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 풍경을 구성할 때

김형욱展 / KIMHYUNGWOOK / 金亨旭 / painting   2024_1004 ▶ 2024_1024 / 일,월,공휴일 휴관

김형욱_우이동계곡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33.4cm_2024

작가와의 대화 / 2024_1012_토요일_05:00pm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 아팅 디렉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미술대학에서 동양화 전공, 안견 미술대전과 정선 풍경 미술대전의 동양화 파트에서 입상, 동양 산수화의 단편을 자기 미학으로 제작한 일관된 화풍 등을 종합할 때 김형욱은 동양화가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지만 서양화와 동양화로 양분했던 지난 시절 장르적 사유가 동시대 미술 현장에선 시대착오적 잣대이기도 하고 김형욱의 작업을 동양 미학의 견지로 좁히면 놓치는 지점도 있으니,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게 '회화'라는 무채색 범주로 보는 방안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작업마다 배어있는 동양화의 질감과 고유성을 지워버리는 패착이 생긴다. 김형욱 작업을 처음 정리한 내 평문 제목을 '존재하기도 부재하기도 한, 풍경의 세계관'으로 지었음을 새삼 떠올려본다. 김형욱 산수화는 동양 미학을 채택하되 동시대성을 앞세운 절충주의 산수화로 보인다.

김형욱_삼청공원2_천, 한지(한지+천)에 먹, 아크릴채색_53×33.4cm_2024
김형욱_수성동계곡2_천, 한지(한지+천)에 먹, 아크릴채색_53×33.4cm_2024
김형욱_파도리1_천, 한지(한지+천)에 먹, 아크릴채색_60.6×90.9cm_2023

한지의 질감이 느껴지는 김형욱의 화면은 한지가 아니다. 보존성을 높인 한지 무명천을 화폭으로 택했다. 그림의 대상이 된 여러 지역에 가서 사생을 하지 않고, 사진에 담아와 작업실에서 사진을 보고 더 정확히 그렸다. 화면의 정중앙의 정사각형 여백은 동양화의 낙관 또는 동양화의 여백을 대신하는 빈 공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 그의 작품으로 들어가는 미지의 입구 같은 표식인 점에선 동양미학과는 무관한 고안이기도 하다. 대상에 대한 다시점 접근처럼 동양화의 원근법과 통하는 점이 있지만, 다시점의 동기와 효과는 동양미학과 일절 무관한 개인 체험과 동시대성과 관련이 있다. ● 2019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집중한 산수는 유기적인 풍경에서 똑 떼어낸 독립된 풍경 조각 같은 연작이었다. 2023년 상반기를 지나며 변화가 생겼다. 정중앙에 자리한 정사각형 여백이 두 개 이상 출현했고, 여러 시점을 결합해서 하나의 풍경처럼 구성한 지난 방식과는 달리, 여러 시점을 결합하긴 했지만, 각 시점이 바라보는 풍경의 단편을 조각조각 모자이크로 구성하여, 다시점 풍경의 결합임을 알아보게 했다. 또 다른 두드러진 변화는 화려한 색채감각의 구사다. 옛 산수화를 닮아 흑갈색과 초록이 지배했던 지난 작업에서 멀어져,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김형욱_고석정2_천, 한지(한지+천)에 먹, 아크릴채색_33.4×53cm_2024
김형욱_벽운동계곡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53cm_2024

김형욱 산수화가 절충적으로 동양 미학을 취한 부분은 원근법에도 나타난다. 서양회화의 일점투시 원근법과 달리 동양화는 다시점 구도를 화면에 옮겨 부자연스런 원근감이 감돈다. 곽희는 자신의 동양 산수화의 미학에서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평원平遠으로,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바라보는 앙각 시각을 고원高遠으로, 산 앞에서 산 뒤를 굽어보는 시각을 심원深遠으로 구분한 삼원법三遠法을 제시했다. 여러 각도에서 본 산수를 한 화면에 재구성한 점에선 김형욱의 원근법도 다시점을 택한다. 전통 동양화의 다시점과의 차이는 입체적 대상을 멋스럽게 2차원 화면에 옮기려고 다시점을 택한 게 아니라, 작가의 개인 체험에서 얻은 세계관을 풍경에 반영하는 방편으로 다시점을 택했다. 그는 산에서 바위와 나무가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듯한 착시 경험을 했단다. 고정된 사물에서 움직임을 느낀 이 불가사의한 착시는 지각되는 현상이 실재와는 다르다는 세계관을 갖게 했고, 이런 입장과 통하는 전자기학 이론이 있다는 것도 후일 알게 됐다.

김형욱_우이동계곡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33.4cm_2024

자연 광경을 그리는 전통은 서양과 동양 회화사에 모두 중심 주제였다. 서양미술사에서 풍경화는 18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보는데, 자연에 대한 도시인의 향수를 충족시킬 풍광의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픽처레스크 풍경화와 자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한 서브라임 풍경화로 발전했다. 동양미술사에서 산수화 미학은 중국 북송 시대 곽희가 초안을 쓴 임천고치를 교과서로 본다. 곽희는 세속을 피해 자연 경치를 즐기고 싶은 군자를 위해 집안에 산수를 옮겨오는 산수화에서 미덕을 발견했다. 송나라 화가 종병도 산의 경치를 방안에 누워서 보고 노닌다 하여, 산수화 감상법을 와유臥遊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 형형색색 풍경 산수의 미관을 실내로 옮겨온 김형욱의 최근 작업도 동양 산수화 미학과 그 점에선 다르지 않지만, 그림 속 풍광을 조각조각 잘게 나눈 동기는 '현상은 실재와 다르다'는 작가의 세계관에서 왔다. 김형욱의 산수에서 동양미학은 존재하기도 부재하기도 하며, 김형욱의 산수화는 자신의 내면 풍경으로 귀결한다. ■ 반이정

Vol.20241004d | 김형욱展 / KIMHYUNGWOOK / 金亨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