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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1015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화인페이퍼 갤러리 Finepaper Gallery 서울 마포구 연남로1길 30 1층 Tel. +82.(0)2.335.5305 www.finepapergallery.com
"자신의 작품이 입을 열 경우, 작가는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 는 니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사회로 인한 환경 문제는 이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존속 여부를 의심할 만큼 그 규모와 범위가 커졌다. 기술 문명이 만들어 낸 정보화는 소비의 줄기찬 가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우리의 정신 문화를 질퍽히 장악하는데, 절대다수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 지금 종착역으로 가고 있는가.
종착역에서 밖으로 나올 때, 그 곳이 출구 인지 인식이나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그 곳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차를 타고 대교를 한번 들어서면 되돌아 빠져나올 수 없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 각자의 길은 얼핏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있는 것 같지만 어쩌면 이렇게 빠져나갈 수 없는 단 하나 뿐인 길 일 수 있다.
인류가 저지르는 온갖 오염과 파괴. 이 모든 괴로운 상황이 하나의 참담한 길 끝으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 어떻게든 「저 너머」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로 나서야한다.
연이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해가 내려쬐도 스스로 지탱하고 떠받치는데 연연하다. 한강변은 해를 거듭하며 계속 다듬어져 변해 간다. 우리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점점 더 시선을 멀리 하고, 그 무관심은 아무런 놀라움 없이 그냥 지나친다.
문명은 끊임없이 더 빠른 걸 갈구한다. 경쟁에서 뒤쳐지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류 문명 자체가 빠른 것에 도취되고 매력을 느낀다.
셀 수 없는 물건들이 생산되고 대양을 누비면서 이동한다. 그리고 어디엔가 도착되어 소비되고 남은 것은 버려진다. 이 것이 땅 위에만 머물리 없으니 바다로 밀려날 수 밖에. 버려지는 것들 뿐만 아니라. 살아가야할 생명체들도 하나 둘 씩 밀려나고 사라진다. 세계화를 아무런 꺼리낌 없이 밀어붙인 일련의 자본 세력. 더 많이, 더 멀리.
임화선생님의 작품을 2023년에 처음 접하였다. 시 「강가로 가자」에서, "강물은 그 모양은 커녕 숨소리도 안 들려준다." 산문 「언제나 지상은 아름답다」에서, "정열! 그것은 곤란을 돌아보지 않는 행복된 전망의 확신이다." 서울에서 태어나셨기에 고향인 서울에 편히 계셨으면... 그리고 봄의 꽃을 자주 언급하셨기에 봄 꽃과 함께.
물은 어떤 형태에도 스스로 맞추고 그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그냥 증발했다가 다시 떨어진다. 폭이 넓은 서울의 한강. 넓고 관대해 보이지만 물 표면은 끊임 없이 요동치고, 우리의 첩첩한 과오들을 침묵으로 덮어 싼다. 「지금」의 무서운 침묵이 「저 너머」에서도 침묵으로 이어질까.
단단한 쇠로 만든 컨테이너. 파란색 컨테이너 하나가 있다. 어느 바다 가까운 곳에 놓여 있다. 바다 가까운 그 곳을 차지하고 있다.
남은 시간이 있다. 횡단보도를 건널 만큼 시간이 있고, 친절하게 깜빡이는 신호등 표시도 있다. 잘 보이게 놓인 금빛 나는 금괴도 있다. 쉽게 들고 뛸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마음을 흔들게 할 만큼의 큼지막한 금괴. 그리고 하늘은 대체로 화창하다.
오래 전 그림 몇 점을 소환하여 이번 전시에 참여시킨다. 물, 움직이는 물이 등장하는 이유이고, 매번 그 때의 「지금」에서 매번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때의 「지금」과 현재의 「지금」 이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 때의 「저 너머」와 현재의 「저 너머」도 내용이 다를지언정 모두 극복해야하는 사건이다.
「인연」이 이루어진다. 같은 시간에 가까운 공간에 잠시 함께 머무르는 상황이 생기고 어떤 여건이 충족되면 이루어질 수 있다. 「인연」의 명확한 의미를 품은 단어를 대표적 서구 언어에서는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천둥, 번개가 치면 비가 내리고, 빗물이 모여 강으로 흘러 나가고 비를 반기는 물고기가 살고 우산이 등장하고, 신동문의 시가 생겨나고. ■ 원치용
Vol.20241015a | 원치용展 / WONCHIYONG / 元致鎔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