과 창작자가 아닌, 관객에게 이관되어 추리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의심하게 한다. 이로써 관객, 감상자는 평행 세계로 흩어져 있는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언어의 감촉을 체험하고 인지한다. 실버스타는 일명 '바보상자'라고 불리던 미디어의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직되고 막혀 있었던 잠재와 여지의 시간이 재생되어 이야기 자체를 만질 수 있는 페이지를 제작하고 있다. 이는 종속된 망막의 쾌락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의 사방을 오갈 수 있는 일종의 안내서로 활용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작가 실버스타의 작업은 지금 이곳의 나, 잃어버렸던 나, 내일의 나를 연결하게 하여 열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해방을 위한 결말이다. ■ 박소호

Vol.20241018h | 실버스타展 / SILVERSTAR / mixed media

@ 제주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