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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 블로그_blog.naver.com/sukimonde 인스타그램_@sukim_ikqidal
초대일시 / 2024_1011_금요일_05:00pm
오프닝 리셉션에서 첼리스트의 공연과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있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스페이스 후암 23 Space Huam 23 서울 용산구 후암로 23 www.spacehuam23.com @art_spacehuam23
모두 타인이 지은 이름으로 살아간다. ● 이름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잡초의 이름을 알아가며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꿩의 다리, 돌고래 입 모양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한탄강 꿩의다리, 델피늄 이라는 호칭으로 식물의 이름을 지었다. 식물의 이름은 동물의 생김새와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이름으로 구분을 하기 시작했다. 존재에 대한 인식, 구분 그리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첫 번째 행위는 아마도 이름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그 지점에서 비로소 관계가 생겨난다. ● 이름이 있지만 이름 대신 역할로서 상대방을 부르는 게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이름은 직위와 직업으로 대체되고, 나 조차도 작가님 선생님으로 불려진 지 오래다. 오래 전 워크숍에서 만난 40대 여성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 하나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 대신 아이 이름의 엄마로 살아간다고 했다. 어쩌면 모두가 수많은 잡초처럼 말이다.
돌멩이 하나, 무심하게 자라난 풀 한 포기, 같은 뱃속에서 나온 동물 그 어느 것도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언어가 시작된 그 어느 지점부터 말이다. 모두는 각자의 이름으로 이 생을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진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무한한 경쟁 속에 유리하게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게 된다. 식물은 페르몬을 발산하여 자신을 갉아먹는 곤충의 적을 불러모으도록 유인하고, 전염병이 돌았던 장소에는 그 병을 치유하는 식물이 공존하여 자란다고 한다. 생명의 삶과 죽음에 공생하며 자기방어를 갖는다는 것이 인간 삶의 비유와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진다.
펜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을 잃고, 감옥처럼 지냈던 시간들은 역설적으로 자연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깨끗하고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싶었다. 바다 거북은 알을 더 많이 낳을 수 있었고, 사람들이 오지 않는 바닷가에서 동물들은 모처럼 만에 자유를 잠시 누렸었다. 폭우가 쏟아졌다 폭염이 지속되는 이상기후의 가속도를 경험하는 올해. 이 지구의 유효기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온난화가 극대화되면 결국 식물만이 지구를 뒤 덮을 것 이라고 한다.
이름 모를 식물들을 수집하며,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도 내버려둔 채 식물을 모으기 시작한지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전부 부서져서 가루가 되지 않을까라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그 작은 약 봉투 안에서 모두들 잘 지내고 있다. 이 기록을 하면서 머릿속에는 온난화가 오면 이 안에 들어가있는 씨앗은 지극히 개인적인 씨앗창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은 사라지는 것이 두렵거나 대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목적 없이 다만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처럼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 김수
Vol.20241011a | 김수展 / KIMSU / 金洙 / installation.video.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