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를 지우다 ERASE THE EDGES

모서리를 지우다 Erase the edges ● 배상아는 공간의 깊이와 형태, 그리고 그 공간이 지닌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는 작가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는 '이상한 공간 Strange Space' 시리즈를 꾸준히 작업해왔으며, 여기에서 '이상한' 공간은 나에게 '낯선' 공간으로 느껴졌다. 그의 작품 속 일상적 공간은 어둠에 잠겨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재창조되며, 더 이상 우리가 익히 알던 공간이 아닌, 미지의 장소로 변모한다. 익숙한 장소와 사물들을 낯설게 표현하는 그의 작업은 특정 부분을 하이라이트 처리하는 기법으로 인해 연극적인 요소를 띠고 있다. 어둠 속에서 좁아진 시야로 작품에 몰두하다 보면 그 미스터리한 공간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감돌게 된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화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이 공간은 무한히 펼쳐지고 접히며 우리의 상상 속에서 계속 확장된다.

배상아_공간 그리고 부유하는_심리적 사물_텅 비어있는 방 SPACE AND DRIFTING_the psychological objects_the empty room 145.5×112.1cm_2024

배상아_공간 그리고 부유하는_심리적 사물_빨간 붓 SPACE AND DRIFTING_the psychological objects_the red brush_ 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24

배상아_공간 그리고 부유하는_심리적 사물_스페이스몸의 계단 SPACE AND DRIFTING_the psychological objects_spaceMOM's stairs_ 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4

배상아_공간 그리고 부유하는_심리적 사물_붓 그림자 SPACE AND DRIFTING_the psychological objects_the shadow of a brush_ 캔버스에 유채_72.7×90.9cm _2024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트레이트 마크와도 같던 어둡고 정제된 화면의 긴장감을 떨쳐내고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22년 노르웨이의 베스포센(Vestfossen in Norwey)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베스포센 미술관(Vestfossen Kunstlaboratorium)은 1886년에 지어진 제지공장을 개조하여 2003년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한 독특한 장소이다. 이 공간의 고유한 구조와 분위기는 작가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작가노트에서 그는 이 건물이 이미 완성된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고 언급했다. 특히 건물의 웅장함, 외벽의 질감과 색채, 그리고 세월이 남긴 흔적들이 그의 작업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 2022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업에서 이러한 인상은 기존의 정교한 유화 작업과는 다르게 흑연, 콩테, 아크릴, 안료, 노르웨이의 흙 등을 사용하여 더 자유롭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전시의 「이상한 공간_ 흔적_ 베스포센」 시리즈 Strange Space_ Traces of Vestfossen Series는 오래된 내부를 개조한 미술관 공간 자체의 이미지를 넘어서 그곳이 지닌 시간과 분위기까지 포착해내는 탁월함을 보여준다. 작품 「이상한 공간_흔적: KIWI & EXTRA 가는 길에 마주친 뜻밖의 그림자」(2022)와 「노르웨이 베스포센 미술관의 오전의 따뜻한 햇살과 공기」(2024)에서 작가는 화면을 모두 채우지 않은 투명함과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통해 공간의 본질적인 정서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배상아_이상한 공간_흔적_그 벽과 바닥의 인상 STRANGE SPACE_the trace_the impression of the wall and floor_ 캔버스에 혼합재료_181.8×227.3cm_2024

배상아_이상한 공간_흔적_노르웨이 베스포센미술관의 오전의 따뜻한 햇살과 공기 SPACE AND DRIFTING_the trace_the warm morning sunshine and air at the Vestfossen Kunstlaboratorium in Norway_ 캔버스에 혼합재료_181.8×227.3cm_2024

이상한 공간_흔적_KIWI & EXTRA 가는 길에 마주친 뜻밖의 그림자 STRANGE SPACE_the trace_an unexpected and wonderful shadow on the way to KIWI & EXTRA_ 캔버스에 혼합재료_216×200cm_2022

