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호랑이 여자의 이타적 사랑

이광展 / LEEKWANG / 李光 / painting   2024_0925 ▶ 2024_1007

이광_권선징악-귀신 어벤져스_캔버스에 템페라_167×27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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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 홈페이지_kwanglee.de       인스타그램_@kwangleeart

아티스트 토크 / 2024_0928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Tel.+82.(0)2.722.7760

죽은 자를 위한 이광의 진혼굿 ● 이번 전시에서 이광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들은 죽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공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죽은 자란 바로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Gaza Strip)' 사람들이다. 나무아트 갤러리의 공간을 고분의 석실 같다고 생각한 이광은 마치 고분 벽화처럼 작품을 배치한다. 현재 가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에 대해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우리와 달리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광에게 그 참사는 훨씬 가깝고 훨씬 심각한 현실로 다가왔다고 한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대량 살육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이광 작업의 기반이 된 이유다. 그러나 화면을 덮는 따뜻한 색감과 그림 속에 나오는 다양한 영혼들의 아이콘으로 인해, 폭력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어떤 신명을 느끼게도 해준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승화해 주려는 진혼굿과 같은 작업으로 말이다. ● 그러한 작업을 위해 이광이 착목한 것은 불교의 가르침, 동아시아의 신화와 설화, 그리고 샤머니즘의 세계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주요 인물로 나타나는 호랑이 여자는 '김현감호 설화'에 등장하는 호랑이 처녀이며, 김현을 위해 희생한 호랑이는 이광에게 가자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애이불비-님의 침묵」에는 피에타처럼 김현이 호랑이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호랑이는 산신이기도 하고 마귀를 물리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광 작품에서 호랑이는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사악한 현실을 정화해 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광_빛의 향연-신내림 받는 호랑이_캔버스에 템페라_167×355cm_2024
이광_살신성인-슬픔의 삼매_캔버스에 템페라_167×300cm_2024

「빛의 향연-신내림 받는 호랑이」에 나타난 여자 역시 호랑이다. 몸에서 길게 호랑이의 팔이 내려오고 그 손톱은 불을 잡고 있다. 마치 가자 사람들을 공격한 죽음의 불을 잡듯이. 구름처럼 떠도는 가자 사람들의 영혼을 이광은 향연처럼 위무의 시선으로 포착했다. 또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다」에서는 호랑이 여자의 옆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화면 밑에 보이는 작은 얼굴들은 폭격을 받은 건물 창문에서 밖을 보고 있는 아이들인데, 호랑이 여자는 이들을 지키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이다. ● 이광은 또한 「살신성인-슬픔의 삼매」에서 호랑이 여자가 죽은 아이들을 삼매 상태로 저승에 데려다주는 상황을 그렸다. 불교 용어인 삼매는 산스크리트어의 Samadhi를 음사한 말이고 정신을 하나로 집중해 무념무상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광에 있어서는 삼매는 슬픔의 경지인 것 같다. 그래서 삼매를 의인화한 「삼매(Samadhi)」는 슬픔을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다.

이광_애이불비-님의 침묵_캔버스에 템페라_167×300cm_2024
이광_김현 2024-귀신 호랑이 여자의 이타적 사랑_캔버스에 템페라_40×40cm_2024
이광_마고할미 2024-귀신 호랑이 여자의 이타적 사랑_캔버스에 템페라_40×40cm_2024
이광_삼매 2024-귀신 호랑이 여자의 이타적 사랑_캔버스에 템페라_40×40cm_2024

이광은 삼매처럼 마고 할머니에 대해서도 예술가로서의 흥미로운 재해석을 한다. 그는 세상을 만든 창조신 마고 할머니를, 이물을 풀어내는 힘을 가진 여신으로 여긴다. 그래서 「마고 할머니」에서 이물을 안고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 내는 조개를 등장시킴으로써 마고 할머니의 힘을 암시한다. 또한 「빛의 향연」에서의 마고 할머니는 미소를 짓고 있다. 이것은 희망적인 웃음이 아니라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역설적인 여유를 드러내는 한국적 해학의 표현이라 하겠다.

이광_화리생련-백호의 사랑굿_캔버스에 템페라_167×330cm_2024
이광_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다_캔버스에 템페라_167×327cm_2024

이타(利他)란 남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며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사람들에게 공덕과 이익을 베푸는 것이다. 이광의 그림이 그렇다. 이 이타의 마음과 행위야말로 디스토피아와 같은 현실 세계에서 바르게 사는 힘을 주는 경지가 아닐까 싶다. 붓을 들고 화폭에 맞서 가자의 비극을 직시하는 이광 자신이 바로 '호랑이 여자'라 하겠다. ■ 이나바 마이

Vol.20240925d | 이광展 / LEEKWANG / 李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