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진 입자 (영문 :A built-up Particles)

최아인展 / CHOIAIN / 崔我认 / ceramics   2024_1018 ▶ 2024_1103 / 월,화요일 휴관

최아인_Trace_세라믹_43×39×12cm_202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유기적 진화와 모듈의 대화 ●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벽면에서 자라나는 것 같은 유려한 형태의 도자가 음률을 연상시킨다. 인간의 존재를 '파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수식과 좌표로 치환하는 최아인은 점토를 한층 한층 쌓아 보이지 않는 파동의 형태를 다듬는다. 세포가 분열하듯 이어지는 유기적인 선은 전시장을 파동으로 채우며 무한하게 자라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런 생명 형태적 미술, 즉 바이오모픽(Biomorphic) 미술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현상들에 기초를 둔 불규칙하고 우연한 형태에 근거한 추상 미술을 가리킨다 월간미술, 세계미술용어사전, 1999 . 대표적으로 장 아르프(Jean Arp)와 헨리 무어(Henry Moor)와 같은 예술가들은 딱딱한 기하학적 제약을 벗어나 자연의 불확실성을 모방하는 추상적인 도자 작업을 만들어왔다. 최아인의 도자 역시 유기적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있어, 불규칙성과 유동성 속에서도 생명의 익숙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최아인_Traces of particles 1_세라믹_12×16×3.5cm_2024
최아인_Traces of particles 2_세라믹_16×15×3.5cm_2024
최아인_Harmonize_세라믹_36×42×10cm_2024
최아인_Resonate_세라믹_39×33×19cm_2024

최아인의 도자는 생물 형태주의를 띠지만, 그의 도자가 더 특별한 이유는 그 형태와 질감에 있다. 최아인의 작품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뒤집힌 것 같은 형태이다. 매스 형태의 외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을 드러내어 우리가 '비어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앞서 언급한 듯이 물결치는 유기적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측면을 들여다보면 가장자리는 깎여나간 지층처럼 계단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로 그의 도자는 건축적인 측면도 빼놓을 수 없는데, 특히 메타볼리즘 Metabolism은 생물학적 용어로 신진대사를 의미하지만 일본 건축에 사용되었다. 신진대사는 효소가 반응을 촉매하며, 대사를 통해 생물은 성장하고 번식하며, 구조를 유지하고 환경에 반응한다. 생물이 대사를 반복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 처럼 건축이나 도시도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사상을 토대로 1960년대 일본에서 태동한 건축운동이다. (대한건축학회 건축용어사전) 건축 특징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타볼리즘은 신진대사를 디자인과 기술에 투영하여 건물을 성장하고 변형할 수 있는 생명처럼 본 일본의 건축 운동이다. 메타볼리즘의 핵심은 모듈화, 확장, 적응성 등이 있다.

최아인_Pilability_세라믹_42×48×9cm_2024
최아인_비장소와 실재_세라믹_83×200×9cm_2024
최아인_Resonate_세라믹에 은채_54×55×24cm_2024

작가의 작업 과정은 원기둥이라는 모듈을 배치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기둥의 군집을 만들어 속의 공간을 드러내고 그 위에 또 다른 형태의 군집으로 쌓아 올린다. 원기둥이라는 단일한 모듈의 변주와 반복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메타볼리즘의 상징적인 건물인 '가긴 캡슐타워(1972)'는 동일한 캡슐 형태의 모듈을 쌓아 만든 건물로 단일화된 모듈로 생명체와 같이 분해되고 새로운 조합을 창조해 낼 수 있다. 작가의 도자가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이러한 모듈의 형태로 쌓아 올려졌기 때문이다. 역삼각형의 열린 구조로 확장 가능성을 위한 여지가 언제나 남아있다.

최아인_Non-local sculpture_세라믹_24×27×4.5cm_2024
최아인_Traces of particles 3_세라믹_14×18×3cm_2024

『세워진 입자』 전시에서 주목해 볼 만 새로운 구조는 중첩되는 공간을 보이드 형태로 비워두는 시도이다. 과거 작품이 바닥 면의 일부만 뚫려있다면 신작들은 다양한 레이어들의 전이 공간들을 비워두었다. 어떤 층은 거의 띠의 형태로만 보일 정도로, 작품은 더욱 섬세해지고 코어에서 벗어날수록 연약해진다. 공기가 순환할 수 있는 틈이 많아지고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적응성이 깊어졌다. 이런 시도는 자연의 혼돈과 질서, 성장과 구조 사이의 긴장감을 담아낸다.

인간의 존재는 곧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서 착안해, 작가는 매끈하고 광택이 나는 익숙한 유약 대신 흙을 섞어 흩뿌리는 방식으로 거친 입자를 표면에 그대로 살렸다. 부드러운 곡선의 패턴과 거친 질감은 신선한 대비로 다가온다. 과거 단색 작품들에서 이번 시작들은 새로운 색들이 중첩되어 있는데, 에어브러시를 사용하여 유약의 색들은 썰물에 드러난 성근 해안의 느낌을 준다. 이 표면은 새롭게 등장한 평면의 흔적이라는 의미를 지닌 「Vestige」 시리즈에서 가장 도드라진다. 모래 같은 유연한 결은 입자들이 생명처럼 퍼져 나가는 효과를 극대화시켜 준다. ● 최아인의 작품은 생물형태주의와 메타볼리즘 사이에서 독특한 도자 스타일을 보여준다.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 세계는, 매체가 가진 인식의 한계를 넘어 동적인 생명 에너지를 무한히 생산한다. ■ 정나라

Vol.20241018c | 최아인展 / CHOIAIN / 崔我认 / ceramics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