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의 풍경-파동을 치대는 ( )들

Landscapes Beyond Time

김용원展 / KIMYONGWON / 金容沅 / mixed media   2024_1004 ▶ 2024_1027 / 월요일 휴관

김용원_물때기록 프로젝트 Chronicles of the Tides_ 비단에 레이스 콜라주, 프레임_장도 안팎 장소 특정적 진행 및 설치, 200×130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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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홈페이지_https://www.yongwonkim.com  인스타그램_@yongwonkim_artarchiv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GS칼텍스 예울마루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展 GScaltex Yeulmaru Artist Residency Exhibition

주최,주관 / GS칼텍스 예울마루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GS칼텍스 예울마루 GS CALTEX YEULMARU 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83-47 장도 전시실 Tel. +82.1544.7669 www.yeulmaru.org @yeulmaru

김용원은 지난 10년 간 붓과 먹, 종이로 이루어진 전통 산수의 세계로부터 멀어졌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작업의 쟁점과 표현 양식을 넓혀왔다. 물질성의 과잉과 정신문화의 쇠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변모해온 자연의 초상과 삶의 위기를 좇아온 김용원의 시선과 유목적 삶의 방식은 여러 매체를 횡단하며 중층적인 작업을 추동해 온 이유이자 그간의 작업으로부터 말미암은 결과이기도 하다.

김용원_실향풍경 Ways of Recording the Loss of a Hometown That Lives on in This Land_ 표류된 돌을 수집 후 레이스 캐스팅, 비단에 염색, 우드 프레임_가변설치_2024_부분

이번 전시 『시간 밖의 풍경-파동을 치대는 ( )들』은 올 한 해 동안 여수 장도에서 김용원이 바라보고, 귀기울이고, 몸으로 대면해온 시간의 굴곡을 그의 작업으로 기록하고, 증언하며, 또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사유하기를 제안한다. 작업과 전시를 매개삼아 김용원이 재편한 시공간의 서사는 작은 음각 드로잉에서부터 대규모 회화-설치, 다큐 영상과 프로젝션 매핑의 형태로 나뉘어 발산되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일부를 연결하고 비추는 다겹의 구조를 지향한다. 이번 전시는 풍경을 주요한 심상으로 다루면서도, 이전에 비해 훨씬 구체적 지역 서사와 삶의 맥락을 작업에 개입시킴으로써 서사적 요소에 풍부함을 불어 넣는다.

김용원_시간 밖의 풍경-파동을 치대는 ( )들展_ GS칼텍스 예울마루_2024

장도의 '물때'에 맞춰 실행된 「물때 기록 프로젝트」는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방식의 작업이다. 작업에 허락된 시간 동안 표면에 얇은 직물을 붙이고 이어나가고, 그 사이로 붓칠을 교차하여 너비와 깊이를 쌓아나가는 고유의 작업 방식이자, 이를 수행하는 작가의 퍼포먼스를 담아낸 아카이브 필름이기도 하다. 척력에 의해 높아졌다 낮아지는 물결에 투영된 것은 사회적 연결과 은둔 속에서 작동되는 작가 삶의 지형학이기도 한데, 이곳에서 경험한 일시적 고립과 그로 인한 발생한 생산적 긴장감이라는 역설을 드러낸다.

김용원_실향풍경 Ways of Recording the Loss of a Hometown That Lives on in This Land_ 표류된 돌을 수집 후 레이스 캐스팅, 비단에 염색, 우드 프레임_가변설치_2024

전시의 또 다른 서사를 구성하는 「실향풍경」은 개발서사와 소실에서 비롯된 일상적 깨달음으로부터 촉발된 작업이다. 전자의 작업에서 물의 역동을 통해 시간과 공간과 존재의 축에 대한 관조적 시선과 미적 대응이 두드러진다면, 실향을 다룬 후자의 경우 장도라는 조그만 터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소실되고 밀려나는 일상의 문제와 현실적 파고에 주목하고 있다. 섬에 있던 옛 돌이 외부의 힘에 의해 버려지고, 이주하고, 바깥에서 유입된 장식용 돌로 대체되어 폐기되는 과정은 지난 시간 지역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존재들의 이주와 실향에 관한 꽤나 직설적 비유인 셈이다.

김용원_잃어버린 풍경의 반영: 파편의 연대기 (장도 에디션) The Reflection of Landscape Lost: Chronicles of Little Things (Jangdo's edition)_ 장도 앞바다에서 수집한 버려진 굴 껍질, 거울, 이끼, 오디오 비주얼 프로젝션_가변설치_2024

한편, 주변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그러모아 낯선 풍경으로 되살린 「잃어버린 풍경의 반영:파편의 연대기」는 아직 닿지 않은 시간 바깥의 풍경에 가깝다. 이미지와 사운드, 빛을 투영하여 만들어낸 인공적 풍경은 작가 자신이 그려낸 또 다른 시간의 연대기이자, 패이고 쓸려나간 자리를 메우고, 아름답게 비추고자 하는 작가적 소망의 발현이다.

'시간'과 '파동'은 '실향'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쇳말을 제공한다. 일상적으로 마주했던 시간 속의 풍경을 모아 또 다른 차원에서 이를 되살리고, 삭제하고, 다시 구축하는 동안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찰나에 깃든 광대한 시간의 깊이를 기억하며, 끊임없이 부서지고 흩어지면서도 우리 앞에 되돌아오는 미세한 물의 입자가 지닌 끈질긴 삶의 생동을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큰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파도 대신 그 곁의 잔잔한 파동을 지켜보는 일, 무엇이 그 파동을 일으키는지 관찰해 보는 일, 수면 아래 깊은 곳에서 아주 천천히 멀어지는 돌의 일생을 상상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전시는 오늘 하루의 삶을 세차게 치대는 파동에 흔들리면서도, 어제와 내일의 시간을 끈질기게 이어 나가는 연약한 존재의 놀라운 강인함을 풍경으로, 풍경을 담은 화면으로, 화면을 담은 또 다른 풍경으로 되먹이고 드러낸다. ■ 조주리

Vol.20241004h | 김용원展 / KIMYONGWON / 金容沅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