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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부천문화재단_부천시 본 전시는 부천문화재단 차세대전문예술활동지원 『청년예술가S』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입장마감_04:30pm / 월,공휴일 휴관
부천아트벙커B39 Bucheon Art Bunker B39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 53 1층 유인송풍실 Tel. +82.(0)32.321.3901 artbunkerb39.org blog.naver.com/b39-space @artbunkerb39
허선정 작가의 개인전 《빛을 실은 바람, 진동하는 풍경》이 부천 아트벙커B39 유인송풍실에서 열렸다. 해당 장소는 과거 사용한 쓰레기소각시설 다수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낯선 기물과 기이한 기운이 실내 공간 내 그득 차 있는 곳이다. '빛'으로 상징되는 동양철학적 주제를 탐구하면서 정제된 화면을 연출해온 허선정 작가에게 벙커의 기기·집기류와 인공 어둠 속 조명은 그간 익숙했던 화이트큐브형 전시 일률을 벗어난 실험이기도 했다. 회화 작품을 세우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각목 지지대 결합도 (불에 타지 않는) 철과 파이프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이질적인 오브제로 눈에 띄었다. 불결하고 오래된 송풍실 특유의 환경에 명상적이고 차분한 회화가 전시되어 상충되는 감각 또한 묘하다.
물질을 태워 재와 기체로 휘발하며 무(無)를 추구하던 공간, 그 소멸의 목적성조차 이후 보존의 성질로 돌아가 일종의 공공기념비로 기능하는 곳, 벙커. 그곳을 채운 작품은 허선정 작가에 의해 '허(虛)', '실(實)'의 개념을 각각 가진 '빛'과 '그림자' 표상으로 드러나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마주한 달」, 「흐르는 달」(2024) 같이 달의 형상을 은유한 조형 패턴, 그림자 너울이 그려진 것. 혹은 그러한 상징기호가 출연하되 물이나 바람 같은 유동의 자연과 한 데 섞여 양 주제와 배경이 하나가 된 화면 「바람풍경」, 「빛을 실은 바람」, 「달과 분수」(2024)가 그렇다.
한편, 허선정은 본인의 박사 학위 논문 「허실(虛實) 개념을 통한 '빛'의 상징성 표현 연구」(홍익대 미술학과 동양화전공, 2024)에서 자기 작업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본인은 유년기 때부터 세상을 인식함에 있어 표면적 형상과 현상보다 그 이면에 관심이 많았다. 이는 천성적 성품뿐 아니라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온 가정적 환경에 연유한다. (...) 이로 인해 대상에 대한 인식의 차원을 '빛'을 매개로 비가시적인 본질적 차원과 연계하여 확장하게 되었다. (...) 보편적으로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실'로 보며 보이지 않는 것을 '허'로 인식한다. (....)본인은 비가시적인 본질인 '허'의 세계를 그림에서 '빛'으로 가시화하고자 하였다.' - 허선정, 「허실(虛實) 개념을 통한 '빛'의 상징성 표현 연구」(홍익대 미술학과 동양화전공 박사학위 청구논문, 2024) 국문초록에서 발췌
만물의 시작과 끝이 있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시각화하여 묘사하는 아이러니. 허선정은 그 아이러니를 탐닉하고 증언하며 자기를 수양하는 예술을 한다. 빛을 실은 바람처럼, 진동하는 풍경처럼. ■ 오정은
Vol.20241008n | 허선정展 / HURSUNJUNG / 許仙定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