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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5:30pm 입장마감_05:10pm / 월요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 Tri-bowl 인천시 연수구 인천타워대로 250 (송도동 24-6번지) 3층 Tel. +82.(0)32.832.7996 www.tribowl.kr @tribowl_artspace20
이번 전시는 2019년 이후 시작한 「사계, 그리고 봄」 시리즈의 완결 전시이다. 가을을 의미하는 낙엽, 포도, 코스모스와 장년의 얼굴을 결합한 「사계, 그리고 봄 03–가을」을 마지막으로 초년, 청년, 장년, 노년의 얼굴과 각 계절을 드러내는 요소들을 결합시키는 회화 작품 시리즈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 회화 이미지들을 배경으로 많은 개체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무한 반복되며 '끊임없이 지속되는 삶의 여정'이라는 내용을 발현하는 비디오아트 작품 「사계, 그리고 봄 03V」도 종결되었다.
더불어 봄에 볼 수 있는 개나리, 벚꽃, 푸른 하늘, 새싹들과 초년의 얼굴을 결합한 「사계, 그리고 봄 04–봄」으로써 동 주제의 디지털 사진 작품 시리즈도 완성하였다. 이렇듯 지난 6여 년 간의 내 작품 주제는 '어쩔 수 없이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세월의 흐름 투영'이었고, 이것은 본인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작품 주제로 삼은 '실재(實在), 이상향에 대한 동경', '현실에서의 성찰',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는 세계'라는 삶, 세상에 대한 철학적 시선이라는 범주 내에 있다.
본 연작들은 본인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인생을 사계에 빗댄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작품 「사계」 시리즈, 강한 여운을 내게 안겨 주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대한 동경과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나의 시각이 어우러진 것이다. 다만 본 작품 연작을 제작하며 지나치게 나의 주관적인 감정이 작품에 이입되었고, 특히 '희노애락'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감상으로 흐른 감이 있다. 이것은 2017년 돌아가신 아버지에 단상과 살아 있는 나의 주변인들에 대한 애잔함이 작품 내에 짙게 이입된 탓이다. 특히 올해 제작한 작품들은 지나치게 인물의 형상이 강조되어 그것이 주는 지시적 대상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보니 본인의 표출하고 싶은 '세월의 흐름, 삶의 여정'이라는 개념이 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물의 형상을 배제하거나 다른 소재로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개념만 더욱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불어 지난 몇 년간 평면과 영상, 사진,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었지만, 비교적 한정된 기간 동안 작품을 제작하다 보니 본인이 구상했던 높은 완성도의 표현과 원활한 작품 수가 생산되지 않았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의미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현대 미디어로 재해석한 「新. 바니타스 알레고리」는 언리얼엔진 프로그램으로 영상을 제작한 후, 파이선 프로그래밍으로 상호작용 효과를 더한 것이다. 인류가 그동안 쌓아 놓은 바벨탑과 같은 건축물 위의 탁자는 나무와 바다라는 자연 속에서 우뚝 솟아 있고, 탁자 위에는 책과 칼, 모래시계, 꽃, 그림, 해골, 과일 등이 배치되어 있다. 관객이 다가가서 '지식의 축척'이라는 의미의 책에 손을 대면, 인간 지식에 의해 발전한 컴퓨터 등 인류의 발전이 담긴 화면으로, '무력의 상징'인 칼에 손을 대면 인간의 무력과 탐욕에 의해 생산된 핵무기 등이 있는 화면으로, '유한한 삶'이라는 의미의 모래시계에 손을 대면 태양이 하늘 위를 지나며 풍요로운 자연과 허허벌판이 연계된 화면으로, 해골에 손을 대면 검은 바탕에 해골만 부각되는 화면으로 이내 변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고전적 회화를 새로운 미디어로 재해석하며,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가 언급했던 끝없는 욕망과 힘겨움 속에서 살고 있는 '맹목적 의지'의 현대인들과 결국 무(無)로 가는 그들의 삶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화양연화(花樣的年華)」 시리즈는 외견상 동물과 대중적인 화투 이미지가 결합한 것이지만, 토끼가 상징하는 2월과 화투 1월 이미지의 결합, 뱀이 상징하는 4월과 화투 3월 이미지의 결합 등 각 개월을 상징하는 십이지신 동물들과 각 개월을 상징하는 화투 이미지가 병치된 것이다. 동물과 화투 이미지이지만 '1월과 2월', '4월과 5월'이라는 시간의 흐름, 세월의 축척을 표현한 것이며, 이를 통해 '흐르는 세월 속에서의 각자만의 세월에 대한 성찰', '유한한 삶에 대한 물음'을 뒤묻고 있다.
이로써 금번 전시를 통해 「사계, 그리고 봄」 시리즈가 완결되었고, '회화 작품과 동영상 작품의 결합',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평면미술과 미디어아트의 혼융', '연속적인 동영상 상영에 대한 작품 의미의 내재'라는 나의 형식적 실험과 '인생의 파노라마적 표현을 통한 성찰'이라는 주제는 마무리되었다. 이제는 삶에 대해 나만의 깊이 있는 철학적 시선이 담긴 내용과 신선한 표현 방법을 강구할 때이다. '시간의 흐름, 세월의 축척'이라는 본 개념을 매해 축적되며 완성되는 작품으로 개념적으로 승화시킬 것인지, 또는 현재 본인의 주변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소논문과 언리얼엔진 프로그램으로 개념미술로의 확대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 생산을 도모할 것인지, 이외 새로운 주제를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 천천히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곧 새 작품 시리즈를 향해 미지의 항해를 떠날 것이다. (작가 노트에서) ■ 하임성
Vol.20240919b | 하임성展 / HAIMSUNG / 河林成 / painting.video