이 경험은 이후 작가가 중국 쓰촨성 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작품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쓰촨성 충라이시의 충요고고유적공원(邛窑考古遗址公园. Qiong Kiln Archaeological Site Park) 창작스튜디오는 쓰촨 지진으로 발굴된 고고 유적이 있는 곳으로,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이 머물던 작업실과 쓰촨 충라이시의 전통 가마터를 배경으로 설정하면서, 작품 「쓰촨성의 밤 공기 四川省夜间空气 Night Air in Sichuan Province」(2023)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는 작가의 시선이 단순히 내부의 건축적 공간을 넘어서,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공간의 구조적 깊이와 형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공간의 분위기와 자연적 요소, 그리고 그 공간이 품고 있는 감각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간의 전환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 베스포센에서 쓰촨으로 이어진 이 여정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작가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확장해 나갔는지,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했는지를 보여준다.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장소나 형태에 머물지 않고, 그 공간이 지닌 시간, 자연, 그리고 감정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다층적인 개념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는 공간에서 대기로 나가가는 배상아 작가의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 김민경

배상아_이상한 공간_흔적_베스포센미술관 아레나 STRANGE SPACE_the trace_Vestfossen Kunstlaboratorium Arena_ 캔버스에 혼합재료_216×300cm_2022

배상아_공간 그리고 부유하는_쓰촨성의 밤 공기 SPACE AND DRIFTING_the night air in Sichuan Province_ 캔버스에 혼합재료_181.8×227.3cm_2023

ERASE THE EDGES ● Bae sang-a is an artist who continuously explores the depth, form, and potential of space. Since the early 2000s, he has consistently worked on the "Strange Space" series, in which the term "strange" evokes a sense of "unfamiliarity" to me. The everyday spaces in his works are reimagined, enveloped in darkness, making it impossible to gauge their depth, transforming them into unknown territories rather than familiar ones. His depiction of familiar places and objects in an unfamiliar way creates a theatrical quality, heightened by his technique of emphasizing specific parts. As viewers become immersed in his work, focusing on the narrowed field of vision in the darkness, a vague sense of unease arises from the mysterious space. The scenes, as if hinting at something hidden in the darkness, generate tension, while the space infinitely folds and unfolds within the viewers' imaginations, constantly expanding. ● In this exhibition, we encounter a new facet of the artist, shedding the dark and refined tension that had become his trademark. This change stems from his experience in Vestfossen, Norway, in 2022. Vestfossen Kunstlaboratorium, a unique space that was originally a paper mill built in 1886, was transformed into a contemporary art venue in 2003. The building's distinctive structure and atmosphere deeply inspired the artist, and in his notes, he mentioned that the space felt like a completed work of art. The grandeur of the building, the texture and colors of its exterior walls, and the traces of time left upon it made a profound impression on his work. ● In the work that began in Norway in 2022 and continues to the present, this impression is expressed more freely and sensorially, diverging from his previous meticulous oil painting techniques. He now incorporates materials such as graphite, conté, acrylic, pigments, and soil from Norway. Especially in this exhibition&s Strange Space_ Traces of Vestfossen series, he demonstrates an exceptional ability to capture not just the image of the repurposed art museum space, but also the time and atmosphere inherent within it. In works like Strange Space_Traces: Unexpected Shadows on the Way to KIWI & EXTRA (2022) and Warm Morning Sunlight and Air at Vestfossen Kunstlaboratorium (2024), the artist evokes the essential mood of the space through transparency and flickering shadows that do not completely fill the canvas. ● This experience naturally extended to the works the artist created at the studio in Sichuan Province, China. The Qiong Kiln Archaeological Site Park studio in Chonglai City, Sichuan, is a place where archaeological relics were excavated after the Sichuan earthquake. In this series, the artist set his studio and the traditional kiln site in Chonglai City as the backdrop, capturing these elements in the piece Night Air in Sichuan Province (2023). ● This shift reveals that the artist's perspective has expanded beyond the architectural interior to include the surrounding external environment. Whereas his previous work focused on the structural depth and form of spaces, in this recent series, he concentrates on conveying the atmosphere, natural elements, and the sensory emotions embedded within the space. This invites reflection on what these spatial transitions signify for the artist. ● The journey from Vestfossen to Sichuan carries a significance far beyond mere physical movement. It demonstrates how the artist expanded his artistic sensibilities in new environments and redefined his relationship with space. Space is no longer confined to a fixed place or form, but has transformed into a multi-layered concept that encompasses time, nature, and emotional elements. This evolution hints at the future trajectory of Bae sang-a's work as he moves from exploring space to engaging with the atmosphere itself. ■ Minkyung Kim

Vol.20241015g | 배상아展 / BAESANGA / 裵常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