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누군가 지은 이름

All was named by Someone

김수展 / KIMSU / 金洙 / installation.video.drawing   2024_1011 ▶ 2024_1027

김수_잡초컬렉션_단채널 영상_00:04:00_2024 photo ⓒ su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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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 블로그_blog.naver.com/sukimonde 인스타그램_@sukim_ikqidal              

초대일시 / 2024_1011_금요일_05:00pm

오프닝 리셉션에서 첼리스트의 공연과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있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스페이스 후암 23 Space Huam 23 서울 용산구 후암로 23 www.spacehuam23.com @art_spacehuam23

모두 타인이 지은 이름으로 살아간다. ● 이름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잡초의 이름을 알아가며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꿩의 다리, 돌고래 입 모양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한탄강 꿩의다리, 델피늄 이라는 호칭으로 식물의 이름을 지었다. 식물의 이름은 동물의 생김새와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이름으로 구분을 하기 시작했다. 존재에 대한 인식, 구분 그리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첫 번째 행위는 아마도 이름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김수_잡초컬렉션_단채널 영상_00:04:00_2024 photo ⓒ sukim
김수_잡초컬렉션_단채널 영상_00:04:00_2024 photo ⓒ sukim

그 지점에서 비로소 관계가 생겨난다. ● 이름이 있지만 이름 대신 역할로서 상대방을 부르는 게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이름은 직위와 직업으로 대체되고, 나 조차도 작가님 선생님으로 불려진 지 오래다. 오래 전 워크숍에서 만난 40대 여성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 하나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 대신 아이 이름의 엄마로 살아간다고 했다. 어쩌면 모두가 수많은 잡초처럼 말이다.

김수_숨겨진 봄_씨앗, 낙엽 천(마) 바느질_150×300cm_2024 photo ⓒ sukim
김수_숨겨진 봄_씨앗, 낙엽 천(마) 바느질_150×300cm_2024 photo ⓒ jungpil Ahn

돌멩이 하나, 무심하게 자라난 풀 한 포기, 같은 뱃속에서 나온 동물 그 어느 것도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언어가 시작된 그 어느 지점부터 말이다. 모두는 각자의 이름으로 이 생을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진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무한한 경쟁 속에 유리하게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게 된다. 식물은 페르몬을 발산하여 자신을 갉아먹는 곤충의 적을 불러모으도록 유인하고, 전염병이 돌았던 장소에는 그 병을 치유하는 식물이 공존하여 자란다고 한다. 생명의 삶과 죽음에 공생하며 자기방어를 갖는다는 것이 인간 삶의 비유와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진다.

김수_Still-life, Still in Life_ 조제약 봉투에 식물채집_가변설치_2015~24 photo ⓒ jungpil Ahn

펜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을 잃고, 감옥처럼 지냈던 시간들은 역설적으로 자연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깨끗하고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싶었다. 바다 거북은 알을 더 많이 낳을 수 있었고, 사람들이 오지 않는 바닷가에서 동물들은 모처럼 만에 자유를 잠시 누렸었다. 폭우가 쏟아졌다 폭염이 지속되는 이상기후의 가속도를 경험하는 올해. 이 지구의 유효기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온난화가 극대화되면 결국 식물만이 지구를 뒤 덮을 것 이라고 한다.

김수_씨앗_잠정적인 어머니_종이에 연필 드로잉, 말린 식물_52.5×37.5cm_2024 photo ⓒ sukim

이름 모를 식물들을 수집하며,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도 내버려둔 채 식물을 모으기 시작한지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전부 부서져서 가루가 되지 않을까라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그 작은 약 봉투 안에서 모두들 잘 지내고 있다. 이 기록을 하면서 머릿속에는 온난화가 오면 이 안에 들어가있는 씨앗은 지극히 개인적인 씨앗창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은 사라지는 것이 두렵거나 대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목적 없이 다만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처럼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 김수

Vol.20241011a | 김수展 / KIMSU / 金洙 / installation.video.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