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 Encounter

문지정展 / MOONJIUNG / 文志正 / installation   2024_0925 ▶ 2024_1006 / 월요일 휴관

문지정_Untitled1_Mouth blown antique glass_55×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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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2024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되는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10월6일_10:00am~12:00pm

부연 婦椽 Buyeon 인천시 중구 개항로106번길 8 Tel. +82.0507.1315.0311 @buyeon.site

문지정의 "조우" ● 4년여 만에 스테인드글래스 작가 문지정이 대중과 다시 조우한다. 이번의 "조우"전에서 작가는 무엇과의 조우를 추구하는 것일까? 유리를 매개로 하여 연출해 내는 단순한 외부와 내부의 조우를 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09년부터 본인은 문지정 작가의 '유리'라는 물성에 관한 탐구과정과 실험적 스테인드글래스 작업을 보아왔고, 자연스럽게 그의 조형세계의 심화과정을 목도하였다. 문지정 작가의 스테인드글래스 작품에서는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다채로운 색상과 납선으로 이루어진 반복적 문양이나 서사적 형상은 찾기 어렵다. 바로 그 지점에서 독창성을 향한 그의 치열한 실험적 도전의지와 만나게 된다. 다양한 제작기법을 실험하며, 다채로운 색상을 거부하고, 동계색이나 무채색의 스펙트럼이 뿜어내는 또 다른 풍요로움으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려주고 있다.

문지정_Untitled2_Mouth blown antique glass_55×55cm
문지정_결_Mouth blown antique glass_55×55cm

본 전시를 준비하면서 문지정 작가는 500m이하의 서태평양 심해에 서식하고 있는, 보통 10~30cm크기의 생명체인 유리해면과 조우하였다고 한다. 이 유리해면은 마치 코바늘 뜨기로 엮어놓은 듯한 격자구조의 가시표면을 지니고 있으며 기다란 천연수세미가 떠오르는 듯한 외양의 개체이나, 여러 개체가 무리져서 바구니와 같은 형태를 이루며 생존하고 있다. 그들이 이루고 있는 바구니는 주변의 타 생명체들과 상호주의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에 매우 적절하게 진화되어 왔으며, 그로써 강인한 생명력을 확보하고 있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유리해면의 몸체가 부서질 수도 있는 심해의 환경에서 바닷물의 여과를 통하여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살아가는, 유연하고 강인한 생명체라는 점에 이끌렸다고 한다. 단순한 구조의 이 생명체에 내재되어 있는 영구한 생명력이 경이로웠던 것이리라. 이 생명체가 지닌 표면의 격자구조는 문지정 작가에게 조형적 영감이 되었고, 이 생명체와의 조우는 인간의 상식과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 존재하는, 무한한 유기적 생명계와의 조우를 의미하게 되었다. 전시 출품작들을 통하여 그의 관심이 가시적 대상의 표면에 새겨져 있는 기본형태 즉 격자구조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이 생명체가 지닌 궁극의 형태, 형상의 본질로 이동해 간 흔적들을 따라 그와 함께 작품 속을 부유하며 심해로 동행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생명계의 경이로운 근원을 향한 작가의 끈질긴 추적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것으로 짐작되나, 유리해면과의 조우로 그의 조형의지는 새로운 계기를 맞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오랜 세월을 뒤로하고 버티고 있는, 불변하는 영구성을 향한 탐구의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여정은 필연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생명계의 근원으로 귀착될 것이다. 문지정 작가가 앞으로도 꾸준히 걸어갈 이 심오하고 신비로운 탐구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큰 보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지정_고요_Mouth blown antique glass_55×55cm

우리의 정서적 뿌리를 확인하게 하고 깊은 안정감을 안겨주는 한옥 공간과 스테인드글래스 작품의 조우는 어찌보면 매우 낯설다. 더구나 갤러리 부연은 낡음을 당당하게 유지하고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목재로 이루어진 낡은 한옥공간과 여러 색상의 투명 혹은 반투명 색유리로 제작된 실험적 스테인드글래스 작품을 조우케 하는 문지정 작가의 과감한 도전이 이 낯설음을 어떻게 낯설지만 조화로운 것으로 혹은 신선한 낯익음으로 설득해 낼지 사뭇 궁금하다. (2024년 여름의 끝자락에) ■ 김재원

Vol.20240922a | 문지정展 / MOONJIUNG / 文志正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