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기획 / 박서영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별관 OUTHOUSE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 (망원동 414-62번지) 2층 Tel. +82.(0)507.1305.1459 outhouse.kr facebook.com/outhouse.info @outhouse.seoul
언제까지가 '진짜 소리'랑 제일 가깝냐고.1) ● 전시 《Sgr A*》는 절대적인 실재를 상정하고 감각을 이의 부산물로 여기는 통념, 그 반대편을 향한다. 대체로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만짐으로써 세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감각하기 이전에 대상은 저만의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내어주는 살갗을 더듬는 것으로 소위 객관적인 실재를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본다. 그 사이 기술은 그 표면을 보다 정교히 더듬는 것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존재의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전시 《Sgr A*》에서 조주현, 홍세진 작가는 우리의 감각이 그것의 테두리를, 심지어는 살성을 결정하는 일이며, 감각수용기'들'이 닿는 만큼 그것의 외곽이 시시때때로 달라짐을 이야기한다. '있음'이 당연해진 기술을 도처에 두고, 심지어는 이를 기꺼이 삼키며 두 작가는 세계가 존재의 정동 작용 속에서 직조되며, 경험만이 완전한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2)
Sgr A*의 이미지는 이 같은 상황을 유비한다. 'Sgr A*'는 2022년 관측된 블랙홀 'Sagittarius A*(궁수자리 A*)'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관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Sgr A*는 시간차를 둔 블랙홀 데이터의 합성, 그 속성을 기반한 알고리즘을 토대로 현시한다. 관찰을 위한 최소한의 빛조차 모조리 흡수해 버리는 탓에 직접적인 관측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첨단 기술로 재현했지만, 여전히 객관적인 실체와의 격차가 존재하는 Sgr A*의 이미지. 이 같은 상황은 기술, 감각, 그리고 실재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한다. 현재까지의 기술로 구현한 Sgr A*의 이미지보다 더 Sgr A*'다운'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그 이미지는 Sgr A* 그 자체가 아닌가? 다시, 기술은 현실을 어떻게 보게 하는 동시에 구성하는가? (기술을 입은) 감각 이전에 실재의 진면을 증명할 방법이 있는가?
조주현 작가는 'groundlessness'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실재의 불확실성과 이를 감지하는 신체 감각의 고유성을 이야기한다. 'Groundlessness'는 '바닥없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3) 딛고 설 지반이 없다는 것은 고정성이 없다는 말로, 작가는 이를 세계의 특질로 본다. 발아래 땅이라는 분명한 물질이 있고, 그 땅이 중력으로 모두를 동여매고 있음이 자명한데, 이런 접근은 얼핏 착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곳곳에서 목도되는 세상의 균열을 나열하여 감각을 경유하는 사이 한정되고 확장되기도 하는 세상의 유동성을 부각한다. 작품 「Blank black」(2020/2024)이 대표적인 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망망대해의 끝으로 나아가다 어느 지점에서 급작스레 죽음을 맞는 게임 캐릭터는 존재 영역을 감각의 영역과 합치시키게 한다. 한편, 익히 알고 있는 태양계 행성들 너머로까지 탐사를 떠난 보이저호나, 콜라이더(collider)4) 컴포넌트가 설정되지 않아 끊임없이 허공으로 떨어지는 동물 캐릭터는 미지의 영역으로까지 실재의 경계를 넓힌다. 이처럼 명백한 경계 없이 감각으로 구체화되는 세계는 '흑공(blank black)'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비유되며, 세계를 하나의 이론으로 완전히 모형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환기한다.5) 그런 와중 작품 「Mapping」(2024)은 'groundlessness'의 'ground'를 '몸'에 빗대보게 하며 신체 감각의 비동일성 문제를 심화한다. 본 작품은 청각 장애가 있는 동료 작가 홍세진이 인공와우를 매핑(mapping)하는 과정, 조주현, 홍세진, 두 작가가 함께 소리를 채집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자기 자신 안에서조차 통일되지 않는 '소리'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는 불확정적인 세계의 단면을 상기하며, 필연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환경 속 개별자에게 주어진 감각의 고유성을 긍정한다. 이때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기술과 신체의 결속을 각성시키는 장면들은 사이보그, 포스트휴먼적 주체의 보편화로 인해 감각이 한층 복잡해졌음을 이야기한다.
홍세진 작가는 이런 감각의 고유성을 더욱 단단한 것으로 만들며, 감각의 성질을 파고든다. 작가는 화면 속에 기계 사물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기술을 통해 세상을 감각하는 자신의 상황을 펼쳐 보인다. 2019년, 향상된 기술로 새소리를 처음 들었던 경험을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6)로 구현한 「회전의 날개」(2023)를 다시금 회화로 조형화 한 작품 「세모의 파동」(2024), 더 이상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버려진 기계 장치를 그린 작품 「덩그러니 반원형」(2023) 등은 기계 사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친숙함을 살피게 한다. 그러면서 야구장의 고출력 조명 장치가 여러 방향을 향하고 있는 「시선」(2024)이나, 구형부터 최신형의 TV들을 쌓은 「가벼운 무게」(2024)와 같은 작품은 그려진 대상들의 서로 다른 방향과 버전으로 '다채널'이라는 기술의 특징을 암시하며, (실재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이 (실재를 규정하는) 감각의 변화를 이끄는 일종의 루프를 자연스레 자각시킨다. 이런 풍경은 산재한 덩어리들로 인해 견고하고 묵직하면서도 불명확한 가장자리로 하여금 파편적이며 흩날리는 듯이 보이는 면이 있는데, 앞서 종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개인의 고유한 감각이 리얼리티를 확보하게 한다는 거시적인 사실을 전달한 것처럼, 이를 총체화할 수 없는 세계, 일시적인 감각으로만 잠깐잠깐 구획할 수 있을 뿐인 세계의 은유로 읽어볼 수 있겠다. 나아가 군데군데 스퀴즈 기법으로 물감을 밀어 화면의 공간감을 죽이는 표현법은 기술을 통과하며 작가만의 소리가 갖게 되는 특이성을 나타내는 가운데, 물감의 즉물성에 주목하게 한다. 이는 표현의 수단을 초과한 물감의 존재감은 주체를 향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상으로 향하기도 하는 감각의 특성을, 그런 감각을 주고 또 받는 주체이자 대상인 신체의 특성을 떠올리게 한다.7) ■ 박서영
* 각주 1) 조주현 작가의 영상 작품 「Mapping」(2024) 속 자막을 인용했다. 주기적으로 인공와우를 매핑(mapping)해야 하는 홍세진 작가가 말한 고충이다. 인공와우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를 개인의 청신경에 맞게 조율하는 과정인 매핑은 매번 달라지는 소리에 때마다 적응할 것을 요구한다. 2) 팀 잉골드,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차은정, 권혜윤, 김성인 옮김, 이비, 2024, p. 184. 3) 조주현 작가노트(2024) 중. 4) 충돌을 감지하는 포인트로, 가상 공간에서의 물리적 임계점이다. 5) 따라서 그레이엄 하먼은 사물의 핵심에 숨어 있고 단지 간접적 수단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형상에 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그레이엄 하면, 『비유물론』, 김효진 옮김, 갈무리, 2020, pp. 21-22) 6) 회전통 안에 그림을 넣고 돌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조이트로프(zoetrope)를 계승한 기계 장치로, 최초로 움직이는 그림을 영사했다. 7) 질 들뢰즈, 『감각의 논리』, 하태환 옮김, 민음사, 2008, pp. 47-48.
Vol.20241011j | Sgr A*